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칠팔 년 전이었던가, 혜관이 기화와 함께 용정을 찾아온 것이. 그 후 다시 한번, 세 번째 방문한 셈이다. 공노인은 곰방대를 물고 있다. 그 간에 일어나 봉순이의 죽음과 길상이가 붙잡히게 된 사연, 양녀 송애를 꼬여낸 김두수의 행패를 얘기한다. 늙어버린 공노인은 허둥지둥 마누라를 보고 온다. 오늘내일하는 마누라를. 혜관은 해란강을 바라보며 찰나의 생멸, 번뇌 끝에 오는 반야에 빠진다. 주갑이 공노인네로 들어섰다.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술 처먹은 모습이다. 주갑의 얼굴에도 외롭고 쓸쓸한 빛이 서려있다. 혜관과 인사하고 상호 간 소식을 전하는데, 공노인은 이용이, 그것보다 홍이에 대한 서운함과 그리움이 솟아오른다. 최서희와의 담판이후 십 년이 지났다. 서희에 대한 복수도 생각했었지만 이제 육십 대 중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