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 30

글쓰기의 철칙

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려면 다음 네 가지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글을 훌륭하게 쓸 수 있을까? 첫째는 텍스트 독해, 둘째는 텍스트 요약, 셋째는 사유와 토론이다. 어떤 분야, 어떤 주제로 글을 쓰든 논리 글쓰기는 이렇게 훈련할 수 밖에 없다. 논리 글쓰기의 첫걸음은 텍스트 요약이다. 그런데 이 첫걸음을 똑바로 내딛으려면..

말과 글과 생각의 관계

교사나 교수들의 강의, 무슨 연구발표회 같은 자리에서 하는 강연을 들을 때마다 크게 느끼는 것은 저게 '말'이 아닌데, 저건 글인데 하는 것이다. 말이 아닌 글이요 문장을 입으로 말한다는 느낌이다. 말을 하면서 그 말이 말이 아니고 글에 가깝고 글이 되어버리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것은 매우 좋지 못한 현상이다. 말과 글, 이 두 가지에서 말할 것도 없이 말이 먼저 있는 것이고 글은 말을 따라가는 것이다. 말이 으뜸이고 뿌리다. 그런데 거꾸로 글을 따라 말을 하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말이 병들기 때문이다. 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예사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 말이 병들어 가고 있는 현실이다. 강의를 하든지 강연을 하든지, 말을 팔고 있는 사람은 대개..

'줄거리 요약'의 예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데뷔작 를 읽고 줄거리를 200자 원고지 석 장으로 요약해보라. 그런 다음 그것을 솔제니친 스스로 요약한 것과 비교해 보라. 아래는 마지막 단락을 원본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 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절을 잘 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토씨'의 예

나(유시민 작가)는 우리말의 가장 큰 매력이 토씨에 있다고 생각한다. 토씨는 뜻을 압축해서 전하는 수단이며 문장에 감칠맛이 돌게 만드는 조미료이기도 하다. 다양한 토씨를 적절하고 정확하게 쓰는 아이는 언어 능력이 뛰어난 어른이 된다. 우리말에는 다양한 주격조사가 있다. '이''가'를 많이 쓰지만 맥락에 맞추어 '은''는'이나 '도'를 쓰기도 한다. 소개팅을 하고 온 어떤 여자한테 '절친'이 이렇게 물었다고 하자. '그 남자 어때?' 대답은 네 가지가 있다. '키도 커''키는 작아''키는 커''키도 작아'. 이 네 가지 대답 모두에서 토씨가 핵심 정보를 전달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키도 커'는 이런 뜻이다. 그 남자 돈 많고 교양 있고 직장 좋고 심지어 키도 커. '키는 작아'는 괜찮지만..

못난 글을 피하는 법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역설로 들리겠지만,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훌륭하게 쓰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키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볼 수 있을까?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텍스트를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만약, 입으로 소리내어 읽기 어렵다면, 귀에 듣기에 좋지 않다면,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잘못 쓴 글이다. 이런 글을 읽기 쉽고 듣기 좋고 뜻이 분명해지도록 고치면 좋은 글이 된다. 생각과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입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글말)이 된다. 말과 글 중에는 말이 먼저다. 말로 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다. ..

'거시기화법'의 예

다음은 '자동텐트'를 구입해 방에서 펴본 어느 네티즌이 블로그에 올린 사용 후기다. 이 글은 '거시기 화법'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O 자동텐트를 이 가격에 구매하기는 어렵지요. 해당 가격에 만족스런 제품입니다. 일부 마무리 부분이 아쉽지만요. 일단 방에서 텐트를 쳐본 모습입니다. 약간 작은 듯하지만 나름 만족스럽지요. 텐트 안에서 보면 불빛이 새는 부분이 있어요. 박음질한 부분들인데. 이런 부분 때문에 비 올 때 제대로 방수가 될는지 의심스럽더라고요. 텐트 문을 묶어주는 끈이 하나가 짧아요. 이런저런 부분들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조금만 더 다듬어준다면 좋은 제품이 될 듯하네요. 그런 대로 뜻을 잘 전달하는 글이다. 그런데 이 짧은 글에 '부분'을 무려 다섯 번이나 썼다. 방송 뉴스나 시사 토론에 나와..

발췌요약

글쓰기를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텍스트 발췌요약부터 시작하는게 좋다. 글쓰기에는 비법이나 왕도가 없다. 글쓰기를 할 때는 만인이 평등하다. 잘 쓰고 싶다면 누구나, 해야 할 만큼의 수고를 해야 하고 써야 할 만큼의 시간을 써야 한다. '발췌'는 텍스트에서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내는 것이고, '요약'은 텍스트의 핵심을 추리는 작업이다. 발췌는 선택이고 요약은 압축이라고 할 수 있다. 발췌가 물리적 작업이라면 요약은 화학적 작업이다. 그런데 어떤 텍스트를 요약하려면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은 부분을 먼저 가려내야 한다. 효과적으로 요약하려면 정확하게 발췌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발췌요약이라는 말은 요약이라고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텍스트 요약은 귀 기울여 남의 말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 ..

'단문쓰기'의 예

같은 뜻을 담아도 단문으로 쓴 글과 복문으로 쓴 글은 느낌이 다르다. 다음은 초판(1988)에서 가져온 글이다. 드레퓌스 사건을 다룬 그 책의 첫 꼭지 첫 단락이다. 복문을 어떻게 단문으로 바꾸는지, 그리고 문장구조와 문체의 변화가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살펴보자. O 초판 글 1894년9월 어느 날, 프랑스의 참모본부 정보국은 프랑스 주재 독일대사관의 우편함에서 훔쳐낸 한 장의 편지를 입수했다. 그 편지의 수취인은 독일대사관 무관인 슈바르츠코펜이었고 발신인은 익명이었으며, 내용물은 프랑스 육군 기밀문서의 '명세서'였다. 스파이 활동의 거점인 독일대사관을 감시하고 배반자를 색출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참모본부는 '명세서'를 작성한 사람이 참모본부 내에 있는 자이거나, 최소한 그런 자와 가까운 연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