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존중받기를 원하고 남들과 동등하게 대접받고 싶어 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고 기본적 차원에서 평등한 인간의 몫을 요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지 않을 때 사람의 인격과 인권은 땅에 떨어진다. 차별과 배제가 심각한 인권 침해인 이유는, 그것 자체가 사람에게 좌절과 열등감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차별에 근거한 정책을 시행하는 정치 체제는 인권 침해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히틀러 나치 정권의 사상 최악의 인권 유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의 극단적 인종 차별, 미국 남부 지역의 흑백 분리 정책 등 역사적 증거는 넘쳐나고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된다.
'차별'이라는 용어는 '나누어서 별도로 취급'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금지한다'는 대원칙을 살펴보자. 우선 '차이를 인정'한다는 말은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 자질, 정체성 등의 개별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개별성에 근거하여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나 맥락에서 그것이 차별로 이어지면 안 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정당한 구분'이고 어디부터가 '부당한 차별'인가.
첫째, 구분을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차별이 아니다. 예를 들어, 버스 회사에서 기사를 채용할 때는 버스 운전 면허증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면허증 없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면허증이 있는데도 어떤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차별이다.
둘째, 구분해야 하는 목적과 구분을 하는 방식 사이에 비례 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야간 운전을 해야 하는 버스 기사로서 야간에 시력이 약해지는 증상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채용하는 데 까다로운 조건을 달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을 이유로 무조건 채용 불가라고 하면 안 된다.
셋째,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차별받아 온 전력이 있는 집단의 경우엔 그들의 특별한 상황과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인종, 성별, 장애 등의 이유로 차별받아 온 사람들에게 적극적 시정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정당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도 이런 경우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가 아니라고 명시한다. 차별을 시정하더라도 그것이 단지 눈에 보이는 차별만 없애는 '형식적 기회균등'인지, 아니면 차별의 선행 요인을 고려한 '공평한 기회균등'인지를 나눠봐야 한다. 100미터 달리기 출발선에 똑같이 세워주는 것은 형식적(소극적) 기회균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키 작은 아이와 키 큰 어른을 똑같이 경쟁시키는 것이 과연 진짜 기회균등일까. 키 작은 아이를 몇 발 앞서 세운다면 그것은 공평한(적극적) 기회균등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별을 금지한다는 인권의 원칙을 더욱 근본적인 차원에서 비판하는 시각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에게 원천적으로 열등한 존재라는 무형의 딱지를 붙여놓은 상태에서 대다수가 은연중에 그 점을 당연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공식적으론 차별을 하지 않는 척하면서 실질적으로 무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엔 차별 금지 제도 이전에 그들도 우리와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할 것이다. 법이나 제도상의 반차별이 중요하지만 약자에 대한 인식상의 인정과 심리적 포용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혈연, 지연, 학연 등은 일정한 연고에 근거하여 패거리를 형성하고, 그 그룹에 속하지 않는 사람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불이익을 가하기 때문에 사회 문제가 된다. 예컨대 특정 지역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싹쓸이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차별이요,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지금, 여전히, 남자 위주, 00 대학 위주, 00 출신 위주의 우리나라는 인권공화국이 아니라 차별공화국이다. '공평한 기회균등'을 위한 적극적 시정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인권 침해는 확대될 것이라는 시사점을 보게 된다.
<인권 오디세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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