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여위어가는 삼월이를 두고 김서방과 김서방댁이 한밤 중에 대판으로 한번 싸웠다. 불을 끄고 자려는데,
"그눔우 가시나 지 푼수에 그 양반 소실 될라 캤던가? 쇠는 짧아도 침은 질게 뱉는다 카더마는, 지 주제에 돌이나 복이나 끼어 맞추어 주는 대로 기다리고 있일 일이지, 낯짝 반반하다고 넘친 생각을 한 기지."
"허 참 시끄럽거마는, 잘라 카는데."
김서방은 이불 속에서 혀를 두들겼다.
"아 내 말이 그르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치다보지도 말라 캤는데, 사나아들이사 열 계집 싫다 하까? 그 생각을 못하고 지 신세 지가 조졌지."
"이 소갈머리 없는 늙은 것아! 삼월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나. 그저 말이라믄 사죽을 못 쓰니께 어이 그만."
김서방은 돌아누웠다.
"와요? 이녁 무신 상관 있소?"
"......."
"하 참, 어느 쪽이 늙은 것고? 그래도 밴밴하게 생깄다고 가시나 편역 드는 것가?"
"미친 것! 백분을 말하믄 무신 소용고. 내 입을 놀린 기이 잘못이지."
김서방은 자신이 또 걸려들었구나 싶었다. 말이 나오지 않아 걱정이지 김서방댁은 얼씨구나 좋다 싶어서 물고 늘어질 것이 뻔했다. 이불을 훌쩍 걷고 일어나 앉은 김서방댁은 등잔에 불을 켰다.
"오늘 밤에는 하늘이 두 쪼가리가 나는 한이 있어도 따지야겠구마. 보소, 대관절 나를 몇 푼어치로 생각허요?"
생떼였다. 이불 속의 김서방은 자기 가슴을 치고 싶도록 후회를 했다. 공연히 말을 받아 오늘 밤 잠자기는 다 틀린 일이라 생각하니, 내친걸음인가,
"개 값도 안 된다! 와!"
하고 고함을 질렀다.
"개 값도 안 된다꼬? 자식 낳고 살아온 나를 개 값도 안 된다꼬? 개 값도 안 나가는 기집 와 데꼬 살았노! 애씨당초 말았이믄 될 거 아니가. 이제 늙고 할 수 헐 수 없이니께 날 박대하는 것가! 젊은 시절에는 안 그랬나? 문둥이보다 더 보기 싫다고 저눔으 아가리로 말했제? 안 했다고 말 못할 기구마. 이자는 아들 낳고 딸 낳고 손주까지 봤이니 설마한들 내 살아온 정을 모르까 했더니 이거는 살아갈수록 태산이 아니가. 말만 하믄 일일이 막고 나서믄서 사람의 입이 흙 속에 묻히서 썩으믄 모르까 우찌 할 말도 못 하고 살라 말고."
언제까지 계속이 될지 알 수 없는 넋두리다.
"에이! 빌러묵을!"
김서방은 견디다 못해 일어나서 방문을 박차고 나가려 했다. 그러나 김서방댁은 재빨리 남편의 다리 하나를 낚아챘다.
"내 죽으믄 고만이다! 문둥이보다 보기 싫다 카는 이 늙은 것이 죽으믄 고만 아니가."
어이어이 우는 것이다. 함께 살아오면서 몇 천 번을 들었는지 모를 꼭 같은 말이었다. 그것을 뻔히 알면서 김서방은 여전히 죽는다는 말이 무서웠다. 그는 엉덩방아를 찧는 시늉을 하며 방에서 감히 떠나지 못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목구멍 속에서 울부짖는다.
'마음대로 해라. 죽을라 카믄 죽어라! 내가 아나!'
그렇게 승강이를 하는 날 밤은 으레 새벽까지 수난을 겪어야 한다.
아침 밥상을 들고 들어오는 김서방댁의 얼굴은 멀쩡했다.
토지 3권 160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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