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는 전차도 타지 않고 줄곧 걸었다. 효자동 어귀에 이르렀을 때, "제영이 고모 아닙니까!" 하고 바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있었다. "네?" "역시, 아까부터 그런 상싶어서, 급히 왔지요." 상현이었던 것이다. 명희의 낯빛이 확 변한다. "오래간만입니다." 상현의 안색도 파리했다. 몇 해 만인가, 상현의 하숙에서 빗길로 나간 그날 이래 처음 대면이다. 명희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 상현이 당황하고 놀란다. 명희도 당황하고 놀란다. 명희의 눈물은 두 사람에게 다 같이 불의의 습격 같은 것이었다. "정말 얼마 만인지......" 눈시울을 흔들어대며, 그러나 눈물은 명희의 의지 밖에서 혼자 마음대로였다. 두 사람은 조금 거리를 두고 걷기 시작한다. "요즘엔 어떻게 지내세요. 여직도 약주 많이 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