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단문이 좋다. 문학작품도 그렇지만 논리 글도 마찬가지다. 단문은 그냥 짧은 문장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주어와 술어가 둘이 넘는 문장을 복문이라고 한다. 복문은 무엇인가 강조하고 싶을 때, 단문으로는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때 쓰는 게 좋다.
단문이 복문보다 훌륭하거나 아름다워서 단문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뜻을 분명하게 전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문은 복문보다 쓰기가 쉽다. 주술 관계가 하나뿐이어서 문장이 꼬일 위험이 없다.
단문 쓰기만큼 중요한 것이 어휘 선택이다. 말하려는 뜻을 명확하게 표현하려면 '꼭 맞는 단어'를 써야 한다. '꼭 맞는 단어'란 '뜻이 정확할 뿐만 아니라 앞 뒤에 있는 단어들과 어울려 자연스럽고 멋진 표현을 만드는 단어'를 말한다. 그렇게 글을 쓰려면 어휘를 많이 알아야 한다.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아는 것과는 다르다. 단어의 어울림, 단어의 궁합을 알아야 한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멋지게 어울리는 단어를 결합해야 한다. 사전을 뒤져 용례를 찾아가며 글을 쓰면 도움이 된다.
어쩐지 어색하면 무엇인가 어긋나 있다고 봐야 한다. 어색한 표현을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은 독서를 통해서만 기를 수 있다. 무엇보다 뜻이 두루뭉수리 불분명해서 아무 곳에나 넣어도 되는 단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단어를 자꾸 쓰면 어휘 구사능력이 퇴화한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모호하게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이 몸에 붙으면 글쓰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글을 쓰면서 그때그때 딱 맞는 단어와 표현을 찾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뜻은 비슷한데 느낌이 다른 말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똑같은 단어도 다른 말과 어울리면 조금은 다른 맛과 색을 낸다. 이런 것을 뭉뚱그려 '어감', 외래어로는 '뉘앙스'라고 한다.
어울리는 단어를 조합해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좋은 문장이 된다. 우리는 어휘의 무늬 또는 뉘앙스를 특별히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말을 익힐 때 문장 안에서 단어를 익혔기 때문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현을 만나면 저절로 어색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 말은 쓰지 않는 게 현명하다. 그래서 언어학을 전혀 몰라도 '아름다운 몰골'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