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글쓰기 이론

자기다운 글쓰기

밭알이 2022. 6. 26. 23:01

  우리들 각자가 지닌 생각은 때로 속박이 된다. 살아가려면 세상을 이해해야 하고, 세상을 이해하려면 생각의 틀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어떤 '이즘'의 지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어떤 '주의'를 받아들여 사용하면서도 거기 속박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관을 믿는 것'이다. 어떤 '주의'나 원칙이나 교조보다 마음이 내는 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도덕적 미학적 직관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한다. 이념은 세상을 바라보는데 유용한 인식의 틀이지만, 사람의 생각을 속박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글 쓰는 사람이 미학적 열정을 자유롭게 발현하려면 어떤 도그마에도 예속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서 상투적인 생각과 태도를 지니고 있다. 고정관념, 선입견, 이념적 교조에 지배당하는 것이다. 좋아서 그러는게 아니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하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예술성은 문장의 아름다움과 아울러 독창적인 논리의 미학을 요구한다. 그런 글을 쓰려면 생각과 감정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놓아야 한다. 고정관념과 도그마에 갇히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글을 쓸 수 없다.

  글쓰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자기답게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무엇이 내 것이고 뭐가 남의 것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틀에 박힌, 진부한, 상투적인 글을 쓰게 된다.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대답할 수 없는 것일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 다운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하려면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지해야 한다.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 사회를 보는 관점,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 내게 중요한 욕망과 그것을 실현하려고 선택한 방법,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이 어떠하며 그것이 남들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한다. 이걸 모르면 남을 흉내 내는 글 밖에 쓰지 못한다.

  자기 색깔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장 스타일만으로 개성을 표현하려고 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글쓴이의 개성과 색깔은 문장이 아니라 콘텍스트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를 반영하는 독자적 해석에서 드러나야 한다. 사람 따라 책 따라 자료를 찾고 활용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써야 한다는 점은 같다. 어떤 글을 쓰든, 자료를 찾기 전에 먼저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질문을 잘 만들면 글은 이미 절반은 완성한 거나 다름없다.

 


                                                                                                             <표현의 기술>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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