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이것은 인문학의 중심을 꿰뚫는 질문이다. 제대로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지 물어야 하고, 일시적이라 할지라도 어떤 대답을 찾아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이 질문에 대답하는 글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래의 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려는지 말하는 글이다. 이만큼 중요한 글쓰기 주제도 달리 없다. 자기소개서가 품격 있는 장르가 아니라는 통념은 잘못된 것이다.
글쓰기가 일반적으로 그러하듯, 자기소개서도 모범 답안이나 정답은 없다. 그러나 잘 쓴 자기소개서와 그렇지 않은 자기소개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것이 '잘 쓴 자기소개서'일까? 자기소개를 할 때 두 가지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첫째, 내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지 거짓 없이 그리고 명확하게 요약한다. 자기소개서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에 심각한 '정보 불균형'이 있다. 쓰는 사람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 다 알지만, 읽는 사람은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없다. 그래서 자기소개서에는 읽는 사람이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가 없어야 한다. 거짓을 말하거나 사실을 과장한다는 느낌을 주지 말아야 한다. 자기 자랑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일수록 소박하고 담담한 문장으로 쓰는 게 좋다.
둘째, 자기소개서는 글쓴이가 읽는 사람들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써야 한다. 읽는 사람이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느낄 만한 사실을 중심으로 써야 한다. 그러려면 철저하게 읽는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자기 인생을 요약해야 한다.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자기 자신에 관한 진실과 사실을 쓰되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사람이 자기한테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도록 써야 한다'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인생 텍스트를 가지고 있다. 그 텍스트는 경력, 성장환경, 경험, 인간적 개성, 능력, 성격의 특징과 장단점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계획, 포부, 소망도 포함한다. 남들은 이 텍스트 전체를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는 읽는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고 좋게 평가할 정보를 선택해서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직원을 선발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관심을 둘까?
첫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일반적 미덕을 지녔는지 살핀다. 정직, 성실, 겸손, 예의, 열정, 인내심, 너그러움, 지혜로움, 기백, 포용력 같은 미덕 말이다. 읽는 사람이 '아, 이걸 쓴 사람은 그런 사람인 것 같다'고 느낄 수 있도록 써야 한다.
둘째,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인지 살핀다. 활동 경력, 자격증 보유 여부, 외국어 구사 능력, 봉사 활동 경력, 성격 같은 것을 본다. 기업이 사원을 뽑을 때는 그 회사의 특정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려고 한다. 지원하는 부서에 꼭 맞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한 가지 더, 문장도 중요하다. 자기소개서의 문장은 단순, 명료, 소박할수록 좋다. 기업이 자기소개서를 받는 목적은 그 사람 자체를 보는 것이지 글솜씨를 보는 게 아니다. 자기소개서의 문장이 지나치게 화려하면 '대필 의혹'을 받을 수도 있고 겉으로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비슷한 정보를 지나치게 많이 나열해도 좋지 않다.
어떤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그 조직의 현주소와 당면 과제, 미래 전망에 대해서 연구해야 한다. 조직의 채용담당자들은 그 조직의 현실과 미래를 고민하면서 조직의 생존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조금은 비굴해지는 자신을 보게 된다. 누구에겐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버둥거리다니, 어쩐지 비참한 기분이 들어! 하지만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사람으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좋은 일 아닐까? 우리는 그런 노력을 하면서 존엄을 잃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게 된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서로서로 잘 보여야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표현의 기술>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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