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에서 내린 조준구는 뻣뻣하게 힘을 주며 목을 돌려 돌아본다. 뒤따르던 초라한 가마 두 틀이 멋는다. 가마 속에서 나온 여인은 삼십오륙 세쯤 돼 보이는 조준구의 부인 홍 씨였다. 안 오겠다는 것을 감언이설로 얼러가며 여기까지 데려왔다. 다른 가마에서는 사내아이가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데 창백한 얼굴에 눈은 무섭게 큰 꼽추였다. 조준구는 윤 씨 부인에게 생계가 막막하여 내려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윤 씨 부인은 뒤채에 머물게 한다.
이 무렵 김서방은 각 처에 있는 최참판댁 농토를 돌아본다. 올해 수확을 예상하기 위해서다. 소나기를 피하고 얼마 되지 않아 햇볕은 쏟아지고 별안간 김서방 속이 울렁거린다. 마지막 행선지 용수골을 떠날 때는 속이 뒤집힐 것 같이 고통스러웠다. 최참판댁에 당도한 것은 밤이 이슥했을 때였다. 김서방 댁의 푸념을 들으며 방바닥에 픽 쓰러진다. 배탈이 나고 구토를 하고 다시 구토를 하고 김서방 댁이 부리나케 구신을 쫓는다고 부산거렸으나 김서방은 신음조차 없이 조용하다. 날이 밝자 용이 처 강청댁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읍내에서는 아픈 사람들을 병 막에 끌고 간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김서방은 아들 개똥이를 찾으며 숨을 거둔다.
집집마다 병자의 신음이 들려오는 듯하다. 사람들은 죽어가는 와중에 임이네는 용이를 불러다 앉히고 아들 홍이를 낳는다. 마을에는 집집마다 여러 가지 모양의 부적이 나붙었지만, 병은 신분의 높고 낮음이나 부자와 빈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죽어나갔으며 봉순네도 문 의원도 죽고, 윤 씨 부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침내 운명은 조준구를 향해 웃음을 지었던 것이다. 서희와 길상이 발병하고 수동은 서희를 돌보다가 발광하여 미친 듯이 조준구에게 소리소리를 지른다. 조준구는 결코 방문을 열고 나와 응수하지 않는다. 길상이 엉금엉금 기어 나와 물을 찾는데 물이 아닌 술을 마시고 조금씩 깨어나고 서희에게도 술을 마시우고 함께 쓰러져 잠든다.
노령 연추에서 근 오 년을 보낸 이동진은 꽤 여러 날을 서울에서 보내고 남쪽을 향해 길을 떠난다. 부인 염 씨와 회포를 풀며 최참판댁 사정을 듣는다. 최참판댁이 망해가고 있음을, 묘향산 근처에서 구천이를 만났던 생각을 떠올린다. 최참판댁에 도착해 상청에 가서 분향을 한다. 봉순이 수동이 길상이 눈물을 흘리고 서희는 의젓하게 인사를 올린다. 조준구는 이동진의 등장에 불안해하고 술을 권하며 탐색을 한다.
윤 씨 부인이 별세한 뒤 안채로 홍 씨가 옮겨온지 꽤 시간이 지났다. 담장 너머 안채 쪽에서 홍 씨가 채신없이 하인을 상대하여 신경질 내는 소리가 간간이 넘어온다. 길상이 호되게 혼이 나는 소리다. 홍 씨는 안방으로 옮아앉기가 무섭게 고방 열쇠를 차지했으며 구석구석 쌓인 가장 집물을 챙기는데 정신이 없었다. 서희를 우습게 알고, 고아 취급을 했다. 하지만 서희가 홍 씨에게 승복 할리 없다. 서희는 언동으로 수삼차 홍 씨에게 모욕을 가했고 추호도 숙여드는 빛이 없다. 서희는 수동의 조언을 받아 열쇠를 찾으려 홍 씨에게 요구를 한다. 홍 씨는 눈을 까집고 입에 거품을 물며 짖어댄다. 미친 계집이면서 요지부동이다.
도적이 들었다는 소리에 조준구는 놀란다. 도적이 아니고 서희가 마을 사람을 불러 고방을 부수고 곡식 섬을 끌어내고 있다. 흉년에는 최참판댁에서 곡식을 나누어 주곤 했었는데, 조준구가 그간 공평치 못하게 곡식을 나누어 불만에 찬 것이다. 조준구는 소리를 지르면서도 삼수를 핑계 대며 슬그머니 발길을 돌린다. 일을 꾸민 수동이도 기분이 좋지 않다. 어린 서희를 내세워하는 짓이 어거지가 아닐 수 없다. 실상 굶어 죽는 사람에 대한 순수한 동정보다 정확히는 서희를 위해 의리를 저버리지 않을 사람이면 한 사람이라도 죽여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절실한 심정이었다.
윤보는 전주에 사는 윤참봉의 주선으로 서울로 가게 되는데 소식을 들은 두만 아비가 아들을 데려가길 부탁한다. 땅뙈기 부치묵으믄서 땅임자 눈치 살피믄서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알아본 윤보는 부탁을 받아들이고 두만이와 서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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