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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새의 살아가기

밭알이 2022. 5. 29. 01:53

  전화를 놓친 것이 생각이 났다. 관리소장한테서 온 전화였는데 만남 중이어서 받지 않았고 하루가 지나버렸다. 전화해서 무슨 일이 있는지 묻는다. 소장의 말이 작업자가 다쳤다는 것이다. 서둘러 상황을 파악하고 보고서를 꾸미고 보고를 하고 한 숨을 돌린다.

  건물 여기저기 새의 흔적들이 적지 않다. 건물 벽이나 외부에 개방된 주차장에 깃털이 흩날리고 새 똥이 너저분하다. 작업자는 주차장 천장의 새 둥지를 발견했다. 전선이 다발로 지나가는 위에 둥지가 있는 것이다. 사다리를 펼치고 올라가 보니 바가지 만한 둥지 속에 새 알이 있다. 비둘기 둥지다. 
  작업자는 둥지를 두 손으로 조심스레 들고 사다리를 내려온다. 사다리를 잡을 손이 없어 땅에 발을 딛자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만다.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럼, 비둘기 알은. 내려가지고 어떡하려고? 어디로 옮길 것이며 옮기면 어미가 찾아와 알을 품고 살릴 것인가? 둥지를 찾아오기나 할까?

 

  양버즘나무 기둥 위에 둥지가 있다. 둥지와 주변이 기묘하다. 작년 봄을 맞이하며 강하게 가지치기를 했을 것이다. 하늘로 곧게 뻗은 나무기둥을 싹둑 잘랐을 것이다. 여름을 지나며 잘린 기둥 끝에서 가지가 몇 개 나오고 자랐다. 가지가 자라는 가운데 까치는 둥지를 만들고. 까치 새끼는 잘 태어나고 떠났을까?
  올 해도 가지치기를 했을 것이다. 가지치기를 하는 작업자는 둥지 주변의 가지를 쳐낸다. 왜 둥지는 남겨두고 가지는 쳐냈을까?

 

  도시의 야만으로 치닫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한 편, 도시의 새들은 좋아할까? 의문이 고개를 치켜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