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글쓰기/토지 요약글 15

3부 5편 젊은 매들

십칠팔 년 전이었던가, 혜관이 기화와 함께 용정을 찾아온 것이. 그 후 다시 한번, 세 번째 방문한 셈이다. 공노인은 곰방대를 물고 있다. 그 간에 일어나 봉순이의 죽음과 길상이가 붙잡히게 된 사연, 양녀 송애를 꼬여낸 김두수의 행패를 얘기한다. 늙어버린 공노인은 허둥지둥 마누라를 보고 온다. 오늘내일하는 마누라를. 혜관은 해란강을 바라보며 찰나의 생멸, 번뇌 끝에 오는 반야에 빠진다. 주갑이 공노인네로 들어섰다.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술 처먹은 모습이다. 주갑의 얼굴에도 외롭고 쓸쓸한 빛이 서려있다. 혜관과 인사하고 상호 간 소식을 전하는데, 공노인은 이용이, 그것보다 홍이에 대한 서운함과 그리움이 솟아오른다. 최서희와의 담판이후 십 년이 지났다. 서희에 대한 복수도 생각했었지만 이제 육십 대 중반기..

3부 4편 긴 여로

묵직한 몸집에 사십이 넘은 근화방직회사 사장인 황태수가 임명빈 집 앞에 와서 하인을 부른다. 얼마 안 있어 임명빈의 아내 백씨가 황급히 나온다. 이 집을 덮쳤던 3.1 운동의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지 십 년, 평탄한 일상과 안정된 중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황태수가 임명빈을 찾아온 것은 계명회 회원 모두가 검거된 사건 때문이다. 서의돈을 필두로 열대여섯 명이 체포되었는데, 간도의 김길상도 체포됐다. 길상은 용정촌 공노인이 경영하는 여관에서 서의돈과 만난 자리에서 함께 끌려온 것이다. 황태수에게는 거의가 친구며 후배들이다. 오래지 않아 임명빈을 만나 사건의 대략을 상의하는데, 황태수는 임명빈의 위치가 구애될 것이 없으니, 임명빈에게 재량껏 뒷바라지를 요청하며 봉투 하나를 꺼낸다. 임명빈은 황태수..

3부 3편 태동기

기차가 용산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서의돈은 신문으로 얼굴을 덮고 코를 골고 있다. 대학생 차림의 청년이 흔들어 깨운다. '용산입니다, 형님' 선우일의 동생, 선우신이다. '개새끼들!' 서의돈은 눈에 핏발이 서서 시뻘겋고 험했다. 동경에 머물러 있던 선우신에게 서의돈이 노무자 꼴로 불쑥 찾아왔었다. 이삼 개월 신세를 져야겠다면서. 한데 며칠이 안 되어 관동대지진이 발생했다. 생지옥. 유언비어에 선동된 군중이 닥치는 대로 조선인을 참살했다. 유언비어의 근원은 일본의 위정자들이었다. 오천이 넘는 조선인들의 목숨 따위, 그들에게는 빈대로 보였을지 모른다. '신상, 신상!' 서울역에 내린 선우신을 안경 쓴 사내가 급히 불러댔다. 그의 뒤에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주춤거리듯 여자가 따라온다. 오가타 지로다. 여자는..

3부 2편 어두운 계절

용정촌에 한복이가 내려섰다. 한복이는 거리를 바라보며 몸을 떤다. 사방을 살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놓는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거금을 몸에 지녔다는 그 자체가 한복으로선 가장 무서웠다. 한복이는 공 노인의 객줏집을 찾아 들어갔다. 한시라도 바삐 짐을 넘겨주고 싶다. 공 노인을 마주친다. 한복이는 전대를 끌러 공노인 앞으로 밀어놓고 평사리 소식을 전한다. 열흘 후 길상을 만나고 길상과 함께 훈춘행 마차를 탄다. 장인걸과 송인환의 환대를 받고 주연을 갖는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얘기는 계속되는데, 한복이는 얼떨떨하다. 장인걸과 송인환의 귀빈 대접이 자신의 형, 거복이 때문임을 깨닫는다. 자신을 이중삼중의 그늘에 숨겨진 인물로 만들려는 의도인 것이다. 원망과 우울함 속에서 살인자인 아버지, 매국노인 형에 대..

3부 1편 만세 이후

동대문 밖 골목 상현이 거처하는 집에 억쇠가 찾아왔다. 마음과 몸이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다. 상현이 소식 없는 것에 화가 나서 악을 쓰지만 이내 호소 조로 나온다. 격하고 편협한 상현의 성질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삼월의 만세 시위가 상현의 눈앞을 지나간다. 시위군중 속에서 서의돈과 눈물을 나누고 '조선 놈들 제법이다' '독립되는 날에 밟혀 죽읍시다!'라고 외쳤었다. 이제 서의돈은 상해로 가버리고 독립운동의 불씨는 잦아들어 버렸다. 상현은 해외의 뭇 단체나 독립투사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 상현은 자신에게도 절망하여 수렁에 빠져 있다. 전라도의 갑부 아들 전윤경을 따라 전주에 내려간다. 전주에 봉순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행한 것이다. 기화의 집을 알아내 기화의 처소에서 시간을 보..

2부 5편 세월을 넘고

밤이 저물고 길상은 자리에 쓰러진 후 얼마쯤 지나 눈을 뜬다. 부신 눈에 흰 버섯 같은 두 개의 얼굴이 보인다. 아내와 둘째 아들, 생후 육 개월 된 윤국의 잠든 얼굴이다. 길상은 유모 곁에서 꼼짝 않고 잠들었을 큰아들 환국이를 생각한다. '하나는 내 목을 감고 둘은 각각 내 한 팔씩을 감고, 그러면 나는 꼼짝할 수 없지. 꼼짝할 수 없구말구.' 답답하다. 서희는 금년은 아니어도 명년에는 돌아갈 것이다. '내가 왜 거길 가나. 뭣하러 돌아가나.' 길상의 마음은 복잡하다. 지금까지,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만은 길상은 타인이었다. 오 년 동안, 서희가 독단으로 일을 진행해왔었다. 서희는 서희대로 얼마나 외로웠을 것인가. 정체 모른 근심이 서희를 어지럽히고 있다.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으로 입술을 굳게 다문다. '..

2부 4편 용정촌과 서울

들어서 이미 알고 있는 터였지만 용정촌 역두에서부터 최서희의 콧김이 세다는 것을 혜관과 기화는 실감하며 걸음을 내딛는다. 혜관 뒤를 조르르 따라가는 기화는 불안전해 보인다. 기화는 오소소 떨며 한기를 느끼듯 마음이 추운 것이다. 혜관과 기화를 별채에 안내하라 일러놓고 서희는 생각에 빠져든다. 봉순아! 부르며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서희는 그리운 정을 손아귀 속에서 뭉개버린다. 확고부동한 권위의식이 잠시 동안 거칠었던 숨결을 잠재워준다. '하인과 혼인을 했다 해서 최서희가 아닌 것은 아니야. 나는 최서희다! 최참판댁 유일무이한 핏줄이다!' 권위의식의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그것은 서희의 불도 살라 먹으려는 무서운 집념이다. '오래간만이군, 봉순이.' '애기씨!' 서희의 손은 싸늘..

2부 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에 끼어 있는 가회동의 이 판서댁에 이상현이 기식하고 있다. 대문간에서 누군가 얘기를 주고받는 것 같은 기척이더니 이상현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혜관 스님이다. 상현의 모친 염 씨의 소식을 가져왔다. 설에는 꼭 오라는 전갈이다. 혜관은 간도의 소식과 독립군의 활동상황을 궁금해한다.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상현은 화류계에 몸을 던진 봉순이, 기화의 소식을 듣는다. 환이는 의병 잡아먹는 동학군을 모으려 한다. 뭔 소린가? 두 사람은 구례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을 옮겨 놓는다. 해가 서너 뼘이나 남았을 무렵 혜관과 환이는 운봉 노인이 있는 초막에 당도하였다. 화적 떼로 타락한 무리들, 일본 토벌대에 쫓겨만 다니는 허약한 선비가 이끄는 의병들을 환이는 끈질기게 추적하면서 마치 그림자처럼 그들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