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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5편 떠나는 자, 남는 자

밭알이 2022. 5. 28. 23:23

  행랑 쪽 모퉁이로 길상이 급하게 뛰어간다. 봉순이도 급히 걸어가고 김서방 댁도 엉기정엉기정 따라간다. 수동이 거처방에서 울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수동이는 눈을 뜬 채 죽어있다. 조준구와 홍 씨는 속이 후련해지며 희희낙락이다.


  불리해지는 현실 가운데 서희는 포악스럽고 의심이 많아지고 있다. 반면, 제 나이를 넘어선 명석함으로 사태를 가늠하는 냉정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봉순이는 길상을 깊이 사모하지만 길상은 봉순이를 피하는 것이 완연했다. 한편, 봉순이는 다른 꿈을 좇고 있다. 평생을 비단옷에 분단장하고 노래 부르며 사는 세상, 그곳으로 끌려간다. 한 번은 길상이 니 겉은 화냥기 있는 가씨나는 싫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길상이는 후회했지만, 봉순이한테 깊은 상처,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주게 되었다.

 


  마을의 살림이 점점 더 어려워 허덕이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 원인은 물론 조준구의 과도한 수곡 강요에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무기력해져 있었다. 조준구의 자리는 공고해졌다. 윤보가 돌아온 뒤 마을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장정들의 눈이 희번뜩이는 것 같았고 윗마을과의 내왕이 어쩐지 잦은 듯싶었다. 마을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사태가 급변하는 피비린내 나는 것을. 길상이를 제외한 최참판댁 사람들만 이 마을의 동요를 눈치채지 못했다.

 


  몇몇 마을 사람들은 집을 비우고, 삼수는 윤보에게 요즘 시수가 우찌 돌아가는지 그것쯤은 아니 같이하자 얘기하는데 윤보는 시치미를 뗀다. 삼수가 왔다간 다음 날 밤, 자정이 넘었다. 칠흑의 밤을 타고 장정들이 모여들었다. 마을에서는 개들이 짖는다. 윤보의 목소리가 얕게 울리고, 횃불이 한 개 두 개, 계속 늘어나더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낫 도끼 쇠스랑 등 각기 연장을 들고 마을 장정들은 삼수가 열어주는 대문 안으로 왈칵 쏠리며 들이닥쳤다. 몇 패로 갈라져 조준구를 찾고, 하인들을 도장에 가두고 소며 말이며 끌어내 곡식 피륙 패물 온갖 물품을 닥치는 대로 날라다 싣는다. 길상은 안방, 사랑을 뛰면서 혈안이 되어 조준구를 찾고, 별당에서는 조군구 내외의 죽음을 각일각 기다리며 떨고 있다. 삼수는 몇 사람과 대숲을 샅샅이 찾고, 별당 후원 쪽으로 간다. 이때를 타서 삼수는 되돌아 사당 안으로 기어 들어가 조준구를 부른다. 살려줄 테니 한몫 달라고 조준구를 협박한다. 조준구를 못 찾은 마을 장정들은 여러 패로 나뉘어 서둘러 떠난다. 윤보일행에 김훈장이 따랐고, 삼수는 중도에 빠져나와 돌아왔다.

 


  헌병, 순사들이 오고 맨 먼저 죽임을 당한 것은 삼수다. 조준구는 사당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별렀던 것이다. 헌병들은 지리산 방면으로 폭도들을 쫓고 마을을 결딴내고 있었다. 마을을 떠난 무리들의 행방은 결국 알아내지 못했고, 가을걷이가 끝났을 무렵 마을에서 쫓겨난 사람, 도망간 사람들, 하며 빈집이 많아졌다. 만사는 수포로 돌아가고 길상이 마저 떠나버린 지금 서희는 빈사상태다. 핼쑥하게 여윈 모습에 비애의 그림자가 넘실거린다.

 


  한 밤 중, 바람이 문을 흔드는 것 같다. 잠을 설쳐버린 월선이 밖으로 나오는데, 용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다. 용이는 이제 조선땅에서는 못 산다고 간도로 갈 거라고 말한다. 이 소식을 들은 서희는 간도로 가겠다 결정을 내린다. 길상은 봉순이와 서희를 두 패로 갈라놓아 조준구의 눈을 속이는 계획을 세우고, 봉순이를 만나 계획을 얘기하는데 봉순이는 딴 얘기다. 기생이 되겠다는 얘기다. 절박한 때에 길상이 마음을 한 번 떠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길상은 서희만 아니면 중 될 몸이라고, 돌아가신 마님 은혜 때문이다 하는데 봉순이 픽 웃는 소리를 낸다. 계획을 마저 얘기해 주고 길상은 봉순에게 간도에 가서 혼인하자고 어떡 허든지 무사히 오라고 맹세하는데 봉순이는 대답 없이 사라져 갔다.

 


  드디어 그날 봉순이는 저녁때 가마를 타고 떠났고, 서희는 육로로 이 부사 댁까지 이르렀다. 최참판댁은 발칵 뒤집혔으나 서희의 행방을 찾지는 못했다. 오월 십육일 일행은 하동을 떠나서 부산에 닿았다. 진주서 오는 김훈장 일행은 다다음날 도착했다. 봉순이는 같이 오지 않았다. 이미 마음속으로 체념했으나 길상은 충격을 받는다. 두 뺨에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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