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공고 제2013-34호
검사징계법에 의거, 다음과 같이 공고합니다.
법무부 장관
1. 징계 대상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임은정
2. 처분 일자: 2013년 2월 15일
3. 징계 종류: 정직 4개월
4. 징계 사유: 2012년 12월 28일 다른 검사에게 재배당된 공판 사건에 무단으로 관여하여 지시 위반 등
시작은 2012년 9월 6일이었다. 1974년 유신헌법 반대 투쟁을 주도하다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던 박형규 목사의 과거사 재심 사건 재판이 있던 날이었다. 피고인이 위반한 대통령긴급조치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무죄인 것이 당연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인 배역에 며칠 동안 많이 떨리고 설레었다. 논고문을 읽는 내내 자기에게 주어진 사명과 역할에 대한 벅찬 희열에 몸을 떨었다.
2012년 12월 28일 고 윤길중의 과거사 재심 사건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이 사건도 고 윤길중의 공범들이 무죄 확정된 사건으로 무죄가 확실한 사안이었다. 공안부와의 마찰을 감내하고 상사에게 이의제기권을 행사하며 무죄 구형을 강행했다. 골고다 언덕을 향하는 마음으로 십자가를 감당하는 두려움으로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몸을 누르며 용을 쓰는 시간이었다.
중징계까지 치달은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는 '백지 구형'을 하지 않고 '무죄 구형'을 했기 때문이다. 무죄 구형이 직을 걸만큼 그렇게 중요한가. 임은정 검사에게 백지 구형은 검찰의 직무유기에 해당되는 불법적인 관행이었다.
1년 후인 2014년 2월 28일 징계를 취소하라는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1) 직무 이전 지시가 위법하고 2) 따라서 고 윤길중의 과거사 재심 사건의 구형 직무 권한은 임은정 검사에게 있으며 이에 따라 구형 방해는 성립하지 않고 3) 검사게시판 글 게시가 품위 손상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각 징계 사유가 없고 4) 다만, 사후 결재받은 1시간 이른 조퇴에 대하여 성실의무 위반은 인정되나, 징계가 과하다는 판결이었다.
다시 1년쯤 지나 2014년 11월 6일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예상대로 법무부의 상소가 기각되었다. 처음에는 그렇게도 무서웠는데, 이때는 고단하면서도 고단함 이상의 보람과 뿌듯함이 있었다. 2017년 10월 31일 징계 취소가 확정되었다. 징계 조사 때 제출했던 진술서의 법적 의견을 법원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족쇄가 풀린 듯 홀가분하면서도 허탈하였다. 4년 8개월의 시간이었다.
그간 임은정 검사는 일을 몰아주는 '벌배당'을 받았고 간부들에게 사직을 종용받았다. 검사게시판 글 게시 등을 이유로 징계 재회부 경고도 받았다. 친한 후배는 '임은정 부역자'로 놀림받았고, 임은정 검사에게 연락하거나 도와준 검사들이 조직적으로 색출되는 소동도 있었다. 임은정 검사와 그 가족에게 참혹한 시간이었다.
내부고발자로 팍팍하게 살고 있는 임은정 검사의 '인생의 전환점'은 언제일까? 2009년 법무부에 근무할 때다. 그때 비로소 애써 외면해 온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하고 현실을 마주했다. 2001년 검사로 임관한 후 크고 작은 부조리를 보고 듣고 겪으며, 문제의식을 갖는 것조차 위험하다는 걸 느끼고 외면했었다. 법무부에 근무하며 조직적 일탈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궁리 끝에 2012년 4월부터 동료들에게 문제의식을 일깨우고 싶어 검사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다. 2019년에는 신문에 칼럼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자신 만의 방식을 찾아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한 때 '얼치기' 시절이 있었다. 상사가 준 봉투(?)를 완곡한 거절의 의사를 담은 글을 더해 상사의 책상에 넣었었다. 나는 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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