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짧은 나들이를 나섰다.
점심을 먹으러 향한 오리집은 거의 십 년만이다. 한강 강가에 접해 있어 식사를 기다리거나 식사한 후에 모닥불이 있어 불을 쐬기도 하고, 아이들은 그네가 있어 그네놀이를 하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제공해서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강가를 거니는 맛은 특별했다. 오늘은 강가를 거닐기만 했다. 오리집에서 운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을 기대하는 마음이 얼굴에 가득하게 나타난다. 설렘이 있다. 명불허전!
변함이 있으면 있는 데로 없으면 없는 데로 추억은 씹는 맛이다.
두물머리에서 북한강으로 향한다. 북한강이 왼편으로 지나간다. 왼쪽 바로 아래에 수면이 보이고 널따란 강 폭을 따라 맞은편 강어귀의 수풀들이 자연스럽다. 강물은 깊게 보이고 수면의 반짝반짝 반짝거림은 강하기도 하고 자잘하기도 하고 모여있기도 하고 무언가 얘기를 하는 듯하다. 가득해! 햇빛이 대기 중에 가득하다. 햇빛은 물을 빛나게 하고 맞은편 늦봄의 나뭇잎들을 빛나게 하더니 도로를 다리를 산을 하늘을 빛나게 한다. 햇빛은 우리 중에 가득하여 우리 얼굴을 우리 마음을 빛나게 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라면 가득한 봄 빛에 시간을 맡겨 보자.
황순원의 소나기마을 입구는 패랭이꽃과 보리가 섞여 자라는 나대지를 끼고 돌면 나온다. 약간 경사지다. 1층에서 작가의 연혁을 살펴보고 2층에서는 소나기 동영상을 보며 움막 속에 들어간 자세를 취해 보기도 한다. 작품 속 교실을 실제 꾸며놓은 곳에서 잠깐 교사가 또는 학생이 되어 본다. 이제 인공 소나기가 내릴 시간이다. 사람들이 제법 여럿이 모여있다. 분사구에서 물이 힘 없이 흘러내려 의구심을 일으키더니 분사구마다 연이어 물이 솟구친다. 시간은 짧다. 함성과 소란스러움이 일어나더니 무지개가 낮게 나타난다. 감탄이 연거푸 일어난다.
사람은 유치함을 좋아하고 유치함은 자연스러울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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