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난할멈의 장례날은 쾌청했다.
나이 어려 굴건제복 대신 천태를 두르고 도포 입은 영만이를 위시하여 두만아비와 두만이, 최참판댁 사내종들은 두건을 썼고 두만어미, 계집종들은 먹댕기에 북포 치마를 입었다. 음식을 많이 차려 마을 사람들이 배불리 먹었으며 만장이 여러 개 바람에 나부꼈다. 열 두 상여꾼이 멘 상여, 상두채에 올라서서 앞소리를 하는 서서방의 가락은 여전히 아낙들을 울려놓았다. 제 설움에 울고 인간사가 서러워 울고 창자를 끊는 것 같이 가락과 구절이 굽이쳐 넘어가고 바람에 날리어 흩어지는 상두가에 눈물을 흘린다.
어하넘 어하넘
어나라 남천 어하넘
명정공포 우뇌상에
요령 소리 한심허다
멀고 먼 황천길을
인지 가면 언제 오리
상여는 개울을 넘을 때 멈추었다. 다리가 아파 못 가겠고 개울을 넘는데 망령이 노자 달란다 한다면서 상두꾼이 제자리 걸음을 한다. 두만네, 두만아비, 봉순네가 상두채에 엽전을 놓아준다.
어하넘 어하넘
어나라 남천 어하넘
이 길을 인지 가면
언제 다시 돌아오리
활장겉이 굽은 길을
살대겉이 내가 가네
북망산천 들어가서
띠잔디를 이불 삼고
쉬포리를 벗을 삼고
가랑비 굵은 비는
시우 섞어 오시는데
어느 누가 날 찾으리
어하넘 어하넘-
만장이 바람에 나부낀다. 오르막길에서 상여는 기울고 갈가마귀가 우짖으며 앞장선다.
미리 간 사토장이는 하관할 자리를 파놓고 상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관이 끝나고 술 음식이 나누어졌다.
사람들은 먹다 남은 것을 산에 뿌리고 맥이 빠져서 빈 상여를 메고 산을 내려간다.
토지 2권 92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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