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가 전사지 기계 앞에 앉는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에는 어둡다. 비어 있는 책상 몇 개, 기다란 소파가 중앙에 있고, 한쪽 벽면에는 옷가지를 차곡차곡 쌓아 넣은 비닐봉지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그 앞쪽으로는 교자상 만한 종이박스가 줄지어 입을 벌리고 있다. 종이박스마다 종로 2가, 이대, 신촌, 연신내, 동대문... 배송지가 적혀 있다. 사무실이라고 하기에는 의류 공장에 가깝다. 전사지 기계는 사무실 한쪽 구석에 작은 교자상 만한 크기로 놓여 있다. 무늬 없는 반팔티를 펼쳐 전사지 기계 위에 놓는다. 가슴 부위를 정중앙에 놓고 구김이 없도록 잘 펼친다. 전사지를 가슴 부분에 놓고 기계 윗부분 손잡이를 끌어당겨 전사지 위에 내리누른다. 시간이 조금 지나 알람이 울리면 기계 윗부분을 밀고 반팔 티를 옆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