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얼마에 내놓으셨지요?" 서희의 침묵이 깨어졌다. "집을 내어놓다니?" "......." "집문서는 언제든지 내줄 수 있고 명의변경도." "안 파시겠다, 그 말이구먼." "그, 그렇지." "그러면 만날 필요가 없지요." "굳이 그렇다면야," "굳이가 아니에요!" 서희 눈에서 불덩이가 떨어지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필요한 돈은 오, 오천 원인데," "오천 원에 내놓으셨군요." "......." "서류는 가져오셨나요?" "가, 가지고 있지." "유모." "예, 마님." "안방에 가서 머릿장 속에 있는 푸른 보자기를 가지고 오시오." "네." 유모가 나간 뒤, "고맙네, 고마워." 서희는 남쪽으로 트인 창문에 눈을 준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윽고 유모가 나타났다. 서희는 지폐 다발을 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