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의 오월, 용정촌 대화재는 시가의 건물 절반 이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용이와 길상이를 포함한 서희 일행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절로 피신했다. 일본 통감부 파출소의 협조를 받는 사찰 건립에 서희가 적지 않은 금액을 희사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피난민은 빈터에 막이나 쳐서 추위를 피한다.
양미간에 꼬막살을 잡히고 있는 서희는 길상이를 부른다. 이 부사 댁 서방, 이상현의 소식을 묻는다. 집이 불바다가 됐는데도 찾아오지 않는 상현에게 화가 난 것이다. 길상이는 용정촌에서 손꼽히는 명망가 송병문 댁에 들어 지내는 상현을 찾아간다. 상현은 김훈장과 같이 있다. 전에 상현의 부친 이동진이 군자금을 서희에게 요청하였는데 거절을 당했다. 반면, 서희는 사찰에 희사했고 이를 김훈장은 분해하였고, 상현은 모욕을 당한 기분이었다.
이른 조반을 먹은 길상이는 마차를 타고 회령으로 길을 떠난다. 회령에서 집 지을 목재를 살 계획이다. 서희는 부자였다. 그러니까 1908년 칠월 초순, 서희 일행은 용정촌에 도착했다. 거간을 하는 공노인은 윤 씨 부인이 숨겨준 금은으로 거금 삼천 원을 만들어 주었고, 서희는 인근 촌락에서 모여드는 곡물, 백두를 매점하여 삼 년 동안 자본을 두 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에 더해, 대담무쌍하게 시가 요지의 땅을 싸게 사서 두 배 이상으로 전매하여 재산을 크게 키웠다. 서희의 굳은 의지, 정확한 판단력과 공노인의 성실한 주선, 길상이가 손발이 되어 움직여준 결과였다.
검정 두루마기를 입은 사내가 공노인을 찾는다. 용정촌의 사람은 아니었고,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 눈이 좋지 않다. 이틀 전 매가를 알아보러 온 김두수다. 김두수는 공노인이 화재를 피하게 되어 다행이라 치켜세우지만, 공노인은 고향을 떠나 유랑길에서 겪은 얘기를 하며 건성 댄다. 마음 급한 김두수는 얼른 몸을 일으킨다. 시가에는 가건물, 막들이 쳐져있다. 김두수는 길 양켠을 살피면서 걸어간다. 중년 사내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깨달은 김두수는 상대를 노려본다. 시선을 집중시켜 보니 이용이다. 이용도 알아본다. 거복이! 김두수는 거복이였다. 김두수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간다. 뒷걸음질 치려는 김두수는 어무니 장사 지낸 얘기에 용이를 음식점으로 이끈다. 지난 얘기, 동생 한복이가 대우받고 지내는 소식에도 김두수의 고향생각은 비탄뿐이다.
길상이와 송장환은 한양여관에 들어간다. 송장환은 송병문의 차남으로 상의학교의 실질적인 경영자다. 교사를 초빙하기 위해 가는 길이고, 길상은 수금하러 왔다. 옆 방에도 손님이 든 모양이다. 재떨이와 성냥을 시킨다. 일을 보는 여자는 재떨이를 가져오고 손님은 여자를 희롱하더니 말소기가 뚝 끊어지고 버둥거리는 소리가 난다. 송장환은 벌떡 일어나 옆방으로 쫓아간다. 놀란 사내가 팔의 힘을 빼는 순간 여자는 달려 나간다. 오십이 다 돼 보이는 치한은 삿대질을 하고, 안주인에게 호통을 치는데 가관이다.
소란이 잣아 든 후 여인은 이부자리를 가지고 온다. 길상을 보더니 이제야 아는 얼굴이다.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화재 후 회령으로 마차 타고 갈 때 마차에서 본 얼굴이다. 다섯 살가량의 계집아이, 옥이를 데리고 올라탄 여자는 병자같이 핏기가 없었다. 길상이는 일을 마치고 떠날 때 옥이네에게 셋 방이나 구하라고 이십 원을 건넨다.
법회를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서희는 상현을 마주치게 된다. 천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서희는 의논할 것이 있으니 집에 와주길 청한다.
상현은 건넌방에 들고 새침이가 술상을 들고 들어온다. 집 안에는 인기척이 없고 괴괴하다. 이윽고 서희는 예기치 못한 말을 한다. 결의 남매가 되기를 요청한다. 자기를 누이로 생각하고, 자기도 상현을 오라버니로 모시겠다는 것이다. 서희는 이제 쐐기를 박는 것이다. 상현은 머릿속이 쾅쾅 울리고 숨이 찬다. 상현은 의논할 것이 무엇인지 묻고 서희는 이제 자기는 혼인해야 하며, 신랑감은 길상이니 상현이 중신해 주길 요청한다. 상현은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술잔을 들어 서희 얼굴을 향해 확 뿌린 후 방에서 뛰쳐나간다. 얼마 뒤 상현은 떠났다.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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