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몸집의 윤이병이 대문께에 서 있다. 송장환을 찾아왔는데 멍청한 모습이다. 강가로 나가더니 한 숨을 쉰다. 누이가 집에서 도망을 와서 돈 마련해 주길 청한다. 윤이병은 거짓말을 했다. 삼 년 전, 예배당에 나가면서 알게 된 애인의 집안이 망하기 시작했다. 아비가 투전에 재미를 붙여 가산을 탕진한 끝에 딸을 술집에 팔아먹은 것이다. 그 후 여자는 어떤 사내가 몸값을 치르고 빼내서 해삼위로 갔는데 여자는 도망을 쳐서 윤이병을 찾아왔었다. 사나흘 후 사내가 들이닥쳐 여자를 앗아갔다. 지금 비슷한 일이 또 생긴 것이다. 그 사내가 바로 김두수요, 여자의 이름은 심금녀.
해는 서쪽 편으로 기울고 김두수는 같은 마차를 타고 가는 나그네와 얘기를 나눈다. 나그네는 왼편 귀 근처로 해서 입술 가까이까지 푸르스름한 반점이 퍼져 있다. 훈춘에 도착하여 여인숙을 찾아가는데, 점박이 사내도 따라온다. 사내는 천하태평한 얼굴이다. 김두수는 금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수 없이 여자를 겪었지만 이 여자에게는 집념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 기척 소리가 나고 두 사나이가 들어오는데, 한 명은 점박이 사내고 한 명은 용정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쳤던 박 모의 동생, 박재연이다! 헌병보조원이었던 김두수는 의병장 박 모라는 인물을 잡아 총살했었다. 박재연은 김두수의 얼굴을 알고 있다. 사나이들이 방에 들이닥쳤는데 김두수가 없다. 김두수는 다른 빈 방에 있었다. 사나이들은 금녀를 데리고 간다. 금녀는 의식이 살아나면서 김두수를 떠나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뒤꼍에서 서희의 노한 음성이 들린다. 집안사람들은 길상이 회령에다 여자를 얻어 놓은 때문이라며 수군거린다. 옥이네와의 일이 소문으로 사실보다 한 발 앞서 와 있었던 것이다. 서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었던 길상이지만 한 가지만은 용납할 수가 없다. 서희와의 거리는 절체절명의 것이다. 사랑의 순결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시초부터 야망의 수단이 아닌 길상과의 결합은 가능할 수가 없다. 적어도 길상과의 결합에 그것 이외 어떤 구실로 서희가 자신을 설득시킬 수 있겠는가.
십이월이 접어들었다. 서희가 몸이 아프다며 회령 병원으로 간다. 역두에 나타난 서희는 처연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용정 바닥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뿌린 여자던가. 기품과 요기와 교만과 총명의 이해될 수 없는 여자. 마차에 오르는데 몸종 새침이가 동행하지 않는다. 불길한 의혹이 고개를 치켜든다. 회령에 도착해 서희를 한양여관에 들이고, 길상은 밖으로 나간다. 그는 이를 득득 갈면서 술에 곤죽이 되어 옥이네와 잠자리를 같이 했다.
다음 날 서희는 길상에게 살림을 차렸다는 그 여자 집에 데려다 달라한다. 길상이는 그러면 하직인사를 올리겠다고 하고, 서희는 목숨을 내건 듯 치열한 눈빛으로 쏘아본다. 서희는 여관 안주인의 도움을 받아 옥이네를 만난다. 길상이의 목도리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본다. 서희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진다. 서희는 옥이네한테 침모로 가자 청하는데, 옥이네는 싫다 한다. 길상이는 자기와 아무 상관없다고, 동정을 받았으나 갚을 것이라고, 혼인 소문에는 거짓말로 사람 괄시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목소리는 흔들린다.
서희는 알 수 없는 길을 정처 없이 걷다가 오복점에 들러 목도리를 산다. 여관에 돌아오니 자기 방에 길상이 고주망태가 되어 앉아있다. 서희에게 따지고 들더니 어조를 싹 바꾸며 반말을 지껄이고 상스러운 얘기를 한다. 이놈아! 목도리를 집어던지고 서희 입에서는 욕설이 굴러 나온다. 울음을 터트린다. 길상은 서희의 울음을 그치게 할 엄두를 못 낸다. 주저주저 목도리를 집어 들고 도둑처럼 제 방으로 돌아간다.
다음 날 길상은 서희를 몰아 대 용정으로 가는 마차에 오른다. 성난 얼굴로 서로 민망하여 외면한다. 멍울을 안고 더 깊은 고뇌 속에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결정적인 계기가 왔다. 용정을 향해 달리는 마차가 뒤집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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