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글쓰기/토지 속 인생이야기

29 계명회 검거에 대한 임명빈의 관여

밭알이 2023. 1. 30. 12:00

  "변호사는? 작정 안 했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의논들을 해야 않겠습니까? 사건 하나에 여러 사람이 묶여 있으니까요."
  "그렇지. 나도 그 생각에서 찾아왔네만 누구든 주동하는 사람이 있어야겠고, 그러자면 내가 나설밖에 없겠기에."
  "형님이 말씀입니까?"
  "음."
  "그,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잡듯 영돈은 허둥지둥 말했다.
  "비용도 마련됐으니까 걱정 말구."
  "고, 고맙습니다."
  영돈이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친구니까 나도 앉아 있을 수만 없지. 강도짓을 한 것도 아니겠고 사기 친 것도 아니겠고, "
  서참봉댁에서 나오는데 임명빈은 갑자기 뒤통수를 치는 것 같은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머리통을 땅속으로 내리누르는 것만 같다.

  집 앞 가까이 갔을 때 아내 백씨가 밖을 내다보고 서 있었다.
  "임자, 왜 나와 있소."
  "어디 가셨더랬어요?"
  "서참봉댁에,"
  "아침나절에 형사들이 다녀갔었나 봐요."
  "그랬다더군."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그런 일 뭣 때문에 생각하나."
  "잊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어머님이랑 그릇 닦던 생각이 났어요."
  "쓸데없는 소리, 들어갑시다."
  "혹시......."
  "혹시?"
  "당신이 관련된 건 아니겠지요?"
  "걱정 마오. 내 나이 몇인데? 교장이 그런 푼수 없는 짓 하겠소?"
  두 팔을 뻗고 압력을 떠밀어보고 싶던 방금 느낀 충동을 생각하며 명빈은 헤아릴 수 없는 비애를 느낀다.
  '처성자옥이라 하던가? 허허헛.......'
  "그럼 서참봉댁에 뭣하시러 가셨어요?"
  안 하려고 참다가 하는 말 같았다.
  "당연히 가봐야잖소? 당신도 틈나는 대로 가보시오. 가서 위로도 해드리고."
  "저야 매일 간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하지만 당신은 삼가십시오."
  "허허어?"
하다가 명빈은 아내를 떠밀듯 냉담한 몸짓을 하며 사랑으로 들어와 버린다.

 

*처성자옥 : 처는 성이고 자식은 감옥이라는 뜻으로, 아내와 자식이 있는 사람은 그들에게 얽매여 다른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

 


                                                                         토지 11권 202쪽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