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작정 안 했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의논들을 해야 않겠습니까? 사건 하나에 여러 사람이 묶여 있으니까요."
"그렇지. 나도 그 생각에서 찾아왔네만 누구든 주동하는 사람이 있어야겠고, 그러자면 내가 나설밖에 없겠기에."
"형님이 말씀입니까?"
"음."
"그,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잡듯 영돈은 허둥지둥 말했다.
"비용도 마련됐으니까 걱정 말구."
"고, 고맙습니다."
영돈이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친구니까 나도 앉아 있을 수만 없지. 강도짓을 한 것도 아니겠고 사기 친 것도 아니겠고, "
서참봉댁에서 나오는데 임명빈은 갑자기 뒤통수를 치는 것 같은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머리통을 땅속으로 내리누르는 것만 같다.
집 앞 가까이 갔을 때 아내 백씨가 밖을 내다보고 서 있었다.
"임자, 왜 나와 있소."
"어디 가셨더랬어요?"
"서참봉댁에,"
"아침나절에 형사들이 다녀갔었나 봐요."
"그랬다더군."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그런 일 뭣 때문에 생각하나."
"잊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어머님이랑 그릇 닦던 생각이 났어요."
"쓸데없는 소리, 들어갑시다."
"혹시......."
"혹시?"
"당신이 관련된 건 아니겠지요?"
"걱정 마오. 내 나이 몇인데? 교장이 그런 푼수 없는 짓 하겠소?"
두 팔을 뻗고 압력을 떠밀어보고 싶던 방금 느낀 충동을 생각하며 명빈은 헤아릴 수 없는 비애를 느낀다.
'처성자옥이라 하던가? 허허헛.......'
"그럼 서참봉댁에 뭣하시러 가셨어요?"
안 하려고 참다가 하는 말 같았다.
"당연히 가봐야잖소? 당신도 틈나는 대로 가보시오. 가서 위로도 해드리고."
"저야 매일 간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하지만 당신은 삼가십시오."
"허허어?"
하다가 명빈은 아내를 떠밀듯 냉담한 몸짓을 하며 사랑으로 들어와 버린다.
*처성자옥 : 처는 성이고 자식은 감옥이라는 뜻으로, 아내와 자식이 있는 사람은 그들에게 얽매여 다른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
토지 11권 202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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