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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요약

밭알이 2023. 2. 10. 12:00

   피를 토하듯 진정으로 호소해 봤지만 거듭거듭 목메도록 두드려 봤지만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억압자는 굳고 완고하다. 기업주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청 관료들 또한 어떠한 관심도, 양심의 아픔도 느낄 수가 없다. 그들의 양심은 억압자의 생리와 관료주의의 타성으로 굳게 닫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권력의 윤리, 억압자의 속성인 것이다.
  업주들과 근로감독관의 반복되는 회유와 방해 속에 전태일은 시위하는 방법 밖에 없음을 절감하고 죽음을 각오한다. 1970년 11월 13일 1시 30분경, 전태일은 근로기준법과 함께 분신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몇 마디 구호를 짐승의 소리처럼 외치다가 쓰러졌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어머니, 내가 못다 이룬 일 어머니가 꼭 이루어주십시오...' 어머니와 동료들의 다짐을 받은 후 마지막 말을 내뱉는다. '배가 고프다...'

  <전태일 평전>은 1부 어린 시절, 2부 평화시장의 괴로움 속으로, 3부 바보회의 조직, 4부 전태일 사상, 5부 투쟁과 죽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태일은 항상 굶주려 있는 허기진 배, 항상 지칠 대로 지쳐 있는 몸과 마음, 부유한 사람들의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거부당한 소외감으로, 22년 평생을 밑바닥 인생으로 살았다. 17살이 된 1965년 가을, 전태일은 평화시장에 시다로 취직했다. 14시간 노동에 일당 50원, 한 달 월급은 1500원, 기막힌 저임금이었다. 그 당시 업주들은 평화시장주식회사라는 동맹기구를 통해 저임금 기업연합을 형성하였고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태일은 가혹한 노동에 매여있는 어린 여공들에 대한 연민과 고뇌 중에 근로기준법을 접한다. 지식을 구걸하며 홀로 외로이 저항의 길로 들어선다.

  무의미하게. 내가 아는 방법 그대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이외에는 무아지경이다. 아니 내가 하고 있는 일 자체도 순서대로, 지금 이 순간에 해야 될 행동만이 질서 정연하게 자동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의 나는 일의 방관자나 다름없다. 내 육신이 일을 하고,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때까지의 육감과 이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몇 인치 몇 푼을 가리키는 것이다. 다 긋고 나라시가 되고, 다 되면 또 재단기계를 잡고 그은 금대로 자르는 것이다. 누가 잘랐을까? 이렇게 생각이 갈 때에는 역시 내가 잘랐다. 왜 이렇게 의욕이 없는 일을 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렴풋이 생각이 확실해질 때는 퇴근시간이 다 될 때이다. 세면을 하고 외출복을 바꿔 입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오면 밥상이 기다리고 있다. 밥을 먹고 몇 마디 지껄이다가 드러누으면 그걸로 하루가 끝나는 거다-1967년 3월 일기에서.

  전태일은 소외된 노동이 가져다주는 좌절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 동안 절망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냉혹한 현실과 정면으로 싸우고, 현실을 바꿀 것을 확고하게 결심하게 되었을 때 좌절과 절망을 극복하고 의욕을 되살려내고, 삶을 보람을 갖게 되었다. 전태일의 외침은 그래서 '인간선언'인 것이다. '나도 인간이다!'라고 외친 것이다.

  이 책은 분신 사건 14년 후인 1983년 6월에 출간되었다. 책 발간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었다. 문공부의 '판매금지' 조치, 출판기념회 원천 봉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연금 등 당국의 탄압이 있었다. 지은이를 밝히지도 못했었다. 7년이 지난 1990년 12월 개정판을 내며 지은이를 밝혔다. 지은이는 조영래 변호사였다. 수배생활 중에 3년여에 걸쳐 집필했다고 한다. 1976년 여름으로 분신 사건 5년 후였다.
  조영래 변호사는 노동자의 친구가 되어 전태일의 죽음을 되살려내어 헛되지 않게 했다. 유시민은 <나의 한국현대사>에서 이소선여사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이소선 여사는 2011년 타계할 때까지 40년 세월을 노동자의 어머니로 살았다.' 물론, 전태일이 이루고 싶은 세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 라디오 방송 사연을 들었다. 50세 여성의 사연인데, 13세 때 경험한 시다일에 대한 이야기다. 가정집 같은 곳에서 기숙생활을 하며 새벽까지 일했다고 한다. 하루는 일이 많아 밤을 꼬박 새우고 동터오는 새벽을 맞게 되었다. 차고 습한 새벽하늘이 주는 느낌을 추억하고 뿌듯해하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한 달을 일해서 7만 원을 받았다. 개략 계산해 보니 1986년 즈음이다. 1970년 3천 원이 16년이 지나 7만 원이 되었으니 연평균 20퍼센트가 넘는 상승이었다. 놀라야 하는가. 정말 놀라야 할 것은 16년이 지난 후에도 노동착취는 계속됐다는 점 아닌가!
*나의 모친은 1938년 생이다. 전태일은 1948년, 나는 1969년 생이다. 전태일처럼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은 것에 감사하다. 그리고, 전태일과 이름이 한 끗 차이다. 눈이 어둡거나 발음이 강한 사람들은 나를 '태일'로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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