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밖 골목 상현이 거처하는 집에 억쇠가 찾아왔다. 마음과 몸이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다. 상현이 소식 없는 것에 화가 나서 악을 쓰지만 이내 호소 조로 나온다. 격하고 편협한 상현의 성질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삼월의 만세 시위가 상현의 눈앞을 지나간다. 시위군중 속에서 서의돈과 눈물을 나누고 '조선 놈들 제법이다' '독립되는 날에 밟혀 죽읍시다!'라고 외쳤었다. 이제 서의돈은 상해로 가버리고 독립운동의 불씨는 잦아들어 버렸다. 상현은 해외의 뭇 단체나 독립투사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 상현은 자신에게도 절망하여 수렁에 빠져 있다. 전라도의 갑부 아들 전윤경을 따라 전주에 내려간다. 전주에 봉순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행한 것이다. 기화의 집을 알아내 기화의 처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동짓달 강바람을 따라 두만 아비가 어기적어기적 걸어오는 두만네를 기다린다. 영팔의 둘째 아들 제술의 혼인 잔치에 가는 길이다. 두만이 집에 들러 가려한다. 점방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두만이의 작은마누라 쪼깐이가 놀라며 일어난다. 비빔밥 가게는 누가 보냐고 두만네가 힐책한다. 두만이 불쾌해한다. 두만네는 본 계집을 설 명절에나 볼까 말까 하는 두만이가 맘에 들지 않는다. 남편을 본댁에 보내지 않는 것 외에는 헌신적인 쪼깐이. 두만이는 그런 쪼깐이를 두둔한다. 혼인 잔치에 가는 것도 두만이는 마땅찮아한다. 사업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하는 두만이 말에 부자간 시비가 일어나고 늙은 내외는 휘적휘적 걸어 나간다.
요사이 항상 그랬지만 홍이는 집에 가지 않을 작정이다. 지긋지긋하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쓸어버리고 물어뜯어 버리고 싶다. 줄곧 밤길을 헤매고 다닌다. 술집 계집들에게 끌리는 마음과 야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장이를 기다리려는 마음으로 번잡하다. 근태, 삼석이, 친구를 만나 술자리를 갖는다. 술을 먹다가 잠을 자다가 홍이는 갑자기 뭣에 화가 났는지 삼석이 얼굴에 침이라도 뱉듯이 뇌까린다. 근태도 발끈하고 삼석의 '근본은 못 속인다'는 말에 홍이는 '망설일 것 없다!'. 삼석이 입을 다물지만 홍이는 '대신 말해줄까? 살인죄인의 여핀네...' 꺼내버린다. 시비도 화해도 못한 채 어정쩡한 상태로 새벽에야 드러눕는다.
울타리가 없는 오막살이, 살구나무에 목을 매 죽은 바로 그 장소. 관수가 마당에 성큼 들어선다. 한복을 만난다. 한복은 이제 처자식도 있다. 관수의 행적을 굳이 알려하지 않는다. 한복은 형에 대해 물어보고, 관수는 만주에 다녀오길 권한다. 한복의 형, 거복이가 만주 일대에서 행실이 어떤지 얘기한다. 관수는 거복이를 방패 삼아서 군자금 전하는 일을 해주기를 청한다. 한복이는 수락한다.
읍내 여관에서 며칠을 묵으면서 조준구는 집 매매에 관한 일로 장서방과 계속 접촉을 꾀하고 있다. 장서방은 최서희와 조준구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혜관과 공 노인을 통해 최서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준구는 장서방 집에 찾아와서 장서방을 치켜세우며 가격에 대해 들은 말이 있는지 묻는다. 장서방은 모른다 한다. 이틀 후에 조준구는 최서희 집에 들이친다. 하인이 대문을 활짝 열어주는데, 조준구가 안내되어 간 곳은 뜻밖에도 행랑방이었다. 조준구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랑으로 옮긴 후에도 최서희는 좀체 나타나지 않았다. 무려 두 시간은 기다렸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고문이다. 조준구는 땀을 흘린다.
마침내, 서희가 들어왔다.
조준구는 면목없어하고, 서희는 물건을 바라보듯 쳐다본다. 조준구는 '최참판댁 재산을 하낫도 건사하지 못했다'고 얘기하지만 서희가 믿으라고 지껄이는 것은 아니다. 조준구로서는 이런 말이 자신의 행동이요 과정인 것이다. '집은 얼마에 내놓으셨지요?' 최서희의 말에 '집문서는 언제든지 내줄 수 있다'고, '내가 필요한 돈은 오, 오천 원'이라고 얘기한다. 서희는 돈을 가져오라 하고, 조준구에게 양심과 오천 원 중 택일하라고 한다. 조준구는 지폐를 집어들고 나간다. 조준구는 품 속에 있는 오천 원을 실감하며 웃는다.
길목 주막에서 해 지는 것을 본 환이와 강쇠가 하룻밤 묵는다. 주모는 안방을 내주고 그의 남정네로 보이는 사내는 강한 눈빛을 감추며 나가버린다. 술상이 들어오고 환이의 얘기는 길다. 밤비 오는 소리가 들리고 술은 바닥이 나 있다. '밤손님이 올라 조심해' 환이의 말에 강쇠는 잠자기는 다 틀렸다고 생각하지만 잠이 들고 만다. 신음소리에 후다닥 일어나 등잔을 켜는데, 환이는 사나이의 목을 누르고 있다. 비수 한 자루가 떨어져 있다. 주모의 남정네다. 남정네는 지삼만의 개입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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