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에는 생어와 사어가 있다.
생어는 오감을 각성시킨다. 오감은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말한다. 그대가 아직 글쓰기에 발군의 기량을 습득하지 못했다면 될 수 있는 대로 생어를 많이 사용하도록 하라. 생어는 글에 신선감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달빛, 물비늘, 주름살, 흉터는 시각적인 단어고 천둥, 재채기, 자명종, 피리는 청각적인 단어고 누룩, 비린내, 박하, 나프탈렌은 후각적인 단어다. 모래, 양탄자, 톱날, 솜털은 촉각적인 단어고 꿀물, 고추장, 솜사탕, 소금은 미각적인 단어다. 다시 말하자면 생어는, 눈을 자극하고 귀를 자극하고 코를 자극하고 피부를 자극하고 혀를 자극하는 단어다. 물론 대부분의 단어들이 두 가지 이상의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대표적인 감각을 우선으로 삼는다. 대표적인 감각은 대표적인 속성이며 대표적인 속성은 대표적인 상징이다.
돌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자.
돌의 대표적인 감각은 촉각이다.
그리고 단단함을 대표적인 속성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러니까 돌은 단단함을 상징하는 단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사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절망, 눈에 보이는가. 허무, 귀에 들리는가. 총명, 냄새가 맡아지는가. 지혜, 질감이 느껴지는가. 포부, 맛이 느껴지는가. 물론 아니다. 이렇듯 한자어로 구성된 추상어들, 눈, 코, 입, 귀, 피부로 느낄 수 없는 단어들은 사어에 해당한다. 이 사어들은 작가의 역량에 따라 생어로 변모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을 충분히 습득한 다음의 이야기다.
그놈은 흉기로 자주 자해를 하는 습관이 있다.
라는 문장보다는,
그놈은 뻑하면 회칼로 자기 배를 그어대는 습관이 있다.
라는 문장이 훨씬 선명한 전달력을 가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흉기와 자해라는 사어 대신에 회칼이나 배를 그어댄다는 생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자어들은 사어다. 특히 문학적 문장에서는 한자어들을 잘못 남발하면 문장으로서의 전달력 설득력 현장감 생동감이 떨어질 가능성이 짙다.
그렇다고 생어만으로 이상적인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이상적인 문장은 생어와 사어가 적재적소에 쓰였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글쓰기의 공중부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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