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 30

단문쓰기와 어휘선택

글은 단문이 좋다. 문학작품도 그렇지만 논리 글도 마찬가지다. 단문은 그냥 짧은 문장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주어와 술어가 둘이 넘는 문장을 복문이라고 한다. 복문은 무엇인가 강조하고 싶을 때, 단문으로는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때 쓰는 게 좋다. 단문이 복문보다 훌륭하거나 아름다워서 단문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뜻을 분명하게 전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문은 복문보다 쓰기가 쉽다. 주술 관계가 하나뿐이어서 문장이 꼬일 위험이 없다. 단문 쓰기만큼 중요한 것이 어휘 선택이다. 말하려는 뜻을 명확하게 표현하려면 '꼭 맞는 단어'를 써야 한다. '꼭 맞는 단어'란 '뜻이 정확할 뿐만 아니라..

감정이입

글을 쓸 때에는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깊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글로 남의 공감을 받으려면 타인의 생각과 시선과 감정으로 자신이 쓴 글을 살펴봐야 한다. 독자가 깊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글을 쓰려면 그렇게 쓰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그렇게 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독자가 감정이입을 하기 좋게 글을 쓰는 능력은 첫째,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뜻을 알 수 있도록 써야 한다. 사전이나 참고 문헌을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가 어려워하는 전문용어나 외국어 사용을 삼간다. 되도록 쉬운 어휘와 소박한 문장을 쓴다. 어쩔 수 없이 전문용어나 어려운 이론을 사용해야 할 때는 그 의미를 알아내는 데 필요한 정보를 텍스트 안에 티 나지 않게 집어넣는다. 둘째, 텍스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자기소개서

나는 누구인가? 이것은 인문학의 중심을 꿰뚫는 질문이다. 제대로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 물어야 하고,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어떤 대답을 찾아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이 질문에 대답하는 글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래의 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려는지 말하는 글이다. 이만큼 중요한 글쓰기 주제도 달리 없다. 자기소개서가 품격 있는 장르가 아니라는 통념은 잘못된 것이다. 글쓰기가 일반적으로 그러하듯, 자기소개서도 모범 답안이나 정답은 없다. 그러나 잘 쓴 자기소개서와 그렇지 않은 자기소개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것이 '잘 쓴 자기소개서'일까? 자기소개를 할 때 두 가지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첫째, 내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살기를 ..

'콘텍스트 살피기'의 예

발췌 요약을 멋지게 하려면 텍스트만 볼 게 아니라 콘텍스트도 함께 살펴야 한다. 를 요약하면서 작가가 중요하게 여긴 콘텍스트는 이런 것이 있다. (1) 솔제니친은 실제로 겪은 일을 소설로 썼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시기에 군 복무를 하던 중 친구한테 쓴 편지에서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여러 해 동안 정치범 수용소에 구금되었다. (2) 스탈린이 사망한 후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불합리한 개인 숭배와 가혹한 철권통치를 바로잡으려는 목적으로 이 소설 출판을 허용했다. (3) 소련작가동맹 기관지 편집장이었던 작가 트바르도프스키는 위대한 작가의 탄생을 확신하고 소련 공산당 지도부를 설득해 이 소설을 잡지에 실었다. 이런 정보는 소설 안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을 알아야 솔제니친이 말하려고 했던 게 ..

텍스트와 콘텍스트

텍스트는 넓은 의미에서 '해석이 필요한 대상' 또는 '해석이 가능한 대상'을 말한다. 글, 음악, 그림, 춤, 사진, 사건 등 어떤 메시지를 담은 것은 모두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인생도 텍스트일 수 있다. 텍스트는 '여러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 덩어리'이다. 글 덩어리는 벽돌만큼 두꺼운 책일 수도 있고 한 줄짜리 시일 수도 있다. 길든, 짧든, 텍스트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콘텍스트를 파악해야 한다. 콘텍스트는 텍스트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환경, 배경, 조건, 사실, 관계, 맥락을 가리키는 말이다. 콘텍스트를 '문맥'이라 옮기는 경우가 있는데 문맥은 의미가 너무 좁다. 글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문자 텍스트다. 그런데 독자는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다. 내가 쓴 텍스트를 나와 똑같이 해석한다는 ..

'군더더기 없애기'의 예

다음은 초판 다섯 번째 '대공황'편에서 가져왔다. 문장을 단문으로 바꾸고 접속사를 최대한 생략했다. 조사 '의' 남용을 비롯해 어색한 문장 요소는 그대로 두고, 복문을 단문으로 바꾸는 데에 따라 꼭 고쳐야 하는 것만 살짝 손을 보았다. 문장을 끊은 것 말고는 크게 바꾼 게 없다. 하지만 글의 분위기는 제법 크게 달라졌다. O 원래 글 인류에게 불의 저주를 퍼부은 첫 번째 제국주의 세계전쟁이 끝난 후 세계는 다시 '영원한 번영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것 같았다. 패전국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전쟁배상금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고 아시아 아프리카의 식민지 종속국 민중들은 변함없는 제국주의의 억압과 수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은 눈부신 경제적 부흥을 이루었다. 치열한 군비 증강..

'우리 말 이름'의 예

옛날 우리의 선조들은 그들이 살던 마을, 바라보는 산, 골짜기와 내들의 이름을 모두 지었다고 했다. 그 이름들은 말할 것도 없이 순수한 우리말 이름이다. 마을 뒤 골짜기에 가재가 많이 나면 가재골이라 했고, 나비가 많다고 나비실이라 했다. 밤나무가 많으면 밤나무실, 박달나무가 많으면 박달골이라 이름을 붙였다. 대나무가 많아서 대뫼라고 하는 마을도 있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아름답고 부르기 좋은 이름인가? 그런데 중국글자를 숭상하던 양반들은 이런 마을 이름들을 중국글자 말로 지어 붙였다. 양반들이 새로 지어 붙인 마을 이름에는 대개 큰 마을 뿐이었는데, 일본 놈들이 침략해 들어와 총독정치를 하고부터는 모든 마을 이름을 중국글자로 지어 불렀다. 총독이 한 이런 짓은 우리 양반들도 환영하는 바가 되어 그러부터 ..

'어감(말의 맛)'의 예

다음은 지난 2014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헌법재판소 결정문 결론의 한 단락이다. 밑줄 그은 부분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O 정견의 자유를 누리는 정당이라면, 자신들의 대안을 통해 현재보다 진일보한 국가공동체의 미래상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지배적인 관념들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현행 헌법상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포함된다고 인정되는 내용들이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여 사회적 논의를 시도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한 공당의 성실한 자세로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라면 어떤 정당이 정치적 견해를 개진하는 과정에서 다소간 민주적 기본 질서와 상치되는 주장을 제시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즉, 민주적 기본 질서의 내용으로 간주되는 개별 요소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