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빈 3

29 계명회 검거에 대한 임명빈의 관여

"변호사는? 작정 안 했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의논들을 해야 않겠습니까? 사건 하나에 여러 사람이 묶여 있으니까요." "그렇지. 나도 그 생각에서 찾아왔네만 누구든 주동하는 사람이 있어야겠고, 그러자면 내가 나설밖에 없겠기에." "형님이 말씀입니까?" "음." "그,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잡듯 영돈은 허둥지둥 말했다. "비용도 마련됐으니까 걱정 말구." "고, 고맙습니다." 영돈이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친구니까 나도 앉아 있을 수만 없지. 강도짓을 한 것도 아니겠고 사기 친 것도 아니겠고, " 서참봉댁에서 나오는데 임명빈은 갑자기 뒤통수를 치는 것 같은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머리통을 땅속으로 내리누르는 것만 같다. 집 앞 가까이 갔을 때 아내 ..

3부 4편 긴 여로

묵직한 몸집에 사십이 넘은 근화방직회사 사장인 황태수가 임명빈 집 앞에 와서 하인을 부른다. 얼마 안 있어 임명빈의 아내 백씨가 황급히 나온다. 이 집을 덮쳤던 3.1 운동의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지 십 년, 평탄한 일상과 안정된 중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황태수가 임명빈을 찾아온 것은 계명회 회원 모두가 검거된 사건 때문이다. 서의돈을 필두로 열대여섯 명이 체포되었는데, 간도의 김길상도 체포됐다. 길상은 용정촌 공노인이 경영하는 여관에서 서의돈과 만난 자리에서 함께 끌려온 것이다. 황태수에게는 거의가 친구며 후배들이다. 오래지 않아 임명빈을 만나 사건의 대략을 상의하는데, 황태수는 임명빈의 위치가 구애될 것이 없으니, 임명빈에게 재량껏 뒷바라지를 요청하며 봉투 하나를 꺼낸다. 임명빈은 황태수..

3부 2편 어두운 계절

용정촌에 한복이가 내려섰다. 한복이는 거리를 바라보며 몸을 떤다. 사방을 살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놓는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거금을 몸에 지녔다는 그 자체가 한복으로선 가장 무서웠다. 한복이는 공 노인의 객줏집을 찾아 들어갔다. 한시라도 바삐 짐을 넘겨주고 싶다. 공 노인을 마주친다. 한복이는 전대를 끌러 공노인 앞으로 밀어놓고 평사리 소식을 전한다. 열흘 후 길상을 만나고 길상과 함께 훈춘행 마차를 탄다. 장인걸과 송인환의 환대를 받고 주연을 갖는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얘기는 계속되는데, 한복이는 얼떨떨하다. 장인걸과 송인환의 귀빈 대접이 자신의 형, 거복이 때문임을 깨닫는다. 자신을 이중삼중의 그늘에 숨겨진 인물로 만들려는 의도인 것이다. 원망과 우울함 속에서 살인자인 아버지, 매국노인 형에 대..