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 30

신선 단어채집 노트 1

가뭇없이 전혀 안 보여 찾을 길이 없이 갑자르다 1. 힘이 들거나 뜻대로 되지 아니하여 낑낑거리다 2. 말을 하기가 어렵거나 거북하여 주저하며 낑낑거리다 강파르다 까다롭고 괴팍하다 갸우듬하다 비스듬히 조금 기운 듯하다 겨끔내기 서로 번갈아 하기 고리삭다 젊은이다운 활발한 기상이 없고 풀이 죽은 늙은이 같다 군단지럽다 좀 다랍고 지저분하다 날파람 1. 어떤 물체가 빠르게 지나갈 때 그 서슬에 이는 바람 2. 빠르고 날카로운 기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너름새 넉살 좋고 시원스럽게 말로 떠벌려 일을 주선하는 솜씨, 일을 멋있고 능란하게 해내는 재주 넌덕스럽다 능청맞게 너스레를 떠는 태도가 있다 늘비하다 여기저기 늘어서 있거나 놓여 있다 달뜨다 흥분되어 들썽거리다 되작거리다 이리저리 살짝 들추며 자꾸 뒤지다 ..

단어채집

그대의 생각이나 마음을 글로 전달하고 싶은데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안타까움으로 벽에 머리를 짓찧어보지만 머리만 아플 뿐 부족한 어휘력이 보충되지는 않는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대부분 글쓰기를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라, 비결이 있다. 먼저 자기 몸에서 적절한 단어를 찾아보자. 반드시,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가급적이면 생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머리 - 대가리, 대갈통, 대갈빡, 골, 뇌, 대뇌, 소뇌, 작은골, 큰골, 전두엽, 후두엽, 대뇌피질, 꿈, 정수리, 백회, 가마, 가르마 등(생략) 머리에 속한 관계어 - 모자, 왕관, 가체, 가발, 어여머리, 고깔모자, 중절모, 벙거지, 밀짚모자, 야구모, 갓, 투구, 털모자, 베레모 등(생략) 얼굴 - 낯짝, 주름살, ..

생어와 사어

단어에는 생어와 사어가 있다. 생어는 오감을 각성시킨다. 오감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말한다. 그대가 아직 글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습득하지 못했다면 될 수 있는 대로 생어를 많이 사용하도록 하라. 생어는 글에 신선감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달빛, 물비늘, 주름살, 흉터는 시각적인 단어고 천둥, 재채기, 자명종, 피리는 청각적인 단어고 누룩, 비린내, 박하, 나프탈렌은 후각적인 단어다. 모래, 양탄자, 톱날, 솜털은 촉각적인 단어고 꿀물, 고추장, 솜사탕, 소금은 미각적인 단어다. 다시 말하자면 생어는, 눈을 자극하고 귀를 자극하고 코를 자극하고 피부를 자극하고 혀를 자극하는 단어다. 물론 대부분의 단어들이 두 가지 이상의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대표적인 감각..

'언어의 묘미'의 예, 바다의 일출 - 이외수 편

도시를 벗어나니 곧 차창 밖으로 바다가 내다보였다. "아!" 하고 감탄하면서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것은 일찍이 눈으로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거대하고 충격적인 괴물이었다. 시커먼 등 비늘을 번들거리며 새벽 미명 속에 가로누워 꿈틀거리고 있었는데 도대체 어디가 머리이고 어디가 꼬리인지 분간할 수 조차 없을 정도였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면서 그 괴물은 차츰 형태를 자세히 드러내기 시작했고 나는 그야말로 광대무변이라는 것을 피부로 직접 실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일출이고 뭐고 우선 생전 처음 보는 바다의 모습에 매료되어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다. 이게 바다로구나, 이게 바다로구나, 마음 속으로 자꾸 그렇게만 되뇌고 있었다. 하늘이 서서히 붉어지고 있었다. 하늘의 빛깔에 따라 바다..

'언어의 묘미'의 예 - 이외수 편

O 때때로 바람의 완강한 팔뚝에 머리채를 움켜잡힌 채 한 줄로 서서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버티고 있는 가로수들, 이따금 날개를 접질리운 새들처럼 휴지들이 높이 솟구쳤다간 곤두박질을 치고 있었다. O 내 잠의 막은 언제나 얇고도 희미해서 현실과 잠사이에 가로놓인 한 장의 미농지 같았다. 비록 잠들어 있는 상태라 해도 항시 잠 바깥에 있는 것들이 막연하게 잠 속에 비쳐 들어와 어른거리곤 했다. O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한없이 풍성하게 부풀어올라 햇빛 속에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새로 따낸 목화송이를 잘 손질해서 하늘에 가득가득 쌓아놓은 것 같았다. 나는 그 푹신한 곳 깊숙이 뛰어들어 끝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O 비는 아주 지리한 소리로 땅을 적시고 있었다. 영원히 그 템포를 잃지 않고 지리하게지리하..

'감정이입'의 예

소설을 읽을 때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인문교양서나 과학책 저자에게도 감정을 이입할 수 있어요. 1장에는 최초로 지구의 크기를 측정하는 데 성공한 인물이 나옵니다. 2,200년 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관장이었던 에라토스테네스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몇 가지 가설과 논리적 추론, 원시적인 거리 실측, 그리고 간단한 기하학 지식을 활용해서 지구 둘레가 4만 킬로미터 정도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간단하게 요약해 보겠습니다. 1. 태양은 아주 멀리 있기 때문에 태양빛은 지구 표면 전체에 평행으로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2. 하지인 6월 21일 정오 시에네라는 곳에는 수직으로 꽂은 막대기에 그림자가 없는데 알렉산드리아에는 그림자가 생기는 것으로 보아 지구는 둥글다고 보아야 한다. 3. 하인을..

언어의 동작으로 소설 쓰기

소설이란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가. 나는 전혀 모르겠다. 옛날에 써놓았던 것들은 모두 태워버렸다. 모두 남의 흉내가 아니면 내 겉멋 들린 관념의 유희에 불과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야기만으로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와의 치열한 투쟁 끝에 얻어낸 자기만의 실로써 자기만의 무늬를 놓아 비단을 짜고 그것을 정교하게 바느질해서 인간에게 입혀놓았을 때, 반드시 그 인간이 어떤 의미로든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었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나 기구한 운명 따위야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 이상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 한 줄의 시, 한 악장의 심포니, 또는 한 폭의 그림따위들은 결단코 설명되어 지거나 해석되어서는 안 되며 다만 느끼어지는 것이라고 ..

자기다운 글쓰기

우리들 각자가 지닌 생각은 때로 속박이 된다. 살아가려면 세상을 이해해야 하고, 세상을 이해하려면 생각의 틀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어떤 '이즘'의 지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어떤 '주의'를 받아들여 사용하면서도 거기 속박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관을 믿는 것'이다. 어떤 '주의'나 원칙이나 교조보다 마음이 내는 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도덕적 미학적 직관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한다. 이념은 세상을 바라보는데 유용한 인식의 틀이지만, 사람의 생각을 속박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글 쓰는 사람이 미학적 열정을 자유롭게 발현하려면 어떤 도그마에도 예속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서 상투적인 생각과 태도를 지니고 있다. 고정관념, 선입견, 이념적 교조에 지배당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