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손가락이 끌려갔다. 욕실 앞 콘센트에. 콘센트의 스위치가 고장 났다. 헤어드라이기 전원선 플러그가 늘 꽂혀 있는 콘센트다. 평상시에는 대기전력을 줄여 보려고 전기를 끊어 놓는다. 스위치는 몽땅 연필심만 한 두께로 콘센트 아랫부분에 돌기처럼 달려있다. 스위치는 두 개가 있는데 전원 스위치를 한 번 눌러 녹색이 되면 전기가 연결된다. 그 전원스위치가 삐뚜름하게 자리에서 벗어나 버린 것이다. 이곳에 온 지 3년 하고 8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아침저녁으로 허구한 날 눌러대니 못 버틴 모양이다. 고장이 더 생기면 곤란해진다. 조심스레 전원스위치와 자동스위치를 번갈아 눌러 빨간불이 나오게 했다. 그렇게 하면 전기는 계속 공급된다. 더 이상 스위치를 눌러댈 필요가 없어진다. 이렇게 설정한 지 한 달이 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