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은 도끼와 톱을 꺼내어, 오막살이를 지을 나무를 베는 사나이를 도와 강쇠는 일을 했다. 나무를 찍다 말고 담배 한 대를 피우며,
"형씨."
"예."
"나도 어지간하지마는 형씨도 어지간하요."
"예? 와 그랍니까?"
"여태 통성명이 없지 않소?"
"앗, 참, 이거. 내 정신이 아닌갑소."
"나는 김강쇠요."
"예. 지는 안가고 이름은 또병입니다. 형씨 나이는 우찌됩니까?"
"마흔다섯이오."
"아이고, 그라믄 형님뻘이구마요. 지는 마흔하나올시다. 그라믄 앞으로 형님이라 부르겄소."
하더니 넙죽 절을 한다.
"한창 일할 나이구마."
"그러씨요. 사십이 넘어서 처가숙 데불고 길거리로 나왔인께 나일 헛묵은 거 아니겄소?"
"거기보다 백배 천배 나은 사람도 나이 헛묵었다 하더마. 사람 사는 기이 다 그런갑소."
"말씸 낮추시지요."
"차차 그렇기 안 되겄소. 자아, 일이나 합시다."
"이자 지 혼자 해도 될 긴데요."
"나도 오늘은 별로 할 일이 없인께 거들어주는 기요. 차차 산의 생활도 하다 보믄 익을 기고, 숯 굽는 법도 배우고 짐승 잡는 법도 배우고, 약초도 캐믄 살림에 조금은 보탬이 될 기요. 여기는 대개 이녁겉이 도망온 사람들이 많은께 들어오기가 어럽지 일단 들어오고 나믄 명 보전은 할 수 있소."
"예. 신령님이 도와주신 거로 생각합니다. 아이 에미도 피가나게 살것다 하더마요. 다시는 사람 사는 마을에는 안 가고 칡뿌리를 캐 묵어도 남우 농사짓지 말자 하더마요."
구덩이를 파서 개울의 자갈을 담아다 붓고 낫으로 대강 껍질을 벗겨낸 기둥을 묻은 뒤, 기어이 필요한 곳에만 강쇠가 내놓은 대못을 몇 개 박고 칡넝쿨로 기둥과 지름나무를 얽어맨다. 그리고 해 넘어가기 전에 지붕의 서까래가 올라갔다.
토지 11권 440쪽 발췌
'요약글쓰기 > 토지 속 인생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 호호야 주갑의 모습 (0) | 2023.06.08 |
---|---|
29 계명회 검거에 대한 임명빈의 관여 (1) | 2023.01.30 |
28 여자여서 받는 질시와 한탄 (1) | 2022.12.30 |
27 명희와 상현, 때 늦은 사랑고백 (0) | 2022.12.26 |
26 이십년만의 평사리 추석 잔치 (2) | 2022.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