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글쓰기/토지 속 인생이야기 30

7 김서방댁의 입방아

날로 여위어가는 삼월이를 두고 김서방과 김서방댁이 한밤 중에 대판으로 한번 싸웠다. 불을 끄고 자려는데, "그눔우 가시나 지 푼수에 그 양반 소실 될라 캤던가? 쇠는 짧아도 침은 질게 뱉는다 카더마는, 지 주제에 돌이나 복이나 끼어 맞추어 주는 대로 기다리고 있일 일이지, 낯짝 반반하다고 넘친 생각을 한 기지." "허 참 시끄럽거마는, 잘라 카는데." 김서방은 이불 속에서 혀를 두들겼다. "아 내 말이 그르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치다보지도 말라 캤는데, 사나아들이사 열 계집 싫다 하까? 그 생각을 못하고 지 신세 지가 조졌지." "이 소갈머리 없는 늙은 것아! 삼월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나. 그저 말이라믄 사죽을 못 쓰니께 어이 그만." 김서방은 돌아누웠다. "와요? 이녁 무신 상관 있소?" "......

5 용이네 제사

제삿날 밤, 내외는 목욕재계하고 제상을 차렸다. 한지를 깐 제상에 괸 제찬은 조촐했다. 지방을 모셔놓고 의관을 차려입은 용이 분향을 하고 재배한 뒤 자리에 꿇어앉았다. 소복한 강청댁이 술을 따라 내미는 잔을 두 손으로 받은 용이는 모사에 세 번 따르고 술잔을 강청댁에게 넘긴다. 강청댁이 술잔을 제상 위에 올려놓고 정저 하는 동안 용이 다시 재배한다. 축문을 읽고 강청댁이 두 번째 잔을 올리고 종헌한 뒤 첨작하고 나서 강청댁은 메 그릇의 뚜껑을 열었다. 메에다 수저를 꽂는다. 용이와 강청댁은 제상 밑에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다. 강청댁의 작은 어깨가 물결쳤다. 소리를 내지는 않았으나 전신으로 울고 있었다. 제상에는 촛불이 흔들리고 있었다. 지방과 축문을 불사르고 제수를 물릴 것도 잊은 두 내외는 양켠으로 갈..

4 간난할멈의 장례

간난할멈의 장례날은 쾌청했다. 나이 어려 굴건제복 대신 천태를 두르고 도포 입은 영만이를 위시하여 두만아비와 두만이, 최참판댁 사내종들은 두건을 썼고 두만어미, 계집종들은 먹댕기에 북포 치마를 입었다. 음식을 많이 차려 마을 사람들이 배불리 먹었으며 만장이 여러 개 바람에 나부꼈다. 열 두 상여꾼이 멘 상여, 상두채에 올라서서 앞소리를 하는 서서방의 가락은 여전히 아낙들을 울려놓았다. 제 설움에 울고 인간사가 서러워 울고 창자를 끊는 것 같이 가락과 구절이 굽이쳐 넘어가고 바람에 날리어 흩어지는 상두가에 눈물을 흘린다. 어하넘 어하넘 어나라 남천 어하넘 명정공포 우뇌상에 요령 소리 한심허다 멀고 먼 황천길을 인지 가면 언제 오리 상여는 개울을 넘을 때 멈추었다. 다리가 아파 못 가겠고 개울을 넘는데 망령..

3 함안댁의 인연이야기

함안댁은 팔짱을 끼었다. "이런 얘기가 있지." 침을 한 번 삼켰다. 이렇게 되면 함안댁 입에서는 긴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옛적에 어느 재상가에 사기장수가 하룻밤을 묵어 갔더라네. 그런데 다음 날 사기장수가 떠난 뒤 재상 부인도 온데간데 없어지고 말았지. 사기장수를 따라 도망을 친 거라. 재상은 망신스럽기도 했으나 그보다 더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식음을 전폐하고 생각했으나 세상에 기러울 게 없는 재상 부인이 사기장수를 따라간 연유를 알 간이 없었더라네. 그래서 재상은 벼슬을 내려놓고 부인을 찾아 그 연유나 알아보아야겠다고 팔도 방랑길을 떠났는데, 어느 날 깊은 산골에 이르러 해는 떨어지고 길은 더 갈 수 없고 해서 마침 외딴 수숫대 움막집을 찾아 들어갔더라네.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 ..

2 마을 아낙들의 말 맛

두만네 집에 들어섰을 때 우리 안의 돼지가 코를 불었다. 우우-짖으며 개가 쫓아 나왔다. "복실아, 나다, 나아." 개를 쫓고 한 손으로 마룻바닥을 짚으며 마루에 올라간 강청댁, "일이 우찌 됐는고 모르겄네, 성님?" 방문이 안에서 털거덕 열렸다. 등잔불 아래 아낙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두만네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서 오니라, 동생아." "할 일 없이 바빠서...... 일이 끝났소?" 방 안으로 들어간 강청댁이 방문을 닫았다. 등잔불이 흔들리고 아낙들의 얼굴도 흔들린다. "일찍이 오네." "꼭두새벽에 오니라고 욕본다." "새벽달 보자고 초저녁부터 오나." 한마디씩 핀잔이 날아왔다. 두만네 시어머니의 수의 짓는 날이었던 것이다. 일은 다 끝난 모양으로 아낙들은 모두 입을 모으고 앉아 있다. 강청댁은..

1 봉순이의 노래

봉순이는 연못 속에 퐁당퐁당 돌을 넣으면서 흥얼거리고 있었다. 하늘은 유리알같이 맑게, 햇빛이 그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삼월아! 나 업어주어." 서희가 쫓아왔다. "그러지요, 애기씨." 삼월이는 얼른 툇마루에서 일어나 서희에게 등을 내밀었다. 삼월이는 서희를 업고 뜨락을, 왔다갔다 하면서 봉순이를 따라 흥얼흥얼하더니 뚝 끊는다. 봉순이는 더늠으로 심청가 중의 걸유육아의 대목을 부르고 있었다. 아가아가 우지마라 너의모친 먼데갔다 낙양동촌 이화정에 숙낭자를 보러갔다 황릉묘 이비한테 회포말을 하러갔다 너도너의 모친잃고 설움겨워 우느냐 우지마라 우지마라 너팔자가 얼매나좋면 칠일만에 어미잃고 강보중에 고생하리 우지마라 우지마라 해당화 범나비야 꽃이진다 설워마라 명년삼월 돌아오면 그꽃다시 피나니라 삼월의 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