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공부/인권 공부+

'세계 인권 선언' 이해하기

밭알이 2023. 1. 20. 12:00

  전문
  우리가 인류 가족 모든 구성원들의 타고난 존엄성과, 그들의 평등한 권리 및 빼앗길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할 때, 자유롭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은 탓에 인류의 양심을 분노하게 한 야만적인 일들이 발생했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모든 사람이 말할 자유, 신앙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의 등장이라고 우리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치게 되었다.
  인간이 폭정과 탄압에 맞서,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 저항에 의존해야 할 지경에까지 몰리지 않으려면 법의 지배로써 인권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


  오늘날 여러 나라 사이에서 친선 관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이 참으로 필요해졌다.
  유엔에 속한 여러 인민들은 유엔헌장을 통해 기본 인권에 대한 신념, 인간의 존엄성 및 가치에 대한 신념,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권리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했으며, 더욱 폭넓은 자유 속에서 사회 진보 및 더 나은 생활 수준을 촉진시키자고 다짐한 바 있다.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과 협력하여,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함께 존중하고 준수하며, 그것을 증진하자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러한 서약을 온전히 실현하려면 인권이 무엇인지 또 자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이제, 유엔 총회는, 사회 속의 모든 개인과 모든 조직이 이 선언을 언제나 마음속 깊이 간직하면서, 가르침과 배움을 통해 이러한 권리와 자유가 존중되도록 애써 노력하며, 국내에서든 국제적으로든, 전향적이고 지속적인 조치를 통해 이러한 권리와 자유가 보편적이고 효과적으로 인정되고 지켜지도록 애써 노력하기 위하여, 모든 인민과 모든 국가가 다 함께 달성해야 할 하나의 공통된 기준으로서 '세계 인권 선언'을 유엔 회원국들의 인민들뿐만 아니라 회원국의 법적 관할하에 있는 영토의 인민들에게 선포하는 바이다.

* 인류가 20세기 들어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특히 홀로코스트라는 반인도적*반문명적 참화를 거친 후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겠노라고 다짐한 역사적 서약이다. 세계 인권 선언의 제정에 민간단체, 비정부기구(NGO), 개인들의 활약이 있었다. 마흔두 개의 국제 엔지오 단체가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했는데, 재미 한인 동포들이 결성한 '중한민중동맹단'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 엔지오들은 인권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데 맹활약을 했다. 중소국들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인권 목록에 확실히 포함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인도의 한사 메타 대표는 영어권 국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all human beings'라는 중성형 표현을 주장하여 여성의 권리를 격상시켰다. 또한 중소국들은 민족 자결권과 정치적 독립 역시 인권의 일부임을 확실하게 드러내었다. 중국 대표 장펑춘은 세계 인권 선언에 기독교 자연법적 인권관을 명시하자고 주장하는 많은 위원들의 요구를 뿌리치고 인권을 인간의 이성과 양심에 근거한 '인본적' 개념으로 확정 짓는데 큰 구실을 했다. 즉, 형이상학적 존재론을 거부하고 휴머니즘으로서의 인권을 주장한 것이다.
* 전쟁의 참화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평화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평화권-를 얘기할 때, 인권은 평화를 위한 수단이 된다. 인권을 보장하면 국내 평화와 개인의 존엄, 국제 평화와 집합적 인간 존엄이 실현된다. 인권은 평화를 위한 보험 같은 것이다.
* 폭력 저항-혁명은 최후의 수단으로 인정되긴 하나 적극적으로 권장되지는 않는다. 혁명권은 통치자가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할 때엔 민중이 정부를 해산할 수 있다는 권리다. 혁명권은 최근 인권에 근거한 평화적 투쟁, 인민 중심의 정치체, 시민적 저항을 지원할 권리로 확장되고 있다.
* 프랑스 법학자 카렐 바삭(Karel Vasak)은 '세대별 인권' 개념을 제시했다. 바삭에 따르면 1세대 인권은 자유권이다. 시민적*정치적 권리라고도 하며 세계 인권 선언의 3조에서 21조 사이에 나와 있다. 2세대 인권은 평등권이다. 경제적*사회적 권리라고도 하며 세계 인권 선언의 22조에서 27조 사이에 나와 있다. 3세대 인권은 연대권이다. 집합적 권리라고도 하며 세계 인권 선언에는 암시만 되어 있고, 나중에 구체화되었다. 인권은 1*2*3세대 전체를 포괄하는 종합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제1조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났으므로 서로를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 이성과 양심을 타고났다는 말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서로를 형제애의 정신으로 대하려면 각자가 생각하는 바를 서로 존중해줘야 한다. '네 생각은 무조건 틀렸어. 그냥 입 다물고 살아!'라고 윽박지른다면 그건 형제애의 정신이 아니라 인간 이하로 천시하는 것이다. 최악의 구박과 멸시다. 또한, 어떤 생각의 자유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보장하려면 그 생각이 사람의 머리 밖으로 나와 말과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까지 존중하고 보장해주어야 한다.
  여기서 '생각->말->연설->출판->언론->정보->표현->집회->결사->투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상상해볼 수 있다. 전체 연결 고리 중 하나라도 빠지면 다른 고리들이 무너지거나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생각의 자유부터 투표할 자유까지 이어지는 전체 과정이 긴 사슬을 이루면서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유롭게 말할 권리'는 민주주의의 거대한 사슬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조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 또는 그밖의그 밖의 견해, 출신 민족 또는 사회적 신분, 재산의 많고 적음, 출생 또는 그 밖의 지위에 따른 그 어떤 종류의 구분도 없이,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이 속한 곳이 독립국이든, 신탁통치령이든, 비자치령이든, 그 밖의 어떤 주권상의 제약을 받는 지역이든 상관없이, 그곳의 정치적 지위나 사법 관할권 상의 지위 혹은 국제적 지위를 근거로 사람을 구분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 1945년 제정된 유엔헌장은 인종, 성, 언어, 종교 네 가지 차별 사유를 제시했다. 세계 인권 선언에서는 차별 사유가 12가지로 늘어났다. 세계 인권 선언이 이토록 반차별을 강조한 것은 차별 행위가 모든 인권을 가로질러(cross-cutting) 고려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차별과 배제가 중요한 인권 침해인 이유는, 그것 자체가 사람에게 좌절과 열등감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차별에 근거한 정책을 시행하는 정치 체제가 인권 침해를 양산한다는 역사적 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은 민족, 사상, 국적, 장애 등 차별에 근거하여 홀로코스트라는 사상 최악의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인들을 배제했던 아파르트헤이트 역시 극단적인 인종 차별 정치 체제였다. 미국에서 1960년대 남부 지역의 흑백 분리 정책 역시 아직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는 문제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통용되는 혈연, 지연, 학연 등도 일정한 연고에 근거하여 패거리를 형성하고 차별과 불이익을 가하기 때문에 사회 문제가 된다. 예컨대 특정 지역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싹쓸이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모든 사람이 공직에 참여할 수 있는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제3조
  모든 사람은 생명을 유지할 권리, 자유를 누릴 권리, 그리고 자기 몸의 안전을 지킬 권리가 있다.

* 원래 '인신의 안전'은 자의적인 국가 권력으로부터 내 한 몸 지킬 자유를 의미했지만 오늘날에는 재난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를 위해 국가는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그것을 촉진하고 충족할 의무를 져야 한다. 이것이 사회 계약적 인권의 핵심이다.

  제4조
  어느 누구도 노예가 되거나 타인에게 예속된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된다. 노예 제도와 노예 매매는 어떤 형태로든 모두 금지된다.

  제5조
  어느 누구도 고문, 또는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거나 모욕적인 대우 또는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

* 범죄자에게 왜 벌을 주는가. 범죄 행위로 인해 손상된 사회 전체의 선익을 회복하는 게 1차 목적이다. 형벌을 가할 권리는 최대 다수에게 최대 이익을 안겨주기 위한 권력 행사여야 한다. 또한, 형벌의 목적은 타인의 범죄를 예방-범죄 억지 효과-하는 데 있다. 이런 논리의 연장선 상에서 이탈리아의 형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는 고문과 사형의 폐지를 주장했다. 고통의 감각이 고문당하는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지배하게 되면 잠시라도 그 고통을 면할 선택 이외에는 그 어떤 자유로운 선택도 존재하지 않는다. 고문을 통한 자백으로 진실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고 불필요하고 부당하다. 사형도 마찬가지다. 범죄자를 처형한다고 사회 전체의 선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범죄의 예방 효과도 입증되지 않았다.

  제6조
  모든 사람은 그 어디에서건 법 앞에서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한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

  제7조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어떤 차별도 없이 똑같이 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모든 사람은 이 선언에 위배되는 그 어떤 차별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러한 차별에 대한 그 어떤 선동 행위에 대해서도 똑같은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제8조
  모든 사람은 헌법 또는 법률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의 법정에 의해 적절하게 구제받을 권리가 있다.

  제9조
  어느 누구도 함부로 체포 또는 구금되거나 국외로 추방되어서는 안 된다.

  제10조
  모든 사람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를 가려내고, 자신에게 가해진 범죄 혐의에 대해 심판받을 때에,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한 법정에서 다른 사람과 똑같이 공정하고 공개적인 재판을 받을 자격이 있다.

  제11조
  1. 형사상 범죄 혐의로 기소당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변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법적 보장이 되어 있는 공개 재판에서 법에 따라 정식으로 유죄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받을 권리가 있다.
  2. 어떤 사람이 그 전에 국내법 또는 국제법 상으로 범죄가 아니었던 일을, 행하거나 행하지 않았던 것을 두고 그 후에 유죄라고 판결해서는 안 된다. 또한 범죄를 저지른 당시에 부과할 수 있었던 처벌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그 후에 부과해서도 안 된다.

* 아주 나쁜 잘못을 저지른 범죄자에게 왜 철저히 법적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하는가? 근대형법은 죄와 벌을 감정의 문제가 아닌 이성의 문제로 다루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죄와 벌을 감정의 문제로 다루어서 무고한 사람들을 수없이 괴롭혔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죄형 법정주의가 만들어진 것이다. 90명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1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다짐이 깔려 있는 원칙이다.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나타난 사항이 인권인데, 마치 인권이 범죄자를 옹호하고 흉악범을 감싸는 것처럼 오해해선 곤란하다. 이런 오해는 인권 발전의 역사를 부정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만약 어떤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시민들이 동의한다면 입법부에서 민주적 과정을 거쳐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제정하면 된다. 그런 절차 없이 범죄자를 무조건 엄벌에 처하고 그의 기본권마저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감정적이고 반민주적이며 독재적인 행태가 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자유민주 체제의 우월성이다.

  제12조
  어느 누구도 자신의 사생활, 가족 관계, 가정, 또는 타인과의 연락에 대해 외부의 자의적인 간섭을 받지 않으며, 자신의 명예와 평판에 대해 침해를 받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그러한 간섭과 침해에 대해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제13조
  1.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 내에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에서든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2.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를 포함한 어떤 나라로부터도 출국할 권리가 있으며, 또한 자기 나라로 다시 돌아갈 권리가 있다.

  제14조
  1.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에서 피난처를 구할 권리와 그것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
  2. 그러나 이 권리는 순수하게 비정치적인 범죄로 제기된 법적 소추, 또는 유엔의 목적과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제기된 법적 소추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제15조
  1. 모든 사람은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다.
  2. 어느 누구도 함부로 자신의 국적을 빼앗기지 않으며, 또한 자신의 국적을 바꿀 권리를 부정당하지 않는다.
 
  제16조
  1. 성인이 된 남녀는 인종이나 국적, 종교에 따른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고, 결혼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가정을 이룰 권리가 있다. 남성과 여성은 결혼 도중 그리고 이혼할 때, 혼인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서 서로 똑같은 권리를 가진다.
  2. 결혼은 오직 배우자가 되려는 당사자들 간의 자유롭고 완전한 합의에 의해서만 유효하다.
  3. 가정은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본적인 구성단위이므로 사회와 국가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제17조
  1.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공동으로 재산을 소유할 권리 그리고 단독으로 재산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
  2. 어느 누구도 자기 재산을 함부로 빼앗기지 않는다.

  제18조
  모든 사람은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러한 권리에는 자신의 종교 또는 신앙을 바꿀 자유도 포함된다. 또한 이러한 권리에는 혼자 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자신의 종교나 신앙을 가르치고 실천하고 예배드리고 엄수할 자유가 포함된다.

  제19조
  모든 사람은 의사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권리에는 간섭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생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

  제20조
  1. 모든 사람은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2. 어느 누구도 어떤 모임에 소속될 것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

  제21조
  1. 모든 사람은 자기가 직접 참여하든 또는 자유롭게 선출된 대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참여하든 간에, 자기 나라의 국가 운영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2.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의 공직을 맡을 평등한 권리가 있다.
  3. 인민의 의지가 정부 권위의 토대를 이룬다. 인민의 의지는, 주기적으로 시행되는 진정한 선거를 통해 표출된다. 이러한 선거는 보통선거와 평등선거로 이루어지고, 비밀 투표 또는 비밀 투표에 해당하는 자유로운 투표 절차에 따라 시행된다.

*장펑춘은 동양의 과거 제도가 신분이나 출신이 아니라 본인의 능력에 따라 관직에 오르도록 한 민주적 제도였다고 설명하여 위의 '동등한 공무담임권'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다.
*선거가 민주적이 되려면 인권 원칙을 따라야 한다. 유권자 한 사람이 한 표씩 행사하는 평등선거는 자율적 인간 존엄성이라는 인권 원칙을 전제로 한다. 성별, 인종, 재산, 학력과 상관없이 모든 성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보통선거 역시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 원칙에서 도출된 것이다. 민주라는 말을 한마디도 쓰지 않았지만 민주주의 권리 조항이라 불리는 유명한 원칙이다.

  제22조
  모든 사람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 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모든 사람은, 국가의 자체적인 노력과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그리고 각 나라가 조직된 방식과 보유한 자원의 형편에 맞춰 자신의 존엄성과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를 실현할 자격이 있다.

* 경제*사회권에 대한 원칙이다. 세계 인권 선언을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 헌법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분석했는데, 이미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부터 여러 나라에서 사회권을 시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했던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유럽 대륙에서는 국가가 시민의 기본 의식주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개입주의 정치사상, 그리고 시민들은 그것을 당연한 권리로 국가에 요구할 수 있다는 생각의 흐름이 존재하고 있었다. 자유권이 18~19세기 시대의 산물이라면 사회권도 19세기말 이래 인도주의적 문명의 흐름 속에서 발전해 온 인권이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사실과 상관없이 사회권을 둘러싼 각종 오해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 그중 한 가지, '기본권만이 인권이고 요즘 말하는 인권은 사치다'라는 논쟁적 주장에 대한 답은 '인권의 범위를 극히 좁게 보는 것'이다. 기본권이란 인간의 본질적 자유를 가리킨다. 하지만 현대 인권은 기본권의 범위를 계속 넓히며 발전해 왔다. 개인의 자유뿐 아니라 선택권, 의식주를 포함한 최저한의 생활권, 차별받지 않을 권리, 문화생활을 누릴 자유도 인권에 포함된다. 모든 인권은 한 덩어리로 봐야 하고 서로 나눌 수 없다.
* 사회권은 '각 나라가 조직된 방식과 보유한 자원의 형편에 맞춰' 누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흔히 경제가 어는 정도 수준이 되어야 사회보장을 실시할 수 있다는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사는 단 하나의 나라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나라들은 무조건 경제 성장부터 해야 할 것이다. 결국 사회권은 인식의 문제이자 관점의 문제다. 사회권을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기본권으로 보느냐, 그리고 그 나라가 처한 수준에서 '가능한 한'최선을 다하고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제23조
  1. 모든 사람은 노동할 권리,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일할 권리, 그리고 실업 상태에 놓였을 때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2. 모든 사람은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동일한 노동에 대해서 동일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
  3. 모든 노동자는 자신과 그 가족이 인간적으로 존엄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정당하고 유리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이러한 보수가 부족할 때에는 필요하다면 여타 사회 보호 수단을 통해 부조를 받을 권리가 있다.
  4.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조합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제24조
  모든 사람은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 이러한 권리에는 노동 시간을 적절한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정기적인 유급 휴가를 받을 권리가 포함된다.

  제25조
  1. 모든 사람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이러한 권리에는 음식, 입을 옷, 주거, 의료,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사회 서비스 등을 누릴 권리가 포함된다. 또한 실업 상태에 놓였거나, 질병에 걸렸거나, 장애를 당했거나,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나이가 많이 들었거나, 그밖에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형편이 되어 생계가 곤란해진 모든 사람은 사회나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2. 자식이 딸린 어머니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은 사회로부터 특별한 보살핌과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다.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은 그 부모가 결혼한 상태에서 태어났건 아니건 간에 똑같은 보호를 받는다.

  제26조
  1. 모든 사람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 교육과 기본 교육 단계에서는 무상 교육을 해야 한다. 초등 교육은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이 큰 어려움 없이 기술 교육과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고등 교육은 오직 학업 능력으로만 판단하여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개방되어야 한다.
  2. 교육은 인격을 온전하게 발달시키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더욱 존중할 수 있도록 그 방향을 맞춰야 한다. 교육은 모든 국가, 모든 인종 집단 또는 모든 종교 집단이 서로 이해하고 서로 너그러운 마음으로 포용하며 친선을 도모할 수 있게 해야 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유엔의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
  3. 부모는 자기 자녀가 어떤 교육을 받을지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

  제27조
  1. 모든 사람은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 예술을 즐길 권리, 학문적 진보와 그 혜택을 다 함께 누릴 권리가 있다.
  2. 모든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낸 모든 학문, 문예, 예술의 창작물에서 생기는 정신적*물질적 이익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제28조
  모든 사람은 이 선언에 나와 있는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사회 체제 및 국제 체제 내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

  제29조
  1. 모든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의무를 진다. 어떤 사람이든 그러한 공동체를 통해서만 자신의 인격을 자유롭고 온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2. 모든 사람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러한 권리와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즉, 타인에게도 나와 똑같은 권리와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기 위해 제정된 법률, 그리고 민주 사회의 도덕률과 공공질서, 사회 전체의 복리를 위해 정당하게 요구되는 사안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정된 법률에 의해서는 제한될 수 있다.
  3. 그 어떤 경우에도 이러한 권리와 자유를 유엔의 목적과 원칙에 어긋나게 행사해서는 안 된다.

* 인권은 인간 공동체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나'는 타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나 차별이나 폭력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타인에게 부당한 대우나 차별이나 폭력을 가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 '나'는 국가에 일정한 복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법을 지키거나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사회 공동체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제대로 인권을 이해한다면 인권이 권리와 의무의 양면을 지닌 동전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제30조
  이 선언에 나와 있는 어떤 내용도 다음과 같이 해석해서는 안 된다. 즉, 어떤 국가, 집단 또는 개인이 이 선언에 나와 있는 그 어떤 권리와 자유라도 파괴하기 위한 활동에 가담할 권리가 있다고 암시하거나, 그러한 행동을 할 권리가 있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 윗글 <세계 인권 선언>은 조효제의 <인권 오디세이> 부록에 실린 글을 옮겨온 것이다. 조효제 번역으로 유엔, 국가인권위원회, 위키백과, 그 외 다른 곳에 게시된 것보다 읽고 이해하기에 편하다. 몇몇 조문 아래의 설명 또한 <인권 오디세이>에서 발췌하고 구분해서 적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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