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라!
백정은 남의 집 문지방 너머로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못한다. 백정 집안은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백정이라는 이유로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서 쫓겨날 수 있고, 여인숙에서도 쫓겨 날 수 있다. 백정은 보통사람과 같은 묘지에 묻힐 권리가 없다. 백정은 사람이 아니다. 백정은 사족, 네 발 달린 짐승이다!
주인공 세가와 우시마쓰는 백정이다. 아버지는 세상에 나가 출세하려는 백정 자식의 비결-유일한 희망, 유일한 방법, 그것은 오직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숨기는 것은 죽고 사는 문제다. 젊은 우시마쓰는 사범대학을 나오고 유능한 교사로 인정받고 있기에 어떤 경우에도 이 소중한 훈계만은 깨뜨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노코 렌타로도 백정이다. 우시마쓰보다 이른 시기에 같은 사범대학을 다녔다. 학교에서 백정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출신성분을 고백하고 학교를 떠난다. 스스로 백정임을 드러내며 책을 쓰고 있다. 우시마쓰는 렌타로의 책을 애독했는데, 렌타로의 글은 우시마쓰에게 깊은 감동을 주어 새로운 세계로 인도되는 느낌을 갖게 하였고, 백정이라는 자기 분열이 어느 사이엔가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사망 소식에 우시마쓰는 고향으로 향한다. 고향 가는 차편에서 지방 유세하러 가는 정치가와 동행한 렌타로를 우연히 만난다. 우시마쓰의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진다. 렌타로, 선배에게만은 얘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서로 같은 운명을 나누고 싶은 간절함이 일어난다. 렌타로는 우시마쓰의 고향에도 들르고 우시마쓰와 시간을 가진다. 돌아오는 시간까지 몇 차례의 대면이 있었지만 우시마쓰는 얘기하지 못한다. 우시마쓰는 울고 싶을 정도로 슬퍼진다. 자신의 거짓됨에 한없이 부끄러워한다.
학교 교사 중 백정이 있다는 소문이 떠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백정이 누군지에 대해 얘기가 무성하다. 몇몇 교사들 가운데 우시마쓰가 백정이라는 소문이 커지게 된다. 한편, 이노코 렌타로는 유세를 하기 위해 들르는데, 유세 도중 폭행을 당하고 죽게 된다. 우시마쓰는 렌타로에게 고백할 기회를 영영 잃고 만다. 이제 우시마쓰는 파계할 작정이다. 아버지의 훈계를 버릴 것이다. 지금까지의 자기는 죽은 것이다. 렌타로 선배가 그런 것처럼 한 명의 백정으로 살 것이다. 우시마쓰는 학생들에게 고백하고 떠난다. 학생들과 몇몇 교사가 응원해 주고 렌타로의 부인과 정치가의 도움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생각과 감정)
*우시마쓰의 괴로움은 매우 깊다. 그런 만큼 고백은 너무 어렵다. 깊은 만큼 높은 자의식과 용기가 필요하다. 우시마쓰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괴로움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하지만, 고백은 필요 없다. 용기도 필요 없고 자의식만 갖추고 있으면 된다. 세상이 좋아진 점 가운데 한 가지다.
*시마자키 도손의 출생은 1872년 3월 25일, 나도 3월 25일이다. 리스본&포르투 서점에서 생일 상자를 샀다. 그래서 만나게 되었다. 낯선 만남. 낯선 즐거움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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