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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4편 긴 여로

밭알이 2023. 1. 16. 12:00

  묵직한 몸집에 사십이 넘은 근화방직회사 사장인 황태수가 임명빈 집 앞에 와서 하인을 부른다. 얼마 안 있어 임명빈의 아내 백씨가 황급히 나온다. 이 집을 덮쳤던 3.1 운동의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지 십 년, 평탄한 일상과 안정된 중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황태수가 임명빈을 찾아온 것은 계명회 회원 모두가 검거된 사건 때문이다. 서의돈을 필두로 열대여섯 명이 체포되었는데, 간도의 김길상도 체포됐다. 길상은 용정촌 공노인이 경영하는 여관에서 서의돈과 만난 자리에서 함께 끌려온 것이다. 황태수에게는 거의가 친구며 후배들이다.
  오래지 않아 임명빈을 만나 사건의 대략을 상의하는데, 황태수는 임명빈의 위치가 구애될 것이 없으니, 임명빈에게 재량껏 뒷바라지를 요청하며 봉투 하나를 꺼낸다. 임명빈은 황태수의 의도를 충분히 양해한다.

  창밖이 어두워졌을 때, 홍이는 곯아떨어진 삼석이를 내버려 두고 방을 나선다. 밤이 꽤 저물어 석이 집에 왔다. 석이네는 반가워하고, 석이의 아내 양을례는 건성으로 인사한다. 시간이 지나도 장선생이 오지 않아 판술네로 가려한다. 석이네는 인사하라고 양을례를 부르는데 대답이 없다. 석이네는 울음이 북받친다. 홍이가 영팔이 집에 갔을 때 과연 석이는 그곳에 있었다. 다들 길상에 대한 걱정이다. 길상과 함께 간도에서 겪은 풍설, 짙은 정애와 강한 유대를 지녔던 길상과의 추억은 생생하다.
  석이는 홍이와 함께 판술네를 나서는데, 석이 심정은 아주 복잡하고 괴롭다. 평양에서 기화를 데려온 후 석이는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심정적으로 기화에게 헌신적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을례가 기화와의 사이를 지적한 데 대해서 강경하게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이 암투의 발단이 된 것이다. 석이는 고지식하고 양심과 윤리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을례와 석이 사이에 언쟁이 가실 날이 없었고 피차간의 감정이 해소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는데, 석이는 을례 인간성에 대한 염증과 기화에 대한 자기감정에 대한 가책에 시달리고 있다.

  창살을 사이에 두고 길상을 대면하고 나온다. 형무소 문을 드나드는 서희 마음은 황량한 잿빛이다. 희망이 있다면 재소자의 건강이 그런대로 괜찮다는 것뿐이다. 서희에게 남편에 대한 원망이나 존경은 없다. 그리움도 없다. 다만 절대적인 관계가 있을 뿐이다. 집으로 돌아온 서희는 평사리로 왔다.
  흐트러진 옷매무새, 빛이 없는 눈동자, 탄력이 없는 피부 빛깔은 누리팅팅하다. 그런 기화를 바라본다. 기화와 함께 차를 마신다. 기화는 안절부절못한다. 서희는 기화의 딸 양현이를 진주로 데려가려 하고, 기화에게 같이 가자고 얘기한다. 기화의 얼굴이 구겨지면서 어둡게 가라앉는다.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울기 시작한다. '아씨! 저, 저는 떠나야 합니다. 보내주십시오!' '숨통이 막혀서 사, 살지 못할 것입니다. 강물에 빠져 죽고 말 것입니다.' '현이 앞길을 생각해 주십시오, 아씨! 기생에다 아편쟁이, 그런 어미 두어서 뭘 하겠습니까?' 거짓말이다. 나가고 싶은 일념뿐이다. 가끔 경풍 든 아이처럼 달아나려는 발작을 일으킨다. 서희는 야단치고 기화는 풀이 꺾이면서 엉엉 소리 내어 운다. 한참을 울다가, '아씨! 다시 한번 창을 해보겠어요!' 또 시작이다. 서희는 외면을 해버린다. 창을 하겠다는 것도 물론 거짓이다. 기화는 치매 상태로 가고 있는 것이다.


  평사리를 빠져나올 때는 도망을 가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그러나 진주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무엇 때문에, 무엇을 하기 위해 미친 듯이 절절하게 도망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는가, 기화는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자신의 갈등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깨닫는다. 


  강쇠는 김환의 죽음을 모의한 지서방의 죽음을 목격하고 혜관과 석이를 만나러 오는 길에 아펜쟁이 기생의 죽음 얘기를 듣게 된다. 석이에게 소식을 전하고 석이는 평사리로 뛰어간다. 용이는 다가오는 석이를 보고 '정신 차리라' 석이 정강이를 지팡이로 후려친다. 용이는 얼굴에 씌운 것을 걷는다. 잠든 듯, 꿈을 꾸는 듯한 기화의 모습이다. 백랍 같은 낯빛 얼굴 위에 쓰러지려는 석이를 용이 막고 선다. '분향하고 나가자' 간신히 분향을 한 석이는 비틀거리듯 방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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