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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애기'의 예

밭알이 2022. 4. 27. 22:08

  다음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 초판 다섯 번째 '대공황'편에서 가져왔다. 문장을 단문으로 바꾸고 접속사를 최대한 생략했다. 조사 '의' 남용을 비롯해 어색한 문장 요소는 그대로 두고, 복문을 단문으로 바꾸는 데에 따라 꼭 고쳐야 하는 것만 살짝 손을 보았다. 문장을 끊은 것 말고는 크게 바꾼 게 없다. 하지만 글의 분위기는 제법 크게 달라졌다.

O 원래 글                                                   인류에게 불의 저주를 퍼부은 첫 번째 제국주의 세계전쟁이 끝난 후 세계는 다시 '영원한 번영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것 같았다. 패전국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전쟁배상금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고 아시아 아프리카의 식민지 종속국 민중들은 변함없는 제국주의의 억압과 수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은 눈부신 경제적 부흥을 이루었다. 치열한 군비 증강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긴박한 국제정치의 표면에서는 국제연맹이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전쟁이 '아득히 멀어져 간 옛이야기'인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 혼란에 빠졌던 세계경제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 영국을 중심으로 한 금본위 체제가 회복되었다. 특히, 1차 대전 기간을 통해 30억 달러의 대외 채무를 지고 있다가 일약 150억 달러의 채권국으로 변신한 미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여 전후 경제 부흥을 계기로 돈을 벌었다. 세계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는 데에 따라 신흥 부국인 미국의 '월가' 증권거래소는 날마다 오르기만 하는 증권을 사기 위해 모여든 투자자들로 북적거렸다.

O 고친 글                                                   인류에게 불의 저주를 퍼부은 첫 번째 제국주의 세계전쟁이 끝났다. 세계는 다시 '영원한 번영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든 것 같았다. 패전국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전쟁배상금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다. 아시아*아프리카의 식민지 종속국 민중은 변함없는 제국주의의 억압과 수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하지만 선진자본주의 나라들은 눈부신 경제적 부흥을 이루었다. 국제정치는 치열한 군비 증강 경쟁이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표면에서는 국제연맹이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었다. 사람들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전쟁이 '아득히 멀어져 간 옛이야기'인 것처럼 느끼게 되었다. 혼란에 빠졌던 세계경제도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금본위 체제가 회복되었다. 특히 30억 달러의 대외 채무를 지고 있던 미국은 1차 대전 기간을 통해 일약 150억 달러의 채권국으로 변신했다. 전후 경제 부흥을 계기로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세계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자, 신흥 부국 미국의 뉴욕 '월가' 증권거래소는 날마다 오르기만 하는 증권을 사기 위해 모여든 투자자들로 북적거렸다.

  부사와 형용사는 적게 쓸수록 좋다. 이미 완성된 문장이라도 반드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문장 요소가 있으면 과감하게 빼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면 주로 부사와 형용사를 삭제하게 된다. 앞에서 고친 글에서 뜻을 전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없는 부사와 형용사를, 그리고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문장 요소를 제거했다. 아래 '다시 고친 글'은 원래 글보다 건조하지만 더 깔끔해 보인다. 그리고 글 분량이 30퍼센트 줄었다. 글은 이런 식으로 줄이면 된다.

O 다시 고친 글                                            첫 번째 제국주의 세계전쟁이 끝났다. 세계는 '영원한 번영의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전쟁배상금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다. 아시아*아프리카 민중은 제국주의 억압과 수탈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치열한 군비 증강 경쟁이 벌어졌지만 국제연맹이 세계 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어서 사람들은 전쟁을 '아득히 먼 옛이야기'처럼 느꼈다. 세계경제는 제자리를 찾았고 영국을 중심으로 금본위 체제를 회복했다. 30억 달러 채무국이던 미국은 1차대전 기간에 150억 달러 채권국으로 변신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세계경제가 호황을 누리자 미국 뉴욕 '월가' 증권거래소는 투자자로 북적거렸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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