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팔과 용이 걷는다. "용아." "음." "아무래도 시일이 좀 걸리겠제?" "가봐야 알겄지마는 일찍 오믄 머하겄노. 용정에는 아직 집일이 한창일 기고 품 좀 팔다가 산에 들어갈 시기쯤 해서 오든가." "여기도 품일이야 얼매든지 있지. 웬만하믄 추석은 여기 와서 쇄라." "가봐서." 한참 동안 말없이 걷다가 영팔이 입을 연다. "나는 니가 온다니께 이자는 살 성싶다. 우떡허든지......" "......" "뻬가 빠지는 한이 있어도 돈 모아서 고향 가야제. 맘 겉에서는 빌어묵으서라도 가자......하로에도 몇 분 그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이 험한 고장에 와서 돼지겉이 살믄서 되놈들 종 노릇까지 할라 카니, 지금 생각하믄 그때가 청풍당석이던 기라." "그렇지마는 고향 돌아가는 일이 그리 쉽겄나. 조가 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