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후기 1에 이어)
4주 차는 구술인터뷰의 이해 및 방법에 대한 강의였다. 구술사가 무엇인지, 구술자의 선정과 진행 방법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모든 역사는 처음에는 구술(설화)이었는데, 19세기 역사학이 근대 학문으로 정착되면서 주관적인 구술보다 객관적인 사료를 중시하게 되었다. 그 결과 역사학은 민족, 국가, 사회라는 거시적 주체나 지배자, 엘리트를 주로 다루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지역이나 '민'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개인적 경험과 기억들이 주목되기 시작했다. 대안적 역사 쓰기의 방법으로서 '구술사'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구술이란 구술을 기록하고 수집하는 것(채록)으로 구술 자료를 가지고 쓰는 역사를 말한다. 구술 자료는 구술성(말의 특징, 같은 말도 사람마다 다르다, 다채롭다), 주관성과 개인성(의도하든 안 하든 구술은 윤색, 왜곡될 수 있다), 서술성(이야기), 공동 작업(구술자+연구자)의 성격을 가진다.
구술사는 (1) 구술자 선정, 접촉, 라포 형성, 구술 동의 (2) 질문지 작성 후 인터뷰 (3) 구술 자료의 녹취 (4) 구술 자료의 검증과 해석 (5) 구술 자료의 텍스트화로 진행한다. 구술자 선정을 할 때는 사전 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선정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자격 조건을 먼저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구술자를 찾는 방법과 현지 조사를 통해 적절한 구술자를 섭외하는 방법이 있다. 구술 전에 공식적으로 구술자로부터 구술 동의 및 구술 자료 공개/활용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동의 방법은 서면 동의가 좋으며 구술 자료의 공개/활용의 경우 조건부 동의도 가능하다.
구술 인터뷰 전에 반드시 질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구술 인터뷰의 성패는 질문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뷰 전에 구술자와 면담자의 관계-대등한 관계가 되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나이, 성별, 학력, 직업, 계층, 지역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구술자의 인터뷰 의도에도 주의해야 한다. 인터뷰는 능동적/비평적 인터뷰를 지향하고 구술자의 사진과 물건, 지도를 활용하면 훨씬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5주 차는 인터뷰 실습이었다. 구술자 선정이 부담되었는데, 근처에 앉은 김 OO이 구술자 섭외를 할 수 있겠다고 나섰다. 도움이 될 듯하여 같이 하자고 먼저 얘기를 꺼냈고 받아들여져서 같은 조가 되었다. 일이 수월하게 되는 듯했다. 막상 진행하려니 구술자가 복수가 되어 한 명에게 양해를 구하고 양보를 받아야 했다. 민망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터뷰 시간은 구술자에게 맞추어져 조원은 일부만 함께하게 됐다. 사전 질문을 작성하고 적당한 찻집을 정해 만나게 되었다. 김 OO이 면담자 역할을 했는데, 질문을 하고 녹음을 확인하고 답을 들으며 추가 질문을 하고 그러는 동시에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분위기를 편하게 하려고 애를 썼다. 보기에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다행히 구술자는 적극적이어서 대답을 잘해 주었고 기억력이 좋아 옛날 일을 제법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었다. 녹취 파일을 근거로 다른 조원이 녹취록을 작성해 주었다. 구술자에게 보여 주었는데 몇 가지 첨삭도 하며 살펴봐 주었다. 구술자 선정과 역할 분담 등 제법 잘 수행된 실습이었다. 김 OO의 수고가 제일 많았다. 혼자 다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6주 차는 구술자료의 정리, 보고서 작성에 대한 강의였다. 구술사의 방법 중 세 번째 사항인 구술 자료의 녹취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구술 인터뷰 내용은 녹음이나 녹화한 후 녹취록으로 작성하게 된다. 사전에 일관된 표지 및 양식을 만들어 놓으면 편리한다. 이에 대해 한국구술사학회는 구술채록 매뉴얼을 수립해 놓았다. 녹취를 시작할 때 일시, 회차, 연구진 등의 시작멘트를 녹음하면 나중에 혼선을 줄일 수 있다. 녹취록도 편집 기준을 표준화하면 일관되고 정돈된 녹취록을 작성할 수 있고 간단한 기호만으로 충분한 의사 전달이 가능하다. 글꼴, 글자 크기, 줄 간격, 여백 등을 표준화한다. 잘 들리지 않는 경우, 상황재연이나 인용 시, 강조의 경우, 말끝이 흐려지거나 침묵하는 경우에 어떤 기호를 쓸지 정해 놓는다. 큰 괄호/작은 괄호의 용례, 꺽쇠의 용례도 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녹취록은 구술 인터뷰를 수행한 면담자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다. 제 3 자가 녹취를 할 경우 한 사람이 전담하는 것이 좋으며, 이 경우 마지막에 반드시 면담자가 녹취록을 검독해야 한다. 녹취록은 정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녹화나 녹음 파일의 표현을 임의로 요약하거나 편집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내용, 용어라 하더라도 구술자의 표현을 일단 그대로 녹취한다. 고유명사의 경우에는 정확한 단어를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구술자로 하여금 녹취록의 최종 검독을 하게 하고 '검독확인서'를 받는 것이 좋다. 구술자가 검독과정에서 자신의 발언을 수정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명백한 오류를 바로잡는 경우에는 정확한 표현을 병기하고 표현에 대한 윤문이나 삭제는 피하도록 한다.
구술자가 구술 인터뷰에 동의했음에도 막상 구술 인터뷰 후에 자신의 인터뷰 내용을 녹취하지 말거나 녹취록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녹취록 전면 비공개/ 특정 조건(사후 등) 하 공개/ 부분 비공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구술자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다만, 라포를 바탕으로 구술자를 설득하여 모두 공개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반면, 구술자의 일방적 주장이나 타인에 대한 인신공격 등 법적 명예훼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면담자의 판단으로 구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녹취록의 (부분) 비공개가 가능하다. 녹취록의 (부분) 비공개 내역은 별도로 정리 및 관리해야 한다.
'간투사를 어디까지 녹취록에 담아야 하는가?(정확 vs 생략) 사투리는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표준어에 가깝게? 표준어 병기?)'는 녹취록 작성과 관련한 대표적인 논란이다. 녹취문은 아무리 정확해도 구술성(분위기, 어조, 뉘앙스, 상호교차 등)을 모두 담아낼 수 없다. 그래서 최근 영상 기술의 발전과 편의성을 근거로 녹취록 작성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 비용을 사용하지 말고, '면담일지' '목차' '키워드' 등 메타데이터를 더욱 충실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7주 차는 현장 실습 피드백 및 수료식 시간이었다. 두 개조의 실습에 대한 피드백이었다. 한 조는 1942년 생 여성이었다. 지역에 있었던 가발공장, 유적, 동방주택 등이 흥미로운 점, 젊은 날 서울로 올라와 3대에 걸쳐 지내온 여성의 삶, 강사는 이 두 가지에 대한 추가적인 깊은 인터뷰를 주문했다. 다른 한 조는 1963년 생 여성이었다. 성북동에 오랜 기간 살았는데, 성북동의 역사와 관련된 장소성, 성북동에서 반려견(시대변화를 보여줌)과 함께하는 생활에 대한 피드백이 있었다. 북서울 꿈의 숲에 있는 창녕위궁 재사와 김진홍 가옥에 대한 이야기, 이것이 어떻게 동방주택으로 연결되는지 강사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1942년 생 여성의 구술은 하반기 구술생애사 책에 담는 것으로 진행할 거라는 얘기를 들으며 마무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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