숨겨라! 백정은 남의 집 문지방 너머로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못한다. 백정 집안은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백정이라는 이유로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서 쫓겨날 수 있고, 여인숙에서도 쫓겨 날 수 있다. 백정은 보통사람과 같은 묘지에 묻힐 권리가 없다. 백정은 사람이 아니다. 백정은 사족, 네 발 달린 짐승이다! 주인공 세가와 우시마쓰는 백정이다. 아버지는 세상에 나가 출세하려는 백정 자식의 비결-유일한 희망, 유일한 방법, 그것은 오직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숨기는 것은 죽고 사는 문제다. 젊은 우시마쓰는 사범대학을 나오고 유능한 교사로 인정받고 있기에 어떤 경우에도 이 소중한 훈계만은 깨뜨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노코 렌타로도 백정이다. 우시마쓰보다 이른 시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