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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보호권'에 대해

유엔의 재난 경감 국제 전략(ISDR, International Strategy for Disaster Reduction)에 따르면 '재난(disaster)'이란 위해와 취약성이 합쳐진 것이다. '위해(hazards)'란 인명을 살상하거나 생계와 재산에 피해를 초래하고 사회*경제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현상 또는 조건을 말한다. 그런데 위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이에게 동일한 재난이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 위해가 가해진 대상의 취약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취약성(vulnerability)'이란 물리적*사회적*환경적*경제적 요인 때문에 어떤 집단이나 시스템이 위해 요인 앞에서 피해를 당하기 쉬운 상태 혹은 정황을 뜻한다. 똑같은 쓰나미가 덮쳐도 관광지 난개발로 하구 습지의 맹그로브 생태계가..

'마그나 카르타'에 대해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가 제정된 지 800년이 되었다. 인권의 기원을 어디서부터 잡느냐는 항상 논쟁거리이지만 적어도 근대적 의미의 인권은 '마그나 카르타'를 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마그나 카르타' 즉 '대헌장'은 역사 속에서 인권의 상징어가 되었고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대헌장'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총 63조로 이루어진 '대헌장'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원칙을 담은 문헌이 아니다. 불만 가득한 영주들을 달래기 위해 왕의 잘못을 시정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약속 이행 각서였다. 이 가운데 인권 발전 역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조항은 모두 다섯 개다. 1조는 영국(잉글랜드) 교회의 자유와 권리를 규정했다. 영국과 로마 가톨릭교회 간의 해묵은 애증..

<전태일 평전> 요약

피를 토하듯 진정으로 호소해 봤지만 거듭거듭 목메도록 두드려 봤지만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억압자는 굳고 완고하다. 기업주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청 관료들 또한 어떠한 관심도, 양심의 아픔도 느낄 수가 없다. 그들의 양심은 억압자의 생리와 관료주의의 타성으로 굳게 닫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권력의 윤리, 억압자의 속성인 것이다. 업주들과 근로감독관의 반복되는 회유와 방해 속에 전태일은 시위하는 방법 밖에 없음을 절감하고 죽음을 각오한다. 1970년 11월 13일 1시 30분경, 전태일은 근로기준법과 함께 분신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몇 마디 구호를 짐승의 소리처럼 외치다가 쓰러졌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정당한 차별'에 대해

인간은 존중받기를 원하고 남들과 동등하게 대접받고 싶어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고 기본적 차원에서 평등한 인간의 몫을 요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지 않을 때 사람의 인격과 인권은 땅에 떨어진다. 차별과 배제가 심각한 인권 침해인 이유는, 그것 자체가 사람에게 좌절과 열등감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차별에 근거한 정책을 시행하는 정치 체제는 인권 침해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히틀러 나치 정권의 사상 최악의 인권 유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의 극단적 인종 차별, 미국 남부 지역의 흑백 분리 정책 등 역사적 증거는 넘쳐나고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된다. '차별'이라는 용어는 '나누어서 별도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금지한다'는 대원칙을 살펴보..

'인권의 유래'에 대해

인권과 유사한 인도적 정신은 세계 여러 문명권과 종교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인간의 '권리'라는 개념은 서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서양에서 처음부터 'human rights'라고 한 건 아니다. 처음에 '자연권(natural rights)'이라 부르다 나중에 '사람(남성)의 권리(rights of man)'라고 쓴 적도 있었다. 토머스 페인이 1791년에 내놓은 의 원 제목은 'Rights of Man'이었다. 프랑스혁명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서도 남성형 '사람(homme)'이 쓰였다. 중립적으로 '인간(human)'이라는 말은 누가 맨 처음으로 썼을까? 여러 주장이 있지만 1849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에 'human rights'가 ..

30 강쇠와 피난민 안또병의 만남

한나절은 도끼와 톱을 꺼내어, 오막살이를 지을 나무를 베는 사나이를 도와 강쇠는 일을 했다. 나무를 찍다 말고 담배 한 대를 피우며, "형씨." "예." "나도 어지간하지마는 형씨도 어지간하요." "예? 와 그랍니까?" "여태 통성명이 없지 않소?" "앗, 참, 이거. 내 정신이 아닌갑소." "나는 김강쇠요." "예. 지는 안가고 이름은 또병입니다. 형씨 나이는 우찌됩니까?" "마흔다섯이오." "아이고, 그라믄 형님뻘이구마요. 지는 마흔하나올시다. 그라믄 앞으로 형님이라 부르겄소." 하더니 넙죽 절을 한다. "한창 일할 나이구마." "그러씨요. 사십이 넘어서 처가숙 데불고 길거리로 나왔인께 나일 헛묵은 거 아니겄소?" "거기보다 백배 천배 나은 사람도 나이 헛묵었다 하더마. 사람 사는 기이 다 그런갑소...

29 계명회 검거에 대한 임명빈의 관여

"변호사는? 작정 안 했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의논들을 해야 않겠습니까? 사건 하나에 여러 사람이 묶여 있으니까요." "그렇지. 나도 그 생각에서 찾아왔네만 누구든 주동하는 사람이 있어야겠고, 그러자면 내가 나설밖에 없겠기에." "형님이 말씀입니까?" "음." "그,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잡듯 영돈은 허둥지둥 말했다. "비용도 마련됐으니까 걱정 말구." "고, 고맙습니다." 영돈이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친구니까 나도 앉아 있을 수만 없지. 강도짓을 한 것도 아니겠고 사기 친 것도 아니겠고, " 서참봉댁에서 나오는데 임명빈은 갑자기 뒤통수를 치는 것 같은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머리통을 땅속으로 내리누르는 것만 같다. 집 앞 가까이 갔을 때 아내 ..

'세계 인권 선언' 이해하기

전문 우리가 인류 가족 모든 구성원들의 타고난 존엄성과, 그들의 평등한 권리 및 빼앗길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할 때, 자유롭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은 탓에 인류의 양심을 분노하게 한 야만적인 일들이 발생했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사람이 말할 자유, 신앙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의 등장이라고 우리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치게 되었다. 인간이 폭정과 탄압에 맞서,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 저항에 의존해야 할 지경에까지 몰리지 않으려면 법의 지배로써 인권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 오늘날 여러 나라 사이에서 친선 관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이 참으로 필요해졌다. 유엔에 속한 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