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네 집에 들어섰을 때 우리 안의 돼지가 코를 불었다. 우우-짖으며 개가 쫓아 나왔다.
"복실아, 나다, 나아."
개를 쫓고 한 손으로 마룻바닥을 짚으며 마루에 올라간 강청댁,
"일이 우찌 됐는고 모르겄네, 성님?"
방문이 안에서 털거덕 열렸다. 등잔불 아래 아낙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두만네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서 오니라, 동생아."
"할 일 없이 바빠서...... 일이 끝났소?"
방 안으로 들어간 강청댁이 방문을 닫았다. 등잔불이 흔들리고 아낙들의 얼굴도 흔들린다.
"일찍이 오네."
"꼭두새벽에 오니라고 욕본다."
"새벽달 보자고 초저녁부터 오나."
한마디씩 핀잔이 날아왔다.
두만네 시어머니의 수의 짓는 날이었던 것이다. 일은 다 끝난 모양으로 아낙들은 모두 입을 모으고 앉아 있다. 강청댁은 옆구리를 긁적이며 그들 사이를 가르고 들어앉는다.
"방이 참 따습네요."
"점심하고 저녁 했더마는 방이 짤짤 끊네."
두만네는 강청댁을 섭섭하게 대하지 않았다.
"뻔히 알믄서 못 와보았구마. 할 일 없이 와 그리 바쁜지."
"강청댁 속을 내가 알지. 오늘이 장날 아니가. 온종일 속깨나 탔을 기다. 바가지는 몇 개나 뽀샀노?"
과부 막딸네가 약을 올렸다.
"그까짓, 뜬 계집, 무당년을 두고 내가 새(질투) 볼 성싶은가?"
빌어묵을 제집년, 밤새도록 뚜디린 징짝 같은 낯짝 해가지고 소나아도 없는 년이 그런 일이라 카믄 바지 한 가랭이에 두 다리 넣고 나선다 카이, 하며 강청댁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했다.
"어매가 무당이지 월선이가 어디 무당이건데?"
"에미가 무당이믄 딸년도 무당이지. 오리 새끼 물로 가지 어디로 갈꼬?"
강청댁의 눈꼬리가 바싹 치올라간다.
"이 사람들아, 시비 나겄다. 아서라. 강청댁 국시 묵을라나?"
두만네가 말린다.
"있으믄 주소. 밤참 했구마."
"염치도 좋다. 바늘 실 간 데도 모르고 국실 묵어?"
칠성이 아낙 임이네가 오금을 박는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외면해버린 임이네였다.
"임이네 니가 와 배가 아프노?"
조금은 악의도 있었겠지만 늘 하는 말투였는데 강청댁은 임이네 말을 걸고 들며 무섭게 다그친 것이다.
"너거 밑 양식 성님네 집에 갖다 맽기서 그거 축날까 봐 그러나? 아니믄 성님네 집에 도지빛 받아낼 기라도 있어서 그러나?"
"아아니 무신 쇠 뺄 말을 했다고 이러노? 장에 가서 매 맞고 집에 와서 제집 친다 카더마는."
부엌으로 나간 두만네 대신 제일 연장인 함안댁이 말렸다.
"좋은 일 끝에 싸움 안 하는 법이니라."
임이네와 막딸네는 서로 눈짓을 하며 입을 비죽거린다.
토지 1권 107쪽 발췌
'요약글쓰기 > 토지 속 인생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7 김서방댁의 입방아 (0) | 2022.04.25 |
---|---|
5 용이네 제사 (0) | 2022.04.18 |
4 간난할멈의 장례 (0) | 2022.04.18 |
3 함안댁의 인연이야기 (0) | 2022.04.09 |
1 봉순이의 노래 (0) | 2022.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