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쓰기

우리 동네 우리 말 이름 알아보기

밭알이 2022. 5. 4. 21:55

  중국글자 말이 아닌, 일본말, 서양말도 아닌 내가 사는 이곳의 우리말 이름을 알아보고 싶다.

  집에서 출퇴근하는 지하철역은 '돌곶이역'이다. '돌곶이'는 서울지명사전에 '성북구 석관동에 있던 마을로서, 인근 천장산의 한 맥이 수수팥떡이나 경단을 꽂이(꼬챙이)에 꽂아 놓은 것처럼 검은 돌이 박혀있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 돌곶이마을, 돌곶이말, 돌곶이능마을, 돌곶이능말, 석관동으로도 불렸다'고 나온다. 또는 우이천이 이곳을 흐르면서 지형이 곶이 되어 물이 돌아 흐르면서 돌곶이라는 땅이름이 생겼다고도 한다.
  '돌곶이'의 유래를 보면 동쪽의 천장산과 산줄기와 군데군데 놓여진 돌의 모습까지 상상이 된다. 기막힌 은유의 표현이다. '-말'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을'의 준말로 보인다. '-능 마을'은 천장산 자락에 의릉이 있어 '능'이 더해진 게 아닐까? 석관동 동명은 돌곶이를 음역 하여 중국글자 이름으로 표기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1895년에 '석관리'라는 동명으로 처음 나타난다고 하니 '돌곶이'마을이 '석관'동이 되었고, 지하철역은 유래를 따라 돌곶이역이 된 것일 게다. 지하철역으로라도 우리말을 되찾았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가 사는 곳은 '장위동'이다. '장위동'은 조선 초부터 한성부에 속했다. 갑오개혁 때 한성부 동서 인창방 동소문 외계 장위리라고 하였다. 이 지역은 웃말, 아랫말, 영덕굴, 간대마을, 활량리 등 5개의 자연마을이 합쳐진 것이라고 한다. 동 이름은 마을 뒤에 있는 장위산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다른 유래로는 고려 시대 때 이름난 관리가 이 마을에 살았기 때문에 장위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장위고개라고 있는데, 성북구 상월곡동에서 장위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다릿굴(월곡)에서 장위로 넘어가는 고개인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다릿굴고개, 우장현이라고도 했다.


  장위산은 어디일까? 월곡산일까. 북서울 꿈의 숲일까. 아니면 집들이 자리 잡고 있는 높은 언덕일까. 웃말은 윗 쪽 마을일 테니 장위1동 정도 되겠고, 상월곡동에서 장위1동으로 넘어가는 장위로가 장위고개, 다릿굴고개일 듯하다. 내가 살고 있는 우이천 옆 장위3동은 5개 마을 중 어디일까? 어감으로 그냥 '활량리' 아닐까 싶다. 옆 동네 다릿굴은 천장산의 형세가 마치 반달과 같다고 하여 그 산에 접해있는 마을을 '다릿굴(골)'이라 했는데 '월곡'이 되고 최근 어떤 아파트 이름은 '루나밸리'가 되었다. 우리말 이름의 두드러지는 바뀜 보기다.

<벼루말교에서 본 북쪽 모습>
<벼루말교에서 본 북쪽 모습>

 동쪽으로 우이천이 있는데, 가장 가까운 다리가 '벼루말교'다. 노원구 월계동에 연못이 있었다는데, 전체적인 모양이 벼루처럼 보인다 하여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 동쪽의 하계동을 붓골, 동남쪽의 묵동을 먹골이라 하여 문방사우 가운데 셋이 모여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일대에서 문재가 나올 것이라는 예견도 있다. '-교'를 붙이니 입으로 꺼내기 어색하다. '벼루다리' '벼루말다리'로 하니 입소리가 편하다. 우리말 이름이 온전해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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