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나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자의에 의한 삶을 살지 못했다. 충분한 월급, 과장이라는 직책, 안정된 의자. 그러나 회사에다 모가지를 묶어 놓고 굽신거리고 쫓기고 밟히는 동안 나는 어느새 기계가 되어 있었다. 나는 다시 살아나고 싶었다. 나는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가 자유로워지면 자유로워질수록 타인들은 나를 미친놈으로 생각했다.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좌절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그대로 기진해서 숨을 거두어야 하는 복잡한 무덤의 골목들, 나는 그 무덤의 골목들 속을 날마다 헤매면서 한 여자를 찾아내어 함께 탈출하는 꿈을 꾸곤 했었다.'
'망할 놈의 여편네!' 결혼한 지 3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완전히 하숙집 주인 여편네로 변해 있었다. 나는 하숙생에 불과했었다. 돈 갖다 바치고 밥이나 얻어먹는 하숙생에 불과했었다. 출근을 할 때도 가슴이 무거웠고 퇴근을 할 때도 가슴이 무거웠다. 어느새 나는 발기불능의 남자가 되어 있었다.
'이제 완전히 겨울입니다. 비로소 나는 버림받은 개가 되었습니다. 곧 날이 새고 나는 다시 방황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 방황의 끝 어딘가에서 언제든 나는 미련없이 자살해 버리고 말겠습니다....... 그러나 왠지 자살해 버릴 수가 없었다.'
참담하고 막막하기만 한 방황, 자살 궁리. 방황, 자살 궁리. 한편으로 어떻게 해서든 이 겨울을 무사히 견디어내야만 한다고 나는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당부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나는 여자 하나를 찾아 헤매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노란 옷을 입은 여자를 찾고 있다. 나이는 스물 다섯 살 이하이고, 얼굴은 깨끗한 분위기, 성격은 온순하고 마음씨는 착하다. 희디흰 피부, 청순한 자태, 착한 마음씨, 나지막한 목소리를 가졌다. 아름다움을 가꿀 줄은 알지만 허영을 좋아하진 않는다. 비발디나 뭉크, 보들레르 정도는 알고 있는 여자다. 완전한 여자다. 노란 옷을 입은 여자라도 만나게 되면, 혹시 내가 이 세상을 좀 더 길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발견될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선술집에서 시인을 만났었다. 명예를 더럽히고 번 돈으로 비참해하는 시인을. 시인은 고생만 시킨 누이동생에게 미안해했다. 마지막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그는 호주머니 속에 돈을 쑤셔 넣고 선술집으로 향한다. 시리고 아픈 겨울비, 이 비만 견디고 나면 곧 봄이 온다며.
시인은 누이동생을 얘기한다. 절름발이 누이동생은 절름발이라는 이유 때문에 실연을 당했고 자살을 한 것이다. 시인의 누이동생은 그가 열차 대합실 개찰구에서 만났던 여인이었다. 명랑한 목소리, 상냥하고 친절한 태도. 구김살 없는 모습에 그는 '혹시 이 여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이 엄청난 우연 앞에서 그는 불현듯 죽고 싶다는 충동이 치솟았다. 호주머니 속 농약병을 만지작거린다. 죽고 싶다는 충동은 더욱 심해져 가고 있었다. 그는 시인으로 시인은 그로 자꾸만 뒤바뀌어져 의식을 혼란시키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죽음에 대한 충동을 참아낼 수가 없었다.
* 노란 옷을 입은 스물 다섯 살이 안 된 여자를 찾는 그. 그는 결혼 후 3년 이후부터는 내내 겨울이었을 것이다. 그는 혹 그때, '하숙집 여편네'로 변해버리기 전의 여자를 찾았던 것은 아닐까.
*<겨울나기>는 도서출판 동문선에서 1980년에 펴냈다. <겨울나기> 외에 <고수> <꽃과 사냥꾼> <개미 귀신> <훈장>을 담았다. 내가 읽은 <겨울나기>는 해냄출판사에서 2006년에 펴낸 것이다. <겨울나기> 외에 <고수> <박제>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 <붙잡혀 온 남자>가 담겨 있다. 모두 1975년에서 1980년 사이에 지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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