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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첫 알바

알바가 전사지 기계 앞에 앉는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에는 어둡다. 비어 있는 책상 몇 개, 기다란 소파가 중앙에 있고, 한쪽 벽면에는 옷가지를 차곡차곡 쌓아 넣은 비닐봉지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그 앞쪽으로는 교자상 만한 종이박스가 줄지어 입을 벌리고 있다. 종이박스마다 종로 2가, 이대, 신촌, 연신내, 동대문... 배송지가 적혀 있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에는 의류 공장에 가깝다. 전사지 기계는 사무실 한쪽 구석에 작은 교자상 만한 크기로 놓여 있다. 무늬 없는 반팔티를 펼쳐 전사지 기계 위에 놓는다. 가슴 부위를 정중앙에 놓고 구김이 없도록 잘 펼친다. 전사지를 가슴 부분에 놓고 기계 윗부분 손잡이를 끌어당겨 전사지 위에 내리누른다. 시간이 조금 지나 알람이 울리면 기계 윗부분을 밀고 반팔 티를 옆으로 ..

조각글쓰기 2022.02.05

내가 75세에 죽기를 희망하는 이유(Why I hope to die at 75)

***노후를 알아보다가 접한 칼럼이다. 사분의 일 정도로 줄였지만 전체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내가 살기를 원하는 햇수는 75년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나의 딸들, 형제들, 사랑하는 친구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 진심이 아니라는 생각도 할 것이다. 그들은 내가 잘못 판단하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75세를 넘어서도 잘 사는 무수한 사람들을 얘기할 수도 있다. 반면, 단순한 진실이 있다. 너무 오래 사는 것이 좋지 만은 않다는 것이다. 너무 오래 사는 것은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을 불구는 아니더라도 바르게 걸어 다니지 못하게 만든다, 죽음보다 나쁘진 않더라도 창의성이나 일, 사회, 직장에 공헌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는다. 나는 75세 즈음에는 온전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사..

논증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 사유 능력에 기대어 소통하려면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 효과적으로 논증하면 생각이 달라도 소통할 수 있고 남의 생각을 바꿀 수 있으며 내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피어싱에 대한 주장 오류' 사례(p.23) 미적 취향을 표현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신의 취향을 표현한 게 아니라 타인의 행위에 대해 도덕적 가치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면 그 판단의 근거를 댈 의무, 자신의 주장을 논증할 책임이 생긴다. 말을 하고 글을 쓸 때 단순한 취향 고백과 논증해야 할 주장을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라 사실은 그저 기술하면 된다. 그러나 어떤 주장을 할 때는 반드시 근거를..

독해력

독해는 단순히 문자를 알고 글을 읽는 행위가 아니다. 독해는 어떤 텍스트가 담고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논리를 이해하며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 정보와 논리와 감정을 특정한 맥락(Context)에서 분석하고 해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이다. 독해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텍스트를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개성있게 요약할 수 있다.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넷 모두 한꺼번에 얻거나, 하나도 얻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독서는 독해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일 뿐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언어는 단순한 말과 글의 집합이 아니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말하고 글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데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