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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한담> 요약

밭알이 2022. 12. 12. 00:51

 '인간', 지금은 사람을 뜻하지만, 원래는 사람과 사람 사이, 세상을 뜻하기도 한다. 세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왜 오늘날 우리들은 '있음'에만 의존하려는 것일까.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에 잡히는 현상에만 매달리려는 것일까. 침묵이 없이 어떻게 인간의 언어가 발음될 수 있단 말인가. 바다가 없이 어찌 육지만 덩그렇게 솟을 수 있을까. 어느 하나 '허'를 배경 삼지 않은 '실'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산방한담>은 1983년 5월에 출간된 법정스님의 수필집이다. <서 있는 사람들>을 펴낸 이후 신문과 잡지의 고정 칼럼에 내보낸 것들을 그 성격에 따라 다섯 묶음으로 엮었다. 스님은 이 글들을 통해 밝은 햇살과 맑은 바람, 시냇물 소리, 그리고 새들의 노래와 짐승들의 발자국이 찍힌 청정한 산의 정기가 독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셨다.

  첫 번째 묶음은 '안개 속에서'에 10편의 수필을 담았다. 귀보다 진보적인 눈은 늘 새로운 것을 보고자 하는데, 가랑이 사이로 산을 내다보았을 때의 새로운 발견을 얘기하는 '거꾸로 보기', 5.18 광주에 대한 소문을 듣고 고통하는 '한 줌의 재', 집권층의 냉혈함과 부패와 대외의존,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는 안전사고와 말문이 막힌 사회에 대한 '불타는 연옥' 등이 담겨 있다. 
  두 번째 묶음은 '고사순례'에 8편의 수필을 담았다. 송광사로 시작하여 해인사, 통도사, 운문사, 쌍계사, 화엄사, 대흥사, 직지사까지 여덟 곳의 사찰 기행문이다. 직지사의 유래는 '부처님이나 교리 같은 것에 의존함이 없이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본래적인 자기 자신을 발견, 인간다운 인간이 되게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 묶음은 '아침 논단'에 15편의 수필을 담았다. 1982년 2월부터 1983년 4월까지 2,700자 내외의 수필 모음이다. 확실한 고정칼럼이겠다. 언론, 소유, '자기 언어', 삶의 질, 종교, '국민의 총 행복(GNH)', 낙태, '서울 <특별시>', 예절, 교육 등에 대해 얘기한다. '백성들의 입을 봉하는 것은 흐르는 강물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입니다.' 사마천의 <사기>를 인용하며 '언론이 주눅 든 아이처럼 당국의 눈치나 살피면서 사회의 목탁 구실을 못한다면 우리의 국력이 그만큼 막혀 있는 거나 다름이 없다.'고 얘기한다. '언론과 국력'을 얘기하고 있다.


  네 번째 묶음은 '구도정신'에 8편의 수필을 담았다. '두타행', '불교에서 본 악의 문제', '정법에 귀의', 흔들리는 믿음' 등 불교 수행에 관한 글들이다. '다경실의 유촉'은 불교 경전을 함께 번역한 운허스님에 대한 이야기다. 1980년 11월 스님은 89세로 입적하셨다. 스님의 유촉이다. '신후의 일을 아래와 같이 부탁한다. 문도장으로 봉선사 화장장에서 다비하라/초종범절은 극히 검약하게 하라/화환 금만을 사절하라/습골시에 사리를 주우려 하지 말라/대종사라 칭하지 말고 법사라고 쓰라/사십구재도 간소하게 하라/소장된 고려대장경, 한글대장경, 화엄경은 봉선사에 납부하라/마음 속이는 중노릇을 하지 말라/문도간에 화목하고 파벌을 짓지 말라/문집을 간행하지 말라.' 30년이 지난 2010년 3월 법정스님은 77세로 입적하셨다. 입적의 모습은 운허 스님과 같았다.
  다섯 번째 묶음은 '산방한담'에 18편의 수필을 담았다. 1982년 1월부터 1983년 5월까지의 수필 모음이다. '산방한담'은 정말 자연적이고 서정적이다. 가장 독자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글들일 것이다. 스님은 그 때 벌써 '애완돌'을 키우셨다. 


  '재작년 겨울, 방안에 생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어 좀 팍팍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싱싱한 생명의 빛깔인 초록이 차단된 겨울철 산방은 삭막했다. 이끼 돋은 돌이라도 하나 주워다 놓을까 해서 개울가로 내려갔다. 한 곳에 이르니 반쯤 물에 잠긴 돌이 온몸에 융단 같은 파란 이끼를 쓰고 다소곳이 있었다. 내 주먹만 한 크기인데, 하얀 수반에 담아 놓으니 방안에 운치가 감돌았다. 언뜻 보면 마치 토끼가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이다.
  이따금 물을 갈아주면서 한겨울을 우리는 사이좋게 지냈다. 내가 건네는 말을 돌은 잠잠히 듣고만 있었고, 그의 침묵을 나는 귓속의 귀로 받아들였다. 우리는 눈길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가 방해됨이 없이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 한방에서 살았다. 골짜기에 얼음이 풀리고 매화가지 끝에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는 초봄, 우리는 '기약 있는' 작별을 했다. 겨울철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그때 그 자리에 갖다 두었다.'



* 함석헌 옹은 <바가바드 기타>를 추천하며 간디의 일화를 얘기했다. 간디는 칫솔질을 하며 매일 한 두 구절을 외웠다고 한다. <간디자서전>을 찾아봤다. '나는 이미 '기타'를 믿고 있었고, 거기 매혹되어 있었다...... '기타' 외우기는 내 모든 사색 시간을 다 차지해버렸다. 나에게 '기타'는 완전한 행동의 지침이 되었다. 날마다 찾아보는 사전이 되었다.'
  한 때 <바가바드 기타>를 읽었지만 매혹되지는 않았다. <산방한담>은 매혹될 듯하다. 매혹은 아니어도 날마다는 아니어도 가끔 찾아보는 '사전'이 될 듯하다. 
* 유치하지만, 부러워서, 법정스님의 혈액형도 A형이다.

* '국민 총행복'은 1972년에 부탄의 국왕이 만들어낸 행복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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