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려면 다음 네 가지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글을 훌륭하게 쓸 수 있을까? 첫째는 텍스트 독해, 둘째는 텍스트 요약, 셋째는 사유와 토론이다. 어떤 분야, 어떤 주제로 글을 쓰든 논리 글쓰기는 이렇게 훈련할 수 밖에 없다. 논리 글쓰기의 첫걸음은 텍스트 요약이다. 그런데 이 첫걸음을 똑바로 내딛으려면 텍스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독해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고 싶으면 먼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텍스트를 읽지 않고 독해력을 키우는 방법은 없다. 글쓰기의 철칙은 바로 이 단순한 사실에서 나온다.
많이 읽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쓸 수 있다.
텍스트를 독해하고 요약하는데 능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
한자를 읽을 줄 알아도 써보지 않으면 잘 쓰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게 많고 말로는 잘 표현하는 사람도 글을 많이 쓰지 않으면 잘 쓰지 못한다. 여기에서 논리적 글쓰기의 두 번째 철칙이 나온다.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 수록 더 잘 쓰게 된다.
글을 쓰려고 원고지를 펼치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켠 다음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몰라 막막한 심정으로 앉아 있었던 경험이 아마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게 왜 그리 어려울까? 첫 문장은 그저 첫 문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 문장을 자신 있게 쓰려면 먼저 글 전체를 대략이라도 구상해야 한다. 그런 구상 없이 첫 문장을 쓰려면 설계도와 조감도 없이 무작정 집짓기 공사를 시작하는 것처럼 막막할 수 밖에 없다.
첫문장은 주장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서 문자로 옮기면 된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단문으로 일단 내지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단 내지르고 난 다음에 차분히 설명하면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누구든, 처음에는 민망한 문장을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 당장 그만두고 싶은 심정을 이겨내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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