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에는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깊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글로 남의 공감을 받으려면 타인의 생각과 시선과 감정으로 자신이 쓴 글을 살펴봐야 한다.
독자가 깊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글을 쓰려면 그렇게 쓰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그렇게 쓸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독자가 감정이입을 하기 좋게 글을 쓰는 능력은 첫째,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뜻을 알 수 있도록 써야 한다. 사전이나 참고 문헌을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가 어려워하는 전문용어나 외국어 사용을 삼간다. 되도록 쉬운 어휘와 소박한 문장을 쓴다. 어쩔 수 없이 전문용어나 어려운 이론을 사용해야 할 때는 그 의미를 알아내는 데 필요한 정보를 텍스트 안에 티 나지 않게 집어넣는다.
둘째, 텍스트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데 필요한 콘텍스트를 텍스트 안에 심어 둔다. 텍스트는 '해석이 필요한 대상' 또는 '해석이 가능한 대상'을 말한다. 글, 음악, 그림, 춤, 사진, 사건 등 어떤 메시지를 담은 것은 모두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콘텍스트는 텍스트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환경, 배경, 조건, 사실, 관계, 맥락을 가리키는 말이다.
내가 글에 담은 생각과 감정을 독자도 똑같이 읽어 가도록 하려면 그에 필요한 콘텍스트를 함께 담아야 한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텍스트에는 특정한 방향으로 해석하도록 독자를 이끄는 데 필요한 콘텍스트를 넣어야 한다.
마크 트웨인의 말로는 딱 맞는 표현과 대충 어울리는 표현은 반딧불과 번개만큼 차이가 크다고 한다. 이 글이 독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까? 어디를 어떻게 고치면 더 잘 될까? 고민하면서 문장을 살피지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정해진 규칙이나 기준이 있는 게 아니어서 결국 '감'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감'이란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남이 쓴 글에 공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남의 글에 감정이입하면서 독자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방법을 체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독서는 타인이 하는 말을 듣는 것과 같다. 책을 쓴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해서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 그 사람이 펼치는 논리, 그 사람이 표현한 감정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평가와 비판은 그다음에 하면 된다. 감정을 이입해서 책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다음, 자기 자신의 시선과 감정으로 그 간접 경험을 반추해 보는 작업이 비판적 독해다.
지식을 배우는 데 집착하지 말고 몰입의 순간을 즐기는 데 집중한다. 마음을 열고 책 속으로 들어가 글쓴이가 전해 주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게 중요하다. 생각과 감정이 풍성해지고 삶이 넉넉해지는 기분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독서의 맛이다. 이 맛을 즐겨야 감정이입 능력을 기를 수 있다.
<표현의 기술>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