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또 뉘엿뉘엿 기울고 있다. 몇 해 전 섣달 그믐날의 그 체험이 되살아난다. 그날의 일과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 눈을 붙이려고 하다가, 문득 '내 나이가 올해 몇이더라?' 하는 생각에 미쳤다. 나이를 세거나 의식할 일이 없는 처지여서 새삼스런 물음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먹은 나이를 헤아리다가, '아니 그럼 내일모레면 50이 되게? 머지않아 60, 70?'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질없이 살아버린 날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훨씬 많은 걸 뒤늦게 알고 내 생이 새삼스레 허무감으로 휘청거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내 돌이켜지는 생각. 그래 사람이 만약 1백 년 2백 년을 산다고 해서 좋을게 뭔가. 그렇게 되면 사람이 얼마나 추하고 천해질 것인가. 수목은 오래될수록 늠름하고 기품이 있지만,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