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는 방문을 닫아주고 마루에 걸터앉은 월선의 뒷모습을, 그의 주변을 유심히 쳐다본다. 뭐 가져온 거나 없는지 살피는 눈초리다. "아이구 내사 마, 머가 먼지 모리겄네. 간도댁 엄마요." "와." "봉순이는 부자한테 시집갔는가 배요? 주산이(비단)를 감고 찬물에는 손도 안 넣는 팔자 겉이 뵈니께." "......." "사램이 심사가 따로 있소? 내 팔자 생각한께 천양지간이고, 부모 없는 봉순이도 팔자가 저리 쭉 늘어졌는데 나는 와 이렇겄소? 세상에 촌놈도 그런 촌놈은 없일 기고 살림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군식구라고 아무 데나 치았인께. 야속하요." "씰데없는 소리." 부엌에서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임이는 사냥개처럼 그 소리에 민감하다. 신발을 끌고 부엌으로 급히 간다. "어매 멉니까?" "머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