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직원식당 식단가가 대폭 인상되었다. 무려 25퍼센트의 상승이었다. 관리부서는 반찬이 한 가지 늘었으며 과일이 제공되고... 어떻게 바뀔지 간소하게 설명해 주었다. 단가 인상 첫날, 평소보다 훨씬 긴 대기줄이 변화를 느끼게 한다. 식단이 풍성해졌다. 재료도 좋아졌고, 맛깔나게 요리를 하려고 마음 쓴 티가 보였다. 어떤 날에는 식판에 음식을 담기 부족할 정도로 가짓수가 많았다. 식단에 따른 호불호가 있기는 하지만 단가 인상 폭에 비해 아쉽다는 의견도 있지만 좋아진 것은 확실하다.
이를 계기로 식당 운영업체와 얘기를 나누었는지 그래서 운영상 아쉬움이 전달되었는지 회의자리에서 추가적인 개선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주방기기 이것저것이 망가져서 조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였다. 이용자로서 불편함이 있었는데, 식판이 건조되지 않고 젖어 있어 불편했다. 꽤 오래되었다. 젖은 식판은 문제 상황을 제대로 보여준다. 어쩌다가 이렇게 될 때까지 오랫동안 방치하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궁금했을까. 퇴식구의 너머가. 아마도 식당이 조성됐을 무렵일 것이다. 사람 허리높이의 기다란 사각 퇴식구는 컨베이어벨트만 보인다. 전면과 윗면, 한쪽 옆면은 가리어져 있다. 컨베이어벨트 앞에는 수저받이가 있어서 숟가락이나 젓가락, 포크나 나이프를 구분하여 넣도록 표시되어 있다. 퇴식시간은 빠르고 편리하다. 퇴식구 너머를 안 보여주는 것이 서비스 측면에서 나을 것이다. 아마도 그곳은 미관적으로 안 좋을 테니까.
퇴식구 너머가 일부 보이기는 한다. 컨베이어벨트 위에 식판을 놓으면 이동하여 식기세척기로 들어가는데 그 앞에 잔반을 처리하는 분주한 손이 보인다. 식판은 줄지어 들어가고 그 손은 좀 자주 식판을 바깥으로 밀어낸다. 궁금하다. 퇴식구 너머에 어떤 노동의 모습이 있는지.
회의자리에서 한 마디 꺼내게 되었다. 마음속에 담아 놓았던, 오래되어 달라붙어버린 얘기였는데, 이런저런 상황으로 뜯어내 꺼내놓게 되었다.
"식단가가 올라서 식단이 풍성해지고 반찬수도 늘어 좋습니다. 살이 푹푹 찌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는데, 반찬수가 늘었으니 식사를 준비하는 데도, 뒤처리하는 일도 늘었을 겁니다. 퇴식의 경우 20퍼센트 가까이 일거리가 늘었을 듯합니다. 식기세척기 가동률이 올라갈 거고 증기발생도 많아질 겁니다(식기세척기는 증기를 사용한다). 그러면 실내온도가 올라가게 될 텐데 냉방이 적정한지도 금번에 점검해 보면 좋겠습니다"
관련 부서는 부리나케 주방에 들러 설비를 점검하고 인터뷰를 했다. 말씀이 많아 귀가 따가왔다느니 등짝을 맞았다느니 너스레를 떨었다. 시끄럽지 않은 소란이 일게 되었다. 이번 소란과 관련은 없겠지만, 갸우뚱할 만한 모습을 보게 됐다. 퇴식구 앞에서 한 임직원이 인사를 했다. '수고하세요.' 잔반을 처리하는 분주한 그 손이 대답을 했다. '감사합니다.' 손이 말을 하다니! 그 소리는 작고 멀었다.
'조각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시 속 식물의 살아가기 2023 (0) | 2023.08.28 |
---|---|
2023 성북구 주민기록단 수강 후기 3 (1) | 2023.06.19 |
2023 성북구 주민기록단 수강 후기 2 (0) | 2023.06.16 |
2023 성북구 주민기록단 수강 후기 1 (0) | 2023.06.12 |
습관 유감 (2) | 2023.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