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시청을 그대로 본뜬 모양에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탑과 대리석으로 만든 풀장, 160제곱미터가 넘는 잔디밭과 정원이 딸려 있는, 그야말로 엄청난 저택. 바로 개츠비의 저택이었다.
주말이면 롤스로이스가 시내에서 파티에 오가는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수백 미터의 야외용 천막아래 갖가지 색깔전구가 달린 뷔페 테이블에는 화려한 전채 요리와 거무스름하게 금빛으로 구운 칠면조 등 음식들이 즐비하게 차려져 있다. 중앙 홀의 바 위에는 진과 각종 술이 가득 놓여 있다. 홀과 살롱과 발코니에는 사람들로 붐볐다. 잡담과 웃음소리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사람을 소개받고 금방 잊어버리고 서로 이름도 모르는 여자들끼리 신바람이 나서 대화를 나눈다. 파티가 뜨거워질수록 웃음은 쉽게 터져 나오고 손님들은 더욱 빨리 바뀌고, 단숨에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다. 커플들이 비틀거리면서 서로를 안고 춤을 춘다. 밤이 깊어지며 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내는 남편과 다투다가 마지못해 일어서고 집에 가기 싫어하는 사내들은 여기저기 쓰러져 있다가 버스를 타고 사라졌다. 푸르스름한 새벽이 되었다.
소문에 개츠비는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 전쟁 중에는 독일 스파이였다는 말도 있다. 하는 일은 밀주업자인데 캐나다로 연결되어 있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술을 밀수한다. 동업자인 울프심은 개츠비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고 있다. 훈장을 온몸에 가득 달고 있었고 이틀을 굶어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자신이 개츠비를 시궁창에서 건져 내었다고 자신했다. 재향군인회에 가입시켜 한자리를 차지하게 했고 같이 일을 하는 우정이 두터운 사이가 되었다.
개츠비는 스스로를 이렇게 얘기했다. 중서부의 어느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교육은 집안 전통에 따라 옥스퍼드에서 받았다. 가족들이 모두 죽는 바람에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었다. 유럽의 모든 수도에서 보석을 수집하고 사파리 사냥을 하고 취미로 그림도 좀 그리며 살았다. 전쟁이 터져 중위로 임관해 아르곤 숲 전투를 치렀다. 그 공로로 소령으로 특진했고 가는 곳마다 연합군 정부의 훈장을 받았다. 낯선 사람들과 파티를 하며 지내는 건 자기에게 일어났던 슬픈 일을 잊으려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츠비는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데이지와 헤어지게 되었다. 데이지는 돈 많은 톰 뷰캐넌을 만나 결혼을 했다. 개츠비는 뉴욕 교외로 흘러 들어와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날마다 파티를 벌였고 결국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톰은 머틀이라는 정부가 있었는데 데이지도 알고 있었다. 개츠비는 데이지와 밀회의 시간을 보내고 데이지에게 톰과 헤어지기를 요구한다. 어수선한 가운데 머틀이 죽게 되는데, 데이지가 운전하는 차를 톰이 운전하는 줄 알고 머틀이 뛰어들어 죽게 된 것이다. 머틀의 남편은 아내의 외도 상대가 차의 주인임을 짐작하고 주인을 찾아 나선다. 톰은 차의 주인이 개츠비임을 흘리고 개츠비는 죽음으로 발견되게 된다.
개츠비의 아버지는 개츠비의 어린 시절 일일계획표를 갖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오전 6시에 기상하여 아령 들기와 벽 타기, 전기학 및 기타 공부,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일을 하고 그 이후에는 야구와 스포츠, 웅변 연습, 자세 습득 훈련, 발명에 필요한 공부를 해서 9시에 마치는 것으로 돼있었다. 그 당시 개츠비는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궐련과 씹는담배를 삼갈 것, 이틀에 한 번씩 목욕할 것, 매주 유익한 책이나 잡지를 한 권씩 읽을 것, 매주 5달러 3달러씩 저축할 것, 부모님 말씀을 잘 들을 것 같은 결심을 했었다.
개츠비의 죽음을 수습한 닉은 개츠비를 이렇게 알고 있다. 개츠비는 열일곱 살 때 찢어진 초록색 셔츠에 면포 바지를 입고 호숫가를 빈둥거렸다. 부모는 별 볼 일 없는 농사꾼이었다. 호숫가에서 조개를 캐거나 연어를 잡는 등의 일로 겨우 숙식을 해결했다. 여자는 자기의 성격을 버려놓는다는 이유로 경멸했다. 열일곱 살의 개츠비는 백만장자 코디를 우연히 만나 그의 집사, 조타수, 비서, 경비원 노릇까지 하였다. 코디의 불미스러운 사망으로 돈을 물려받았으나 어린 나이 때문에 실제로 돈을 받지는 못했다. 남은 것은 적절하게 받은 교육뿐이었다. 그는 열일곱 살 청년이 만들어 낼 법한 인물을 스스로 만들어 낸 뒤 그 이미지에 끝까지 충실하게 살았다.
* '개츠비는 위대한가?' 책 이름의 '위대한'이라는 낱말은 어색하다. 이 정도의 삶을 위대하다고 할 수 있나. 이 부조화는 영어와 한국어의 사소한 의미차이를 가볍게 생각하고 단순히 옮긴 데서 생기는 것은 아닐까.
표준국어대사전에 '위대하다'의 뜻은 '도량이나 능력, 업적 따위가 뛰어나고 훌륭하다'이다. 예문으로 '위대한 업적', '위대한 자연의 힘',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가 있다. 영어 'great'는 'famous, powerful, or important as one of a particular type'로 유명하거나 중요하다는 정도의 의미를 갖고 있다. 개츠비는 'great'하지만 '위대'한 것 같지는 않다.
*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위대한 개츠비'는 최고의 소설이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가 인연이 되어 나가사와를 만나 친하게 된다. 나가사와는 사후 삼십 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는 읽지 않았다. 오랜 책만 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인생, 귀중한 시간을 소모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그는 술에 취하면 여자에게 진저리가 날 만큼 악질적으로 대한다. 여자친구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가볍게 헤어진다. 여자친구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그에게 와타나베는 분노를 일으키고 절교한다.
개츠비는 부정한 성공으로 사랑을 잠깐 얻고 파멸했는데 나가사와는 오염되고 가벼운 사랑으로 성공의 길을 걸어가는데 걸림돌이 없다. 하필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인간이 나가사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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