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사회의 종말>은 인권학자 조효제 교수가 자책하며 쓴 책이다.
조효제 교수는 2010년 경 국제 인권학계가 쏟아 내는 기후변화 관련 연구를 접하며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들여다보았다. 도대체 왜 인권 쪽에서 기후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가? 호기심은 걱정으로 변했다. '왜 이 문제에 진작 신경을 쓰지 않았던가.' 자책과 근심, 부인, 분노, 절망, 체념 속에 빠져 들었다.
'기후 변화와 인권'에 대해 공부하고 2015년 경부터 칼럼을 발표하고 토론을 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언론에 '기후-환경 문제와 인권을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책임감에 짓눌리어 나온 책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는 늦은 책이다. 마치 '토네이도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형국으로 기후위기가 우리를 덮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야 종합적, 포괄적 해결방향을, 아니 단초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탄소 사회'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한 가지는 '탄소 자본주의의 논리와 작동방식을 깊이 내면화한 고탄소 사회체제'를 뜻한다. 탄소 사회는 생산, 소비, 그리고 인간의 내밀한 의식까지 지배하는 달콤한 중독의 체제다. 다른 한 가지는 '탄소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불평등이 전지구적으로 그리고 한 나라 내에서 깊이 뿌리내린 사회 현실'을 뜻한다. 탄소 사회는 팍팍한 고통의 세계다. 달콤한 중독과 팍팍한 고통, 이러한 이중적 탄소 사회와 단호히(!) 단절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기후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기후문제를 극복하는 길에 대해 이 책은 다섯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기후문제를 과학적 패러다임으로만 접근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차원을 부각해야 한다. 탄소 자본주의적 생활양식, 사회 불평등, 젠더, 문화 규범, 사회심리의 문제를 전략적으로 다룰 때 효과적인 기후행동이 가능하다.
둘째, 기후대응의 양대 축이라고 하는 '감축과 적응' 논의를 넘어서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사회 불평등 감축을 함께 달성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녹색사회로의 적응을 함께 추진하는, '이중 감축과 이중 적응'이 필요하다.
셋째, 온실가스의 감축 목표를 추구하는 것만큼이나, 기후위기에 관한 관점과 방향성의 확립도 '동시에' 중요하다. 위기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이 감축 행동과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기후위기를 지구, 생태, 빙하, 해수면, 북극곰의 문제로 프레임 하기보다 사람들 자신의 인권문제로 프레임 하는 것이 기후행동을 촉발할 수 있는 효과가 크다. 인권담론이 인간 중심적인 '인'권을 넘어 자연과 지구의 권리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가 인류의 실존에 관한 문제이고,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를 자행하는 탄소 자본주의, 그것을 옹호하는 거대한 산업적 이해관계와 기업 활동, 친탄소 정치권력 등을 '반인도적 범죄'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조효제 교수는 이 책에서 기후위기가 어떤 성격의 위기인지, 기후위기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고 왜 풀기 어려운지, 기후위기가 왜 인권의 문제인지, 기후대응을 위해 사회적 차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한국 사회 일부의 심각함과는 별개로 사회 전체적으로는 무관심, 반신반의, 외면, 체념의 분위기가 많다.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늦었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격렬하게 논쟁하지 않았다!'. 시간의 지평을 길게 잡고 '자기 분야에서 할 수 있는 고유한 방식으로 힘을 보태어 기후대응에 반대하는 공세에 맞서자'고 얘기하며 글을 맺는다.
*2023년 10월 하순 발생한 럼피스킨병은 전국적으로 79곳의 농장으로 퍼졌고, 5200마리가 살처분됐다. 기후위기는 명백하고 일상화되었는데, 기후행동은 보잘것없기만 하다. 독후 느낌으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심각하게 쓸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마땅한 기후행동이 손에 와닿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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