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자키 도손의 <파계>에 백정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백정은 남의 집 문지방 너머로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못한다. 백정 집안은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백정이라는 이유로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서 쫓겨날 수 있고, 여인숙에서도 쫓겨날 수 있다. 백정은 보통사람과 같은 묘지에 묻힐 권리가 없다. 백정은 사람이 아니다.’
<파계>는 백정에 대한 차별을 인식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소설이지만, 한편으론 생명에 대한 외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 사람들은 어떻게 고기를 먹었을까? 사람들은 자신들이 먹는 동물에 대해서 그 도살과 소비의 의미를 완화하려 했다. 동물의 생명을 거둔 다음 도살자나 고기를 먹는 사람이 정화 의식을 치르는 것과 같이 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양심을 위무하기 위한 의례와 제사, 신념체계의 예는 수없이 많다. 백정의 존재 또한 이런 불가피함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백정의 존재는 사람의 동질감에 앞서 생명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지금 사람들은 얼마나 고기를 먹을까? 미국을 예로 들면 평균적인 미국인이 대략 1년에 약 39.5kg의 닭고기, 7.7kg의 칠면조 고기, 30kg의 쇠고기, 23kg의 돼지고기를 소비한다고 한다. 1년 동안 먹는 고기가 100kg을 넘는다. 미국 축산업계에선 한 해에 100억 마리의 동물을 도살한다. 해마다 잡아들이는 바다 동물 100억 마리는 빼놓고도 그렇다. 1분에 1만 9,025마리, 초당 317마리 꼴이다. 좀 더 실감 나게 말하자면 100억이란 전 세계 인구의 1.5배나 되는 숫자다. 100억 명을 한 줄로 세우면 그 길이가 320만 km가 된다. 달까지 네 번을 왕복하고, 지구 둘레를 80번 도는 길이다. 이런 100억이 단지 1년 동안에 도살되는 동물의 숫자다.
여기에 무슨 생명 의식이 있을 수 있을까? 오늘날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류가 된 식육 문화 아래에서 생명 의식은 설 자리를 잃었다.
멜라니 조이의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는 신념체계이자 이데올로기-특히, 폭력적인-로서의 ‘육식주의(carnism)’를 주장하며 육식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문제작이다.
저자는 먼저 개를 먹는 것이 왜 문제인지 묻는다. 개고기를 언급만 해도 우리의 혐오감은 극에 달할 것이다. 그럼 왜 쇠고기에는 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을까? 이런 극적인 감정의 차이는 개와 소가 어떤 실질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일까? 우리가 개를 사랑하면서 소를 먹는 것은 개와 소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이상한 것은 소를 먹고 돼지를 먹으면서 우리에게 생명과 관련된 아무런 반응도 없다는 것이다. 고기와 그것을 제공한 동물을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얘기다. 후천적 학습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어떤 특정 동물을 먹을 때 ‘느끼지 않게’ 되었다. 혐오감이든 공감이든.
이유는 ‘육식은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신념체계의 작동 때문이다. 이제 육식은 광범하게 퍼지고 확고하게 자리 잡아서 주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주류 이데올로기 하에서 육식은 사실이 되었고, ‘당연한 것’이 되었다. 육식의 ‘진짜 사실’은 가려지고 감추어지게 되었다.
진짜 사실은 이렇다. 돼지는 영리하고 민감하며 애정이 넘치고 붙임성이 있다. 소는 의사소통을 할 줄 알고 감정이 풍부하며 서로 지속적인 우정을 쌓고 어울려 놀기를 좋아한다. 닭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머리가 좋아 주인과 같이 놀기도 하고 애정 표현을 바라기도 한다. 이런 동물들이 어떻게 키워지고 어떻게 도살되는지 죽을 때 어떤 고통을 울어 대는지 저자의 표현은 독자의 불편함을 많이 일으킨다. 태어나자마자 폐기되는 수평아리, 정상보다 10배나 많은 알을 낳는 닭, 우유 생산을 최대화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과 인공 임신을 당하는 젖소, 젖소가 아니어서 ‘쓸모없는 부산물’로 태어나 17주 내외의 짧은 시간을 지낸 후 송아지고기가 되는 수송아지, 식품으로 취급되어 이름조차 ‘고기’인 물고기들.
저자는 이어서 우리 사람의 식품 안전, 황폐화되는 도살자 문제, 전 지구적 문제가 되는 육류의 환경비용을 얘기한다. 육식주의를 정당화하는 신화의 오류를 밝혀내고 우리 속에 내면화되어 숨어버린 육식주의를 드러낸다.
마무리로 독자의 공감을 일깨우며 실천을 당부한다.
-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일절 하지 않거나 줄일 것
- 동물 옹호 단체를 지원할 것
-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입수할 것
현실적인 당부를 한다.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는 게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먹는 양을 줄이기만 해도 동물과 자신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 멜라니 조이는 현명하다. '~인 체'하는 이들도 책을 읽거나 쓰거나 할 수 있도록 여지를 만들어 준다.
"나 줄일려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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