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데뷔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고 줄거리를 200자 원고지 석 장으로 요약해보라. 그런 다음 그것을 솔제니친 스스로 요약한 것과 비교해 보라. 아래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마지막 단락을 원본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 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절을 잘 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이렇게 슈호프는 형기가 시작되어 끝나는 날까지 무려 10년을, 그러니까 날 수로 계산하면 삼천육백오십삼 일을 보냈다. 사흘을 더 수용소에서 보낸 것은 그사이에 윤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솔제니친은 이 두 문단으로 소설 전체를 요약했다. 텍스트 요약은 단순한 압축 기술이 아니다. 요약하는 사람의 사상과 철학을 반영하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솔제니친은 소련이라는 국가 전체가 하나의 강제노동수용소라고 생각했다. 계급 없는 사회라는 미명 아래 인간의 자유와 존업성을 짓밟은 공산당 독재에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의 하루를 통해 소련의 사회상을 요약해 보임으로써 그 슬픔과 분노를 표현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어떤 책인지 간단하게 말하는 경우에는 그 소설의 핵심 내용을 발췌해서 최대한 짧게 요약해야 한다. 예컨대 이렇게 말이다.
옛날 소련의 정치범 수용소 이야긴데, 스탈린 시대 사회주의가 얼마나 끔찍한 체제였는지 잘 보여 주는 소설이지. 그런데 재미도 있고 느낌이 진해. 문장도 훌륭하고. 한마디로 말하면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멋지게 체현한 휴머니즘 소설이지!
짧은 시간 안에 책 소개를 마치려면 이처럼 무지막지하게 내용을 압축해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68쪽, <표현의 기술>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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