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공부/페미니즘 공부 8

'노인(연령주의)'에 대해

연령주의는 우리 모두의 삶을 근본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심각한 혹은 결정적인 사회적 모순이다. 한국사회에서 노인은 기본적으로 계급적 개념이자 범주이다. 지식인, 여성 지식인, 게이 지식인이란 말은 있지만 노인 지식인이란 말은 없다. 우리는 서민에게만 노인이란 칭호를 붙인다. 이것은 나이 듦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한국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의 상상력, 용기, 소망이 나이에 따라 철저히 제한되어 있다. 우리는 대단히 자발적으로 나이 듦에 대한 지배 이데올로기-누가 지배하는지 모르는-를 수용하고 있으며 나이 든 자, 나이 든 여성을 혐오한다. 일상의 아주 감정적인 차원에서부터 나이 듦에 대해 동일한 해석 틀을 가지고 있으며, 미세한 검열과 규율에 예속되어 있..

'어머니'에 대해

어머니는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육체노동, 감정 노동을 수행하지만 정작 가족을 구성할 권리는 없다. 어머니로 간주되는 여성은 성적 주체가 될 수 없고 자신의 몸을 가질 수 없다. 그녀의 몸은 남성만이 주체가 되는 가족과 국가의 소유다. 움직이지 않는, 움직일 수 없는 여성은 언제 어디서나 어머니로 환원(본디의 상태로 되돌림)되고 동질화된다. 여성은 역사와 정치의 질서 밖에 존재하는 자연(고향, 향수, 집.....)이라는 의미다. 자연은 인간(남성)에게 개척되거나 그들이 만들어내는 역사의 질료가 될 때에야 비로소 가시화된다. 그래서 개척지는 '처녀지'이고, 원시림은 '처녀림'이다. 여성은 특정 연령층이 되면(아마도 30대부터), 혹은 소위 '아줌마 체형'을 갖게 되면 결혼과 출산 여부와 상관없이 당연히..

'가부장제 사회'에 대해

연령주의와 성차별주의를 절충한 말로 사용되는 가부장제(parti-archy)는 연장자 남성 중심 사회를 의미한다. 우스운 것은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유한 계층 외에는 연장자 남성 중심이기는커녕, 그들을 존중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부장제 사회가 작동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구조 중의 하나는 남성이 여성의 친밀성 능력과 감정 노동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성과 사랑의 주체는 남성이지만,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은 여성이 담당한다. 여성이 노동을 그만두는 순간, 대부분의 관계도 끝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성역할은 생물학적 필연이 아니라 남성 중심적 시선, 해석, 필요, 기능, 환상이다. 남성과 그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여성이 할 일을 정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의 계급과 정체성은..

다른 목소리 3 - 사회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과도하게 과장하는 미사여구를 이용하거나 똘똘 뭉쳐 목청을 돋운다. 그런 사회 속에서 여성은 편견 속에서 이해된다. O 한국사회는 피해자가 직접 말하는 것, 사회적 약자가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여성뿐만 아니라 10대, 동성애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 '학벌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견디지 못한다. 이들이 지배 규범에서 벗어난 '다른 목소리'라도 내려하면, 그 작은 소리마저 '폭력'이라며 흥분한다. O 이제까지 여성은 남성의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사람이었지, 자신의 외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주체가 아니었다.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심리적 자원이나 인간 관계망 역시 사회적 자원이 많은 사람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사회는 ..

젠더(gender)

어느 사회나 젠더(gender), 성별 제도를 남녀 간 문제나 가정, 결혼, 연애 문제로 국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젠더를 '여성문제'로만 인식하게 되면, 성별은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라 사회의 한 분야로 간주되고, 젠더(문제)는 사회 문제 중의 하나이거나 우연히 발생한 부수적 피해 내지 부산물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다. 젠더는 한 사회의 구조, 시스템, 규범, 법, 정책, 제도, 이데올로기, 문화, 물적 토대다. 성별 분업 없이, 여성 노동 없이는 사회는 단 한순간도 움직이지 않는다. 동시에 젠더는 계급 차별과 인종주의를 작동시키는 가장 중요한 기제다. 젠더는 계급처럼 사회와 인간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재료 중 하나며, 사회 문제를 재구성하고 재창조하는 가장 힘 있는 조물주다. 기존 사회는 이런 ..

여성주의 또는 페미니즘

여성주의는 서구/우리, 남성/여성이라는 이분법 자체가 서구/남성의 권력이라고 보는 대표적인 탈식민주의 사상이다. 여성주의는 양성 평등에 관한 주장이 아니라 사회 정의와 성찰적 지성을 위한 방법론이다. 페미니즘은 지식의 형성 과정, 권력의 작동 지형과 역사를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학문이자 실천이다. 여성주의를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성별 분업에 대한 문제 제기로서 여성주의다.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여성주의는 대개 성별 분업, 즉, 성(차)별에 대한 자유주의적 평등 차원의 문제 제기다. 두 번째는 사회, 인간, 자연을 구성하고 작동시키는 요소 혹은 분석과 파악의 원리로서 젠더(여성주의)이다. 젠더를 고려하지 않고는 이행할 수 없는 현상이 대부분인데도, 젠더 시각에서 사회를 분..

다른 목소리 2 - 인권을 중심으로

'다른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마치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처럼. '다른 목소리'를 들을 때 타자는 존재하게 되고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미숙함을 줄이게 된다. O 인간과 인간 아님의 경계는 한 사회의 지배 규범에 의해 임의적으로 정해진다. 인간의 개념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인간의 권리인 인권은 특정한 사회가 어떤 조건을 지닌 사람을 인간으로 규정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밖에 없다. O 차이 자체는 임의적인 제도의 산물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 중심주의에 따른 임의적인 범주인 것이다. O 인권은 사회의 권력관계와 관련 없이 추상적, 초월적으로 본래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구성되고 쟁취되는 경합적 가치이다.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인권 의제로 상정되고 논의되는 것은, 피해 ..

다른 목소리 1

'다른 목소리'는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풍요롭게 해 주며 자기 중심주의를 돌아보게 한다. 또한 모든 사람은 '다른 목소리'의 잠재적 주인공이다. O '거리'(장소, 공간......)라는 개념은 '킬로미터'라는 수치가 아니라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산물이다. 제주도에서 육지로 이동할 때 가장 불편한 지역은 어디일까? '교통의 요지'인 대전이다. 공항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은 모든 면에서 그렇지만 특히 대전행이 편리하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 사람은 자기 경험과 거리 개념이 일치한다. 인식론적 혼란이 없다.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힘든 위치에 서게 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그저 서울에 산다는 사실뿐이다. 우연히 얻은 기득권과 이 사실에 대한 무지와 둔감함이 몸과 생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